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수에서 일약 장관으로 입각해 화제를 모았던 김두관 행 자부 장관이 이번엔 화제를 뿌리며 낙마할 위기에 처했다. 혹시 내년 총선에 출마해 또한번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 키지는 않을까. 지난 5일 영등포경찰서를 방문한 김 장관.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생년월일 1959년 4월10일
▲이메일주소 minister5@mogaha.or.kr
▲학력
1977년 남해종고(현 남해제일고) 졸업
1981년 영주경상전문대 행정학과 졸업
1987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9년 경남대 대학원 최고경영자코스 수료
▲주요경력
1987~1988년 남해농민회 사무국장
1988~1990년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1995년 38대 남해군수 당선
1998년 39대 남해군수 당선
2002년 경상남도 도지사 출마
2003년 2월 행정자치부 장관
2003년 9월3일 국회 해임건의안 통과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 정·관가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마흔네 살의 나이에, 경남 남해 군수에서 일약 중앙정부의 각료로 입신한 그의 입지전적인 행보는 그래서 더욱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런 그가 장관이 된 지 7개월 만에 다시 세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다섯 번째로 국회 표결에 부쳐진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투표 결과 해임안이 통과된 때문이다. 역대 어느 장관보다 많은 화제를 뿌리며 중앙 관료계에 얼굴을 드러낸 김 장관은, 역대 어느 장관보다 많은 화제를 남기며 퇴진의 기로에 서게 됐다.
“한나라당은 5·6공 잔당이자, 사대주의 정당이다.”
최근 김 장관이 연일 한나라당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있다. 그의 독설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3일 민주당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은 찬성 1백50표, 반대 7표, 무효 1표(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 1백60명이 참석)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제 김 장관의 낙마(落馬) 여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손으로 넘어갔다. 입각 때부터 시선을 집중시켰던 김두관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다시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할 입장이 된 셈이다.
자신이 총애하는 김 장관의 ‘목’을 자신의 칼로 베어야 할지, 아니면 특유의 뚝심으로 해임건의안을 무시한 채 김 장관을 껴안을지 노 대통령은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김 장관도 이런 ‘노심초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지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며 ‘자진사퇴’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해임안 가결에 ‘독설’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총선을 대비, 자신을 알리는 ‘동남풍’ 일으키기라는 분석도 이 때문에 나돈다.
사실 김 장관과 한나라당 사이에 벌어져온 ‘한-김 6개월 전쟁’은 지난 2월27일 김 장관이 행정자치부 장관에 취임하면서부터 뜨겁게 전개됐다. 김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첫 각료들 가운데 강금실 법무부 장관, 이창동 문화부 장관과 함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김 장관에 대한 야당의 평가는 냉소적이었다. 참여정부의 파격적인 첫 내각 발표가 있자, 한나라당은 “행자부를 장악해 제대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김 장관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장관이 40대의 군수 출신인데다 과거 ‘민중의 당’이라는 개혁정당에 몸담았던 이력 등이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으로선 영 못마땅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을 기용한 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김 장관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40대 군수 출신이 어떻게 행자부를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은 기초단체장을 지낸 지방자치 전문가로 그의 업적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검증돼 있다”며 ‘우수한 자원’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고건 총리를 빗대 “고건 총리가 30대에 장관으로 발탁된 이래 오늘날 이렇게 훌륭한 업적을 쌓지 않았느냐”며 김 장관에 대한 야당측의 회의적 시각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그렇지만 행자부 장관으로 첫 발을 내디딜 때부터 김 장관의 행보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김 장관이 지난 95년 당시 37세 나이로 전국 최연소 기초단체장(남해군수)에 당선된 이후에도 지방주간지 <남해신문>의 대표직을 8개월 동안 유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동안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했다. 이는 김 장관이 군수 시절 ‘영리 기업에의 겸직’을 금지했던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도덕적 결함은 물론 실정법 위반 사실이 있기 때문에 김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노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럼에도 김 장관은 노 대통령의 신임에 힘입어 건재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장관에 대한 한나라당의 시선은 두고두고 곱질 않았다. 이런 한나라당 내 분위기는 결국 지난 4월14일 국회 행자위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무성 의원은 “내가 내무부 차관이 됐을 때 제일 먼저 명함을 만들어 의원회관을 돌면서 의원들한테 인사했는데, 김 장관은 임명 후 행자위원장과 위원들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않았다”고 호통쳤던 것. 장관 취임 후 행자위원들에게 신임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창화 의원도 “이장과 군수를 하다가 장관이 되니까 기분이 좋지요”라며 조롱했다. 이를 놓고 정가에서는 ‘장관 길들이기’라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취임 초 김두관 장관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선은 ‘장관 길들이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곱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 4월 국회에 출석해 대정부질문에 대해 답변 하는 김 장관. | ||
결국 한나라당은 이를 빌미로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당론과 반대로 여론은 김 장관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한 반대여론이 많았던 것. 해임건의안이 통과되기 이틀 전인 지난 1일 여론조사회사인 ‘미디어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7.5%로 ‘찬성한다’는 31%보다 높았다.
