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열아홉 이제 어른이 될 거예요
▲ 지난 18일 새 영화 <댄서의 순정> 기자간담회장에서 만난 문근영. 영화 속 스무 살 처녀 장채린처럼 어느덧 ‘소녀’라는 이름표를 떼고 ‘숙녀’로 성큼 발을 내딛고 있는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준선 기자kjim@ilyo.co.kr | ||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아홉이라는 숫자는 설레임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특히 십대에서 이십대로 넘어가는 열아홉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기도 해 더욱 많은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문근영 역시 마찬가지.
이제 곧 ‘소녀’라는 이름표를 떼게 될 문근영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며 또 한 단계 성장했다.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해가는 문근영의 요즘 얘기를 들어봤다.
영화 <댄서의 순정>은 옌볜처녀 장채린이 인천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돈을 벌기 위해 언니를 대신해 위장결혼까지 감수한 채 한국에 온 장채린. “빨리 돈을 벌어 옌볜으로 돌아가 엄마, 언니와 살고 싶다”는 그의 꿈이 영화 <댄서의 순정>의 주된 모티브가 된다.
곧 스무 살이 되는 문근영 역시 꿈 많은 열아홉 소녀다. 아역 배우로 데뷔했을 당시 문근영의 꿈은 사실 배우가 아니었다. 그 대신 한의사 선생님 사진작가 미용사 영화감독 등 되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고 얘기하곤 했다.
▲ 지난해 3월 <어린신부> 기자간담회 당시 앳된 문근영의 모습. | ||
고3으로서의 진로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 국문과와 연극영화과를 중심으로 여전히 ‘가고 싶은 학과가 많아서’ 고민이다. “연기를 하는 데 있어 다른 공부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연기를 심도 있게 배워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는 욕심 많은 그이다.
가장 큰 꿈은 도서관을 짓는 것이라고. 이런 꿈을 갖게 된 데에는 광주 공립도서관에서 20년 넘게 사서로 근무한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늘 좋은 책을 권해주시며 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준 엄마처럼 많은 이들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가장 큰 꿈이자 소원이기도 하다.
극중 장채린은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춤’을 배운다. 이는 문근영 역시 마찬가지. 문근영에게는 ‘공부와 연기’가 꿈으로 다가가기 위한 ‘춤’과 같은 존재다. 이를 위해 요즘 그는 학교생활과 연예계 활동 두 가지에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댄서의 순정>이 개봉해 모든 홍보 일정이 마무리되면 문근영은 다시 고3 수험생(광주국제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으로 돌아간다. 문근영의 매니저인 김흥겸 실장은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적이 연기 활동 병행으로 조금씩 떨어지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면서 “특히 친구들이 등수를 추월할 때마다 속상해 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얘기한다. 그래도 성적은 여전히 상위권. 자세한 등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고 싶은 대학에 진학하는 데에는 무리 없는 수준이라고만 귀띔해 준다.
서울에서 영화 촬영에 들어가면 수업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과목은 과외를 받았는데 <댄서의 순정> 촬영 기간에는 춤 연습까지 소화하느라 과외 수업에 참여할 시간조차 없었다. 대신 요즘엔 PDA로 다운받은 EBS 수능 강좌를 시청하고 있다.
“빨리 학교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면서도 문근영은 “밤잠이 많은 편이라 졸음 때문에 밤 12시에 끝나는 야간자율학습이 가장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그래도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친구들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힘든 순간마다 친구들의 격려 문자와 전화가 걸려온다고. 수능 때문에 요즘 고등학생들은 짝꿍에게 노트도 안 빌려 준다는 데 문근영의 친구들은 필기한 내용을 보여주는 데 인색함이 없단다.
연기 역시 소홀할 수 없다. 사실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학업과 연기를 병행하는 입장에서 춤과 옌볜 말투까지 따로 배워야 한다는 점은 부담을 넘어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본인의 이미지에 기댄 편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더 쉽고 안전한 길이었을 수도 있다.
▲ 문근영과 박건형이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 춤추는 모습. | ||
<댄서의 순정>의 주된 테마는 역시 장채린이 결국 사랑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 있다. ‘두 달 후면 스무 살, 사랑해도 되는 나이가 됩니다’라는 홍보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소녀와 숙녀의 경계선인 ‘스무 살’ 시절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사랑’이다.
“영화를 통해 채린에게 사랑을 배웠고 그리움을 알게 됐다”는 문근영은 “아직은 사랑에 대한 정확한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지는 못했다”고 얘기한다.
대신 문근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영화 촬영을 위해 처음으로 하이힐을 신어 무척 불편했는데 이젠 익숙해져 하이힐을 신고 전력질주도 할 수 있다”는 그의 얘기에서 이런 성장을 엿보게 된다.
사실 문근영은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변신에 대한 힘겨움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김 실장은 “대부분의 팬들이 실제 자신의 성격과는 전혀 다른 귀엽고 깜찍한 <어린 신부>의 이미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부담스러워했다”면서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고 얘기한다. 문근영 역시 “더 이상 교복을 입는 연기도 싫었지만 사복을 입는 성인 연기는 더 꺼려졌다”면서 “장채린은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캐릭터라는 점에서 변신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할 만큼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얘기한다. 너무 야해 보이는 댄스스포츠 대회 장면의 무대 의상과 짙은 화장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문근영은 매 장면 최선을 다했다. 성장을 위해서는 껍질을 깨는 고통이 필요한 법. 이렇게 문근영은 스크린 속에서 자연스러운 성장이 완성된 것이다.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의 무공해 이미지 때문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곧 스무 살이 되는 문근영은 조금씩 성장하며 세상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어른이 되고 사회를 알게 되면 문근영의 현재 이미지도 조금씩 달라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