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피아 왕국 건설...실상에 분노의 목소리 높아!’
현재 국내에서는 특허청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앞다투어 다양한 특허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허조사분석 지원사업, 특허출원비용 지원사업, 우수특허 사업화 촉진 사업 등이 일례이다.
그러나 아무리 다양한 지원이 있더라도, 특허품질이 낮다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특허는 양적 규모 면에서 미국(29.8%), 일본(28.8%)에 이어 세계 3위(22.4%)로서 세계 최고 수준이나 질적 수준에서는 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미래부와 특허청이 발표한 미래성장동력 분야 특허분석 결과를 보면, 특허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 특허의 인용횟수는 평균 5.2회로, 미국(11.3회)의 절반 수준(46%)에 불과하여 특허품질이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리나라의 국제표준특허 건수도 782건으로 전 세계 표준의 6.4%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사를 충실히 하여 제대로 된 특허를 등록시켜야 할 특허청의 책임이 무겁다고 하겠다.
그런데 특허청은 어찌 된 일인지 심사심판 기관의 본연의 업무인 자체심사 비중을 점차 줄이고 2015년 특허심사 외주용역비율이 무려 61.8%에 이를 정도로 심사 외주 비율을 계속 높이는 추세다.
특허심사는 법에서 엄격하게 자질을 규정해 놓은 심사관들에게만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특허심사의 외주는 상상할 수 없다. 심사관 자격이 없는 일반인들이 특허정보를 다룰 경우, 중요한 기술정보나 기업비밀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고, 기술 및 법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허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허청이 제출한 최근 5년간 특허무효심판 현황 자료에 의하면, 무효인용률이 50.5%로 무효심판 청구된 특허 2건 중 1건이 무효로 특허 심사가 부실하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허청이 이처럼 심사를 외주로 처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허 건수의 증가에서 그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특허출원 건수(실용신안등록출원 포함)는 2006년 20만 건에서 2014년 22만 건으로 크게 늘지 않은 수준인데 동 기간 특허심사관은 714명에서 826명으로 늘었으니 심사관이 부족하여 특허 외주가 늘어난 것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동 기간 비대해진 특허심사 관련 특허청 산하단체와 외주 용역회사들의 덩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최근 5년 동안, 특허심사 외주용역기관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이들에게 흘러들어 간 예산규모도 전체적으로 확대되었다.
단지, 특허심사 외주용역기관만 비대해진 것이 아니다. 특허청이 제출한 외주용역 사업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5년에 전체 외주용역사업 예산인 1,639억 원 중 특허청 산하기관에 발주된 외주용역 금액은 1,284억 원으로 78.3%에 육박하고 있다.
외주용역이라는 명분으로 퇴직 공무원이 재직하고 있는 외주기관·업체 먹여 살리기로 특허청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형국이다. 특허청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특허청 산하단체에서 원장, 부회장 등 요직에 취업한 상태이고, 고위공무원이 아닌 경우도 외주업체·기관에 다수 취업하고 있다. 더군다나 외주업체별 용역규모는 퇴직 공무원의 취업자 수에 비례하여 증가하고 있다.
책임운영기관인 특허청은 특허 관납료를 증액하여 수입을 확대하고 사업 예산을 키울 수 있는 매우 편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관납료 수입은 2005년도 1,903억 원에서 2015년도 4,420억 원으로 10년 사이에 두 배가 증액되었다.
이렇듯 쉽게 늘린 수입으로 특허청은 산하기관에 다양한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예산을 지원받은 산하기관은 다시 특허청 퇴직직원들이 있는 외주용역업체에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특허청은 사업수행자의 선정이나 사업성과의 평가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우원식 의원은 “특허지원 사업성과는 특허출원 몇 건, 상표출원 몇 건 등과 같이 얼마든지 그럴듯하게 포장될 수 있다. 형식적 성과의 냉정한 평가를 위해 이해관계자가 배제된 객관적 평가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라고 밝히며,“특허청은 책임운영기관으로 특허 지원사업을 과도하게 벌이고 있다. 특허청 본연의 심사·심판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책임운영기관의 취소까지 검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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