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수유여성 유아 납흡수율 성인의 5~10배 ‘고위험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해에 조사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먹는 식품 속 중금속 함유량을 발표했다. 총 113가지 식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다행히 모두 국제적 중금속 섭취 허용기준(JECFA)을 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오염된 공기나 물, 작업환경, 놀이터, 장난감 등을 통해서 중금속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식약청 조사에서 납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식품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멸치. 2위는 무청, 3위 바지락조개, 4위 미역, 5위 시금치순으로 많이 검출됐다.
납은 주로 혈액이나 신경계, 신장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납에 중독되면 신체 균형과 운동 기능이 손상되고 뇌에서의 신경전달 이상, 성장발달 지연, 설사, 신경과민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한 철, 칼슘, 아연 등 미네랄이 결핍되기 쉽다는 것도 문제.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발생에도 관계가 깊고, 혈중 납 농도가 지능지수(IQ)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납 농도가 1㎍/dl씩 올라갈 때마다 IQ는 1.1씩 떨어진다고 한다.
수은은 바다 생선에 많았다. 1위는 조기였고 다음으로는 고등어-광어-갈치-오징어 순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참치도 수은 함유량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에 들어온 수은은 80% 정도는 신장과 간에 쌓여 기능을 저하시킨다. 수은이 30ppm 이상이 되면 중독 현상을 일으키고, 만성 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운동장애, 언어장애, 난청으로 고생한다. 심하면 사지가 마비되고 죽음에 이른다. 임신부의 경우에는 태아에 신경계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뼈가 물러져서 쉽게 골절되는 이타이이타이병(일본말로 ‘아프다아프다’는 뜻)의 원인인 카드뮴은 1위가 김이고 미역-시금치-말린 오징어-오징어 순으로 많았다.
태어날 때는 몸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카드뮴은 일단 체내로 들어오면 쉽게 배설되지 않는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체내 축적량이 증가한다. 카드뮴이 많이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고혈압을 비롯한 순환기 질환, 빈혈이 잘 발생한다. 카드뮴이 철, 아연 등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알려진 카드뮴 중독증은 뼈에 칼슘 대신 카드뮴이 쌓여 뼈의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다행히 식약청 조사에서는 이들 중금속 함유량이 모두 국제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 식품 속에 중금속이 함유돼 있더라도 국제 기준치 이하라면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 중금속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스스로 일정량을 배출하며 자정작용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인 여성이나 수유 중인 산모, 뇌가 활발하게 발달하는 2세 이하 유아는 중금속 중독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들은 건강한 성인보다 중금속의 흡수·축적률이 훨씬 높다. 예를 들어 어린이의 납 흡수율은 무려 성인의 5~10배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때문에 가능하면 기준치 이하라 하더라도 중금속이 많이 든 식품은 적게 섭취하고,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있는 식품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황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이다. 황 성분은 간에서 중금속과 결합해 수용성 물질로 바꾸는 성질이 있다. 수용성 물질로 바뀐 중금속은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황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성 식품은 콩, 마늘, 양파, 양배추, 브로콜리, 부추, 파 등이 있고 동물성 식품으로는 돼지고기, 쇠고기, 달걀 등이 있다. 특히 돼지고기에는 황 함유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다. 황을 함유하는 아미노산은 글루타티온의 구성 성분으로도 쓰이는데, 글루타티온은 몸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항산화제다. 글루타티온의 함량이 높을수록 체내의 독성 화합물이 잘 해독된다.
이외에 클로렐라와 녹차, 도토리, 된장 등도 여러 가지 중금속 배출에 도움이 된다. 알로에는 중금속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식품이다.
◇납=납 중독을 예방하려면 임신부나 신생아는 칼슘 섭취를 위해 멸치를 먹을 경우, 내장을 없애고 조리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은 매일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 혈액 내에 비타민 C 수치가 낮을수록 납 수치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채소, 과일 속의 섬유소는 납 배설을 촉진시킨다.
을지대 식품영양학부 이정윤 교수는 “장 점막에서 흡수될 때 철과 납이 서로 경쟁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철의 섭취가 부족하면 납 흡수가 촉진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철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은 육류나 어패류 등으로, 특히 달걀노른자나 동물의 간에 많다. 이들 식품과 함께 비타민 C 함량이 높은 신선한 채소, 과일을 같이 먹으면 철분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
이외에 완전식품으로 인기가 많은 우유에는 납의 흡수를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수은=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은 이번에 수은 함량이 높게 나타난 식품과 참치, 황새치, 삼치, 옥돔 등을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해당 여성들에게 이러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임산부는 수은 함유량이 적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들 생선을 일주일에 한두 토막(구이·조림의 경우. 대략 340g) 정도 먹는 것은 괜찮다. 회는 손바닥 크기에 해당하는 170g 정도로 먹는 것이 좋다.
수은 배설을 촉진하는 대표적 영양소는 비타민 C.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통해 매끼마다 충분히 섭취한다.
◇카드뮴=카드뮴의 배설을 촉진시키려면 비타민 B, 클로렐라 등을 챙겨 먹으면 좋다. 물론 이들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고, 어렵다면 건강보조식품을 이용한다.
인기 건강보조식품인 클로렐라는 5대 영양소를 비롯해 섬유소, 엽록소 등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녹색 플랑크톤이다. 국내외 연구 결과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같은 유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입증됐다.
◇환경 중금속=중금속은 식품 속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매순간 숨을 쉬는 공기 속에도 포함돼 있고, 공장의 매연이나 폐수, 폐건전지, 폐건축자재 등에도 많다. 이런 오염물질에 의해 땅, 물이 오염되면 생산한 농수산물의 중금속 함량도 높아진다.
이에 중금속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토지의 중금속 오염 정도를 확인해서 일정기간 농작물 경작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도금이나 용접, 제련, 주물 등 중금속에 노출되는 일을 하는 경우에는 각별히 유의한다. “이런 일을 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작은 증상이라도 생기면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빈혈(납 중독), 신장장애나 골다공증(카드뮴), 비중격천공·폐암·두경부암(크롬), 시각·청각장애, 뇌성마비 유사 증상(수은) 등을 보일 때는 빨리 병원을 찾으라”는 것이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의 조언이다.
또한 어린이들이 매일 가지고 놀고 입에도 넣는 장난감, 놀이터의 놀이기구 등으로 인해 중금속이 쌓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납 성분이 든 페인트로 도색된 나무가구나 장난감, 놀이기구 등은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거나 페인트 부스러기가 날리게 된다. 이것을 아이들이 입으로 빨거나 만져서 먹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때문에 집안을 잘 청소하고 아이들이 놀이나 외출 후에는 손을 자주 씻도록 한다. 페인트나 페인트가 벗겨지는 제품은 아이들이 만지지 않도록 치워 놓는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식품의약품안전청, 을지대 식품영양학부 이정윤 교수, 인하대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