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잡을 땐 양손을 교대로
8년차 그래픽 디자이너인 직장인 M 씨(여·32)는 한참 일하다 보면 손목이 저리고 아파서 고생한다. 아직 병원에 가보지 못했는데 전보다 증상이 더 심해져서 걱정이다.
이처럼 업무상 컴퓨터를 오랜 시간 사용하는 이들 중에는 손이 아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 악기 연주 등으로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손이 아플 때 가장 흔한 원인은 수근관증후군. 보통 ‘손목터널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손목에서 손으로 가는 뼈와 인대가 있는 곳이 수근관으로, 수근관이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증가하면서 손끝으로 가는 신경이 눌리면 저릿저릿 아프거나 마비되는 것이다. 대개 검지와 중지에서 증상이 많이 나타나지만 감각 이상이 손 전체로 확산되기도 한다.
업무상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물론 집안일로 손을 많이 사용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흔하다. 중년 여성의 손저림은 90%가 바로 수근관증후군일 정도라고 한다.
수근관증후군은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손에 힘이 없어 물건을 쥐다 떨어뜨리기도 하고, 통증이 심하면 자다가 깰 수도 있다.
만약 수근관증후군의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약물치료로 좋아진다. 수근관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하거나 비타민 B12, 비스테로이드 항염제를 경구 복용한다. 이와 함께 수근관의 압력을 줄여주는 위치에 부목을 대주기도 한다. 그러나 약물치료 효과가 없고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기현 강남힘찬병원 과장은 “수술을 통해 인대가 누르는 부위를 작게 절개해 신경이 눌리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며 “요즘에는 내시경 수술을 하면 당일 퇴원도 가능하고, 몇 주가 지나면 손목의 힘도 정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방에서는 침과 찜질로 손상된 조직의 부기를 가라앉혀 원래대로 정상화시키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손목 관절 주변의 인대나 근육에 봉약침 치료를 하면 효과적”이라는 것이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김용 원장의 말이다.
가정에서는 통증이 있을 때 핫팩으로 손목 부위의 따뜻하게 해주거나 따뜻한 물에 손을 넣어 20~30분 정도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고 한다.
수근관증후군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우선 오랜 시간 손목이 구부려진 자세로 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목을 구부리면 수근관이 압박을 받기 때문.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손목과 손가락의 높이를 같게 맞추는 것이 좋다. 손목받침대가 있는 마우스패드를 사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마우스를 오래 사용할 때는 양손을 교대로 쓰는 것이 낫다. 가능하면 글씨를 쓸 때도 필기도구를 꽉 움켜쥐지 않고 가볍게 쥔 상태에서 쓴다.
직장인, 학생들은 점심식사 후에 팔을 베개 삼아 책상에 엎드려 자지 않는다. 신경이 눌려 수근관증후군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일하는 틈틈이 손목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손목을 사용하는 작업 전후나 휴식시간에 스트레칭으로 손목의 긴장을 풀어준다. 손가락이 뻐근할 때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5초 동안 서서히 푸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① 벽에 양손을 편 상태로 손바닥을 벽에 밀착시켜 완전히 스트레칭되도록 밀어준다.
② 양팔을 앞으로 ‘쭉’ 내밀고 손가락 사이를 많이 벌린다.
③ 손가락이 위로 향하게 팔을 뻗은 상태에서 다른 쪽 손으로 손가락을 잡고 뒤로 젖힌다.
④ 손가락이 아래로 향하게 팔을 뻗은 상태에서 다른 쪽 손으로 손가락을 잡고 앞으로 젖힌다.
⑤ 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에서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팔꿈치를 고정시킨 채 작은 생수병이나 캔음료수를 잡고 손목을 위쪽으로 최대한 올려준다.
⑥ 반대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생수병을 잡고 손목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준다.
수근관증후군 외에 손목건초염이 있어도 전기가 오는 것처럼 손목이 저릿저릿 아프다. 엄지를 잡아주는 인대와 그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그러나 계속 아플 때는 약물이나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손목건초염을 예방하려면 수유 자세를 바로 한다. 수유쿠션을 활용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고, 밤중에는 누운 자세에서 수유한다. 손에 힘을 줘서 빨래를 짜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은 삼간다.
한편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목 디스크, 뇌졸중 등 다른 부위의 숨은 질환 때문에 손이 아플 수도 있다. 때문에 손이 저릴 때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혈액순환이 잘 안 되나?’ 하는 생각으로 약국에서 혈액순환제만 사먹는 것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목 디스크로 인해 손이 저리기도 한다. 목에서 팔로 내려오는 신경이 디스크에 눌려 팔과 손이 저리는 것이다. 물론 목 디스크 초기에는 대부분 목이 뻣뻣하고 통증을 느끼면서 팔, 손이 저리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에 마비가 오면서 통증이 있다면 류머티즘 관절염이 의심된다. 손목과 손가락 관절처럼 작은 관절에 많이 생기는 것이 류머티즘 관절염. 처음에는 별다른 증상 없이 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 손가락이 마비돼 움직이기 힘들고, 열, 부기도 나타난다. 심해지면 아침에 손가락이 뻣뻣해져 움직이기 어려운 ‘조조강직’을 보인다. 보통 30분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서 통증이 극심하다.
류머티즘 관절염인 경우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더 이상의 염증을 억제, 관절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중년 이후에 생기는 손 저림은 당뇨병, 신장병 환자에게 흔하다. 특히 양쪽 손이나 발의 끝 부분, 손발 모두에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다발성 말초신경병이 원인이다. 당뇨병 환자의 50~90% 정도가 발생할 정도로 많아 주의해야 한다.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어도 말초혈관이 막혀 손발이 저릴 수 있다.
드물게는 뇌졸중이나 심장병의 전조증상으로 손이 저리기도 한다. 뇌졸중의 경우 입술 주위가 저리거나 언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좋다.
수근관증후근 체크리스트
수근관증후군이 의심된다면 간단한 자가진단을 해보자. 엄지와 검지, 중지 등 세 손가락이 많이 저리고 아픈 경우에는 양쪽 손목을 구부려 손등을 서로 맞닿도록 한다. 또는 손목의 중앙부를 반대편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1분쯤 지나 손저림이 더 심해지면 수근관증후군이 의심된다.
만약 손바닥의 볼록한 엄지손가락 부분이 납작해지고,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으로 집는 힘이 약하다면 이미 신경 압박이 많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증상에 대한 해당 항목을 하나하나 체크해 보면 보다 정확하다. 병원에서는 신경전도검사와 근전도검사, 방사선 촬영, 초음파 등을 통해 원인을 찾아낸다.
□ 손이 저리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서서히 심해졌다.
□ 손바닥 쪽에만 증상이 있고 새끼손가락이나 손등은 괜찮다.
□ 한 손만 심하게 저리거나 양손 모두 저리고 아프다.
□ 운전 중이나 높은 곳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있을 때 더 손이 저린다.
□ 밤에 특히 잠을 잘 때 증상이 심한 편이다.
□ 자다가 손이 저려서 잠에서 깬 적이 있다.
□ 엄지손가락에 힘이 부족해 젓가락질이 안 되고 물건을 잘 떨어뜨린다.
□ 통증이 항상 손에서만 나타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조기현 강남힘찬병원 과장, 김용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