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추징금은 내지 않으면서 여전히 호화생활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참석 당시 모습. | ||
전두환 노태우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퇴임 후 내란죄와 부정부패 혐의로 97년 4월 유죄가 확정되었지만 이후에도 추징금 납부 등 법적 의무조차 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전씨는 아직도 추징금 1천6백72억(올해 7월 현재)을 미납한 상태이고 노씨도 5백50억여원의 추징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노씨는 여전히 골프 등을 즐기고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있다. 하지만 전씨는 지난 5월부터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근황과 자녀들의 재테크 실태를 통해 추징금을 대납할 여력은 없는지 따져보았다.
전두환씨는 올해 5월부터 일체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일요일마다 연희동 자택 근교의 외국인 학교에 나가 배드민턴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것을 제외하곤 일체 외부 발걸음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거액의 추징금 미납 문제에 따른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해 4월28일 검찰의 재산명시 신청에 따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자신의 재산을 예금 29만1천원뿐이라고 밝혀 실소를 자아낸 바 있다. 당시 신우진 판사는 전씨의 이 말을 듣고 “30만원의 현금이 전부라면서 무슨 돈으로 해외 외유를 나가고 골프를 치느냐”고 황당해했다. 하지만 전씨는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많고 또 자식, 측근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전씨는 이때부터 공식 외부 활동을 자제해오다가 둘째 아들 재용씨의 비자금 중 일부가 전씨의 돈으로 밝혀진 올해 5월부터는 아예 외부 발걸음을 거의 끊다시피 하고 있다.
전씨는 재용씨의 비자금이 밝혀진 것과 이순자씨를 포함한 자신의 가족들에게까지 검찰의 압박이 계속되자 큰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씨는 이순자씨가 소유, 관리하던 ‘알토란 같은’ 1백30억원과 친인척이 갖고 있던 76억원 등 2백6억원을 추징금으로 대납하기로 결정해 검찰과 일종의 ‘휴전상태’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때부터 전씨는 골프나 등산 등 일체의 외부활동을 자제하며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이다. 내부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은 둘째 재용씨 비자금 규모가 밝혀지고 그 과정에서 이순자씨가 대검 중수부에 다녀온 뒤부터 일체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있다. 원래 일주일에 한 번씩 북한산 등산도 하고 골프도 자주 다녔는데 지난 5월 이후 딱 끊었다”고 전하면서 “전 전 대통령은 집에 러닝머신을 사다 놓고 그것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일요일마다 연희외국인학교에 가서 배드민턴을 하는 게 건강관리의 전부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전 전 대통령은 데리고 있던 비서관도 8명에서 3명으로 줄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외유가 있을 때마다 측근 수십명을 대동하고 위세를 떨치던 전씨의 옛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중론이다.
전씨는 해마다 한두 번의 외유를 다녀왔지만 2002년을 마지막으로 외국 방문 발길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2000년 2월14일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3월10일 태국을 통해 입국했다. 그리고 2001년 12월10일부터 9일 동안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6월3일부터 5일까지 일본을 방문하고 그해 7월25일 홍콩을 방문해 8월4일 귀국한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추징금 미납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자 스스로 외유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씨의 장남 재국씨의 사업은 확장일로에 있어 관심을 모은다. 재국씨는 연세대 상대를 거쳐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학 석사과정(일명 와튼스쿨)을 마쳤다. 그는 지난 89년 2월 시공사를 설립한 뒤 지난 2003년 3백억 매출을 달성해 자신의 출판업을 업계 다섯손가락에 드는 출중한 회사로 키우는 수완을 발휘했다. 전씨는 오프라인 매장 을지서적을 인수하고 인터넷 서점 리브로도 성공시켰다. 그리고 펜션 사업과 각종 미디어 사업에도 활발하게 진출하는 등 자신의 회사를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키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변에서는 “외국 유명 서적의 라이센스를 따내기 위해선 초기 막대한 자금이 드는데 전씨가 출판사업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한 뒤에는 뭔가 다른 ‘전주’가 있을 것이다”라는 의문부호를 항상 던지고 있다. 하지만 전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일찌기 친구들과 시작한 인터넷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런데 다들 안 믿더라. 12년간 같은 해명을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짜증이 다 날 정도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전씨는 출판유통 현대화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1년 3월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지난해 5월12일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연희동 전두환씨 집 앞에서 은닉재산 공개와 추징금 완전납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시위를 벌였다. | ||
재용씨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케리에게 2천달러를 기부해 화제를 뿌린 바 있고, 비자금과 관련해, 탤런트 박상아양과의 관계가 주목을 받는 등 올해 여론의 도마에 유독 많이 올랐다.
막내 재만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부터 벤처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재용씨 문제가 터지면서 올스톱한 상태라고 알려진다.
