평온 찾으면 이미 절반의 승리
▲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체력을 유지하고 심리적 압박감을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제공=을지대학병원 | ||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하는 당혹감과 원망 섞인 마음은 대부분의 암환자들이 처음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하기 쉬운 생각이다. 이런 생각으로 소중한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면 제대로 암과 싸울 준비를 하기가 어렵다. 갑자기 ‘암’이라는 병마와 맞닥뜨렸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1> 현재 상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한다
자신의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인지 알아야 그에 알맞은 대처를 할 수 있다. 의사가 말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때는 추가로 질문을 하거나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자세히 알아본다.
말기 방광암을 극복한 ‘한국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 이정갑 회장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앞으로의 치료 내용과 목적, 회복 가능 여부 등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암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병원에서 말하는 대로 바로 수술을 결정하고 날짜를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주 응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요즘은 진단 장비가 발달해 오진일 확률은 적지만 초기 암인 경우 진행단계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2> 의사를 잘 만난다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도 암을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어도 투병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절망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절망이 암에 맞설 의지를 갉아 먹는 다. 때문에 생존율이 단 1%라고 해도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의사를 만나야 한다.
“당신은 지금 생존 가능성이 적은 말기 암환자”라고 말하는 대신 “말기 암에서도 다시 건강해진 사람들이 있으니 열심히 치료를 해보자”고 말하는 의사를 선택한다.
좋은 의사는 환자를 격려하고, 환자의 의견을 많이 묻고, 의견을 존중한다. 또 치료 전에 치료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의학의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병원 치료 외의 식사나 운동, 수면 등 생활 처방도 많이 제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의 암 치료 경험과 실력이다. 무조건 큰 병원의 의사나 언론에 나오는 명의를 찾기보다는 최신 치료법에 대해서 잘 알고 전문 학회지에 관련 논문을 많이 발표하는 등 항상 공부하는 의사인지 살펴본다. 물론 신중하게 의사를 선택한 후에는 절대적으로 믿고 따라야 한다.
반면 환자의 질문을 귀찮아하는 의사나 너무 독선적인 의사, 각종 검사수치만 신뢰하는 의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런 의사를 만나 불만과 불신이 생기면 치료에 나쁜 영향을 준다.
<3> 어느 단계까지 치료 가능한 지 확인한다
자신의 진행 단계를 알았다면 현재의 의학기술로 어느 단계까지 치료될 수 있는지도 확인한다. 믿을 만한 의료진 외에 같은 종류의 암을 극복한 사람의 의견도 듣는다.
암환자 모임 ‘밀알회’의 이상래 회장은 “담당의사에게 치료가 가능한 지 허심탄회한 의견을 들어보라”고 조언했다.
간암 진단을 받았던 그는 ‘길어야 2~5개월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식이요법에만 전념해 암을 이길 수 있었다.
항암제나 방사선, 수술 등의 현대의학적인 치료 방법이든 아니면 한의학, 통합의학적인 방법이든 어떤 치료방법도 나름의 한계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그 한계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치료를 하면 오히려 체력이 소모돼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자신이 받을 치료가 완치가 가능한 방법인지, 아니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거나 임시방편으로 증상만 완화시키는 방법인지 잘 살핀다.
어떤 치료 방법이든 완전한 것은 없다. 그래서 ‘만병통치’라는 식으로 말하는 방법은 사이비일 가능성이 높다. 단점에 대해서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는 치료 방법도 마찬가지다.
치료 방법을 결정한 후에는 미리 자신이 받을 치료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가능하면 단점을 줄이거나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만약 여러 가지 치료를 병행할 때는 의사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체력을 유지한다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체력이 중요하다. 평소 비만 또는 과체중이더라도 항암 치료를 받을 때는 살을 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 뉴욕의대 종양내과팀이 200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암 사망자의 20% 이상이 영양실조로 숨졌다. 이 조사에서 암환자의 영양실조 발생률은 평균 63%나 됐다. 특히 소화기계 암인 췌장암·위암 환자는 83%가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잘 먹고 체중이 줄지 않아야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평소 체중보다 5% 이상 감소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했을 때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 암의 크기가 덜 줄어드는 등 암 치료 효과도 감소하고, 체중 감소 자체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체력을 유지하려면 매끼 식사를 골고루 잘 먹어야 한다. 환자 스스로의 노력은 물론 주변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암환자의 식사, 간식 등에 너무 간섭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다만 인스턴트식품이나 기름진 음식, 뜨겁고 찬 음식, 향이 강한 음식 등은 삼간다.
주변에서 암에 좋다는 음식이나 건강식품을 권할 때는 효과가 입증된 것인지 확인한다. 실제로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효능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5>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마음이 평온하면 이미 절반은 암을 물리친 것과 다름없다.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하든지 마음속에 병에 대한 두려움이나 죽음에 대한 압박감 등이 있으면 나쁜 영향을 미친다. 원망과 두려움, 불안, 조바심 등을 모두 털어내고 담담하게 투병하는 것이 좋다. 암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고 해도 너무 절망하거나 자신과 가족을 괴롭히지 않도록 한다. 스스로 죽음 앞에서 초연해지면 암은 겁을 먹고 도망간다.
똑같이 먹고 생활해도 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발암 요인이 힘을 쓰지 못한다.
가능하면 많이 웃는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암세포를 죽이는 자연 살해세포의 기능이 떨어지지만, 웃음으로 스트레스가 감소하면 자연 살해세포의 활동이 활발해져 암세포가 50% 정도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신앙을 갖는 것도 좋다. 신앙이 있는 암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강한 편이다. 현재 신앙을 갖고 있지 않는 경우에는 가족과 상의하거나 아니면 환자 스스로 종교를 선택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투병을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또한 암환자라고 해서 지나친 휴식은 금물이다. 가능하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하고 나면 신체의 기능과 체력이 거의 바닥난다. 그렇다고 너무 움직이지 않으면 심폐기능이나 관절의 힘이 떨어지고 면역력도 저하된다.
억지로라도 몸을 조금씩 움직여야 적당히 피로해서 잠이 잘 오고, 식욕도 좋아지며, 약해진 신체기능이 좋아진다. 물론 건강할 때처럼 무리한 활동이나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한다. 간단한 집안일이나 맨손체조, 산책, 화초 가꾸기 등 자신의 체력에 맞는 활동을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밀알회 이상래 회장, 한국 암을 이겨내는 사람들 이정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