또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 이유에 대해서도 과반수가 넘는 57.8%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만일 해임건의안이 통과될 경우, ‘대통령이 거부해야 한다’는 응답이 54%로 높게 나타나 여론은 김 장관의 편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론과는 상반된 선택을 했다. 정가에선 이를 놓고 ‘용퇴론’과 ‘물갈이론’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한나라당이 내부 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표적으로 김 장관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한나라당은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아직 노 대통령이 건의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김 장관은 해임건의안 처리를 하루 앞둔 2일까지도 상당히 말을 아끼는 눈치였다. 다만 노 대통령은 “이번 해임건의안은 다분히 정치적이며, 당당하게 대처하겠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해임안이 가결된 지난 3일 김 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금명간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민의 뜻을 존중해 (거취를) 결정하겠다”라며 “야당의 선택이 국민의 뜻인지 다수당의 횡포인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장관은 주먹을 불끈 쥔 채 기자회견장을 나섰다. 이를 지켜본 기자들은 “마치 출사표를 던지고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와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장관은 이날 ‘한나라당과의 전쟁’을 작심한 듯했다. 그것은 바로 다음날부터 표면화됐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이튿날인 지난 4일 김 장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공식 스케줄을 모두 소화했다. 그러면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심중에 쌓였던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효선이 미순이 사건 당시 미 국무장관에게 한마디 항의도 못했던 국회의원들이 (한총련의 장갑차 점거사건에 대해) 미 당국이 한마디하자 1백50명이 일제히 (나를) 공격하고 나섰다”며 “(한나라당은) 사대주의 정당이 아닌가”라며 톤을 높였다.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김 장관은 “해임건의안은 한나라당이 총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정략적인 목적이 있고,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의 리더십 문제를 해소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는 다음날(5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김 장관은 “한나라당은 5·6공의 잔당으로 군부독재의 정체성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싸잡아 비난하면서도 특별히 최병렬 대표를 겨냥해 “편한 길만 골라서 가는 정치인은 큰 정치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맹비난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김 장관이 청와대의 해임안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사퇴할 뜻을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해임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마당에 오는 22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장에 나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일 노 대통령이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고, 김 장관도 자리를 꿋꿋이 지킨다면 국정감사가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김 장관의 이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의향도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행자부 장관직을 ‘무사히’ 마친 후 고향 땅으로 돌아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았던 돌발상황이 벌어졌고, 어쩔 수 없이 전면적인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것이다. 김 장관 역시 이를 부인하고 있진 않지만, 노 대통령과의 교감을 통해 조만간 그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행자부 장관을 배출한 남해 주민들은 김 장관의 해임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인구 6만 명에 6백 명의 공무원을 거느렸던 수장에서 5천만 명 인구에 16개 광역자치단체와 2백32개 기초자치단체에 수십만 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정부의 내무 행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승천’했던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일요신문>은 김 장관이 지난 2월 말 취임한 직후인 3월 초, 남해군 일대의 민심을 탐방한 바 있다. 당시 남해읍에는 김 장관 취임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여러 장 내걸려 있었다. ‘순박한’ 주민들은 모두 자신이 ‘장관’에 오른 것처럼 기뻐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정확히 6개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엔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해 낙마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남해 주민들은 대체로 해임안이 통과된 사실에 대해 서운한 기색이었다.
한 주민은 “김 장관이 해임된다는데 왜 서운하게 없겠나”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요즘 김 장관의 강성 행보에 대해 “김 장관이 뒷날을 생각해서 말을 아꼈으면 한다. 목소리를 낮췄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한 공무원은 김 장관의 행정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김 장관의 성과라면 6개월 동안 지방분권화에 대해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는 점이다. 오는 2005년 시행할 예정인 지방자치경찰도 그런 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성과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지난 89년부터 95년까지 김 장관이 발행인으로 근무했던 주간지 <남해신문>의 한관호 사장은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남해 군민들은 대체로 섭섭해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정서를 전했다.
한 사장은 “남해에선 김 장관의 국정 수행에 대해 의견을 내놓을 만한 식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여기 사람들은 김 장관이 고향 사람이니까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의 해임건의안 통과를 놓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고향인 남해에서 출마할 뜻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의 정치성향은 어떨까. 이에 대해 주민들은 ‘남해는 한나라당 지역’이라고 말한다.
이 지역의 한 유지는 “남해는 고령화된 사회다. 보수적인 시각도 많고, 아직은 한나라당의 입김이 세다. 김 장관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경우 당선될지는 미지수다”면서도 “김 장관이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나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긴 전례도 있지 않은가. 남해는 의외성이 많은 지역이다. 경상도 내의 전라도라는 말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