그러나 재만씨는 지난 95년 대한제분 회장 이희상씨의 장녀 윤혜씨와 결혼한 뒤 풍족한 생활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재만씨 소유의 서울 한남동 소재 시가 1백억원대의 상가 건물과 부인 윤혜씨 소유의 서울 종로구 가회동 경남빌라(시가 15억원)는 여전히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돼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전씨측은 “한남동 건물(8층)은 재만씨 장인이 재산분배 차원에서 상속해준 것이며 가치도 1백억원대가 아니라 20억~30억원대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노태우씨는 전씨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 7월 현재 5백50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올해에만 3번의 외국 여행을 다녀왔고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며 전씨에 비해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씨는 지난 2000년 6월 중국을 다녀온 이래 해마다 2~3차례 꾸준히 외국을 드나들고 있다. 2001년 8월에는 미국을 다녀왔고 2002년 5월부터 8월까지는 미국에서 전립선 수술을 위해 미국에 머물렀다. 그리고 2002년 11월에는 공무수행을 위해 중국을 열흘간 다녀왔고 12월22일부터 2003년 1월26일까지 다시 미국에 관광 시찰을 다녀왔다.
전-노씨 추징금 미납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03년에도 11월17일부터 22일까지 일본에 연수를 다녀왔다. 올해는 더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20일부터 사흘 동안 일본을, 7월12일부터 8월14일까지 관광 시찰차 다시 일본을 갔다오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11월15일부터 22일까지 미국에 다녀왔다. 이때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재헌씨 집에 머물렀는데 지난 8월 태어난 두 번째 친손자를 보러 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노씨는 전씨에 비해 비교적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원래 테니스광이다(그는 최근 러시아 요정 샤라포바의 경기를 관람했다). 예전에는 양재동 실내 코트를 애용하다가 남산의 옛 중앙정보부 테니스장을 주로 애용했다. 하지만 그곳이 폐쇄된 뒤부터 지인들 소개로 여러 곳을 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연희동의 조그마한 산인 안산에도 자주 오른다. 가끔 측근들과 골프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2년 전 미국 가서 전립선 수술을 한 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얼마전 탈장이 되어 서울대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옛날 전립선 수술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서울대병원에서 종합검사까지 하고 온 것으로 안다. 건강체크를 한 뒤 이상이 없자 11월 중순 미국의 아들집에 다녀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한 “예전에는 허화평 권정달씨 등 옛 측근들이 많이 다녀갔지만 요즘에는 손주환 전 공보처 장관이 노씨 집에 가장 많이 드나들며 말 동무를 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요즘 노씨를 자주 만나는 손주환 전 장관은 “지난 10월27일부터 노 전 대통령을 모시고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방문 2~3일 전에 개인적인 급한 사정이 생겨 내년 봄으로 연기했다”고 밝히면서 “요즘도 노 전 대통령은 테니스 골프 산책 등으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나와는 40년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그분이 초급 장교일 때부터 절친하게 지낸다”고 밝혔다.
▲ 올 1월31일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노태우 전두환 세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 ||
노씨는 지난 97년 4월 기업 뇌물수수와 관련하여 대법원으로부터 2천6백28억원을 추징 받았다. 이후 정부는 최근까지 추징금의 75.8%인 1천9백92억원을 회수했다. 이로 인해 노씨는 공식적으로는 빈털터리다. 하지만 노씨는 1년에 두세 차례 외유를 다녀올 정도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주변의 도움으로 외국 여행을 하기에는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그런데 노씨가 경제적 빈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굿 뉴스’가 하나 터졌다. 장남 재헌씨(39)가 최근 주식 대박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20일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가 거래소 상장에 성공해 회사 대주주인 노재헌씨가 공모가 기준으로 1백억원의 돈벼락을 맞은 것이다. 그리고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의 자제인 금한태 대표이사도 2백80억원대에 이르는 대박을 맞았다. 금 전 장관과 노씨는 동서지간이며 노 전 대통령의 딸인 소영씨는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이어서 텔코웨어의 주 납품 대상인 SK텔레콤은 사돈측 계열사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증시 침체로 재헌씨의 주식 보유가가 춤을 추기도 했다. 델코웨어는 지난 7월 상장 시초가가 1만4천5백원에 형성됐지만 그 뒤 내리막을 걸어 8천원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재헌씨 주식 보유가도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전반적인 정보기술(IT) 경기의 불황과 대주주들이 최태원 SK 회장과의 특수관계라는 점에서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놓고 참여연대 등의 주시를 받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부담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12월 들어서 1만원대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고 투자 유망 종목으로 불릴 만큼 주식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씨의 딸 소영씨는 지난 2000년 ‘아트센터 나비’라는 명칭의 미술관을 개관해 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소영씨는 한때 최태원 SK 회장과 불화설이 일기도 했지만 최 회장이 지난해 7개월간 구속 수감되었을 때 지극 정성으로 옥바라지를 해 그간의 의혹을 툭 털어 버린 바 있다.
그런데 소영씨는 올해 5월 SK가 해외 펀드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 깜짝쇼를 펼쳐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소영씨는 지난 5월17일과 19일 SK 보통주를 각각 1천3백50주, 6백주를 장내 매입했던 것. 재계에서는 노소영씨가 SK 주식을 소량 매입한 것을 놓고 “최근 해외 펀드들이 SK의 지분을 대량 매입하자 SK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노소영씨 집안에서 측면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두환 노태우씨가 미납한 추징금은 2천2백억원에 이른다. 언론과 검찰, 그리고 전 국민은 전-노씨가 만들어 논 ‘숨은 그림 찾기’를 끝까지 풀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