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멀티플레이어’ 몸풀어라
▲ 2002년의 송종국. 베어벡의‘작품’이란 후문이다. | ||
핌 베어벡 감독은 이미 히딩크 감독의 밑에서 송종국이라는 걸출한 멀티 플레이어를 대표팀 핵심으로 성장시켰다. 사실 핌 베어벡 감독은 양발을 사용하면서 어떠한 포지션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다기능 선수들을 매우 선호하는 편이다.
핌 베어벡 감독은 지난 2001년 한국에 부임하자마자 맞은 첫 훈련에서 몇몇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보강 선수로 두 선수를 발탁했는데 그 중에 한 명이 송종국이었다. 송종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대표 경험이 있었지만 우리 지도자들에게는 그다지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시드니올림픽 때도 예비 엔트리에 들었을 뿐이다. 그런 송종국을 발탁하자 한국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파격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왔고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송종국은 대표팀에 합류한 뒤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 포지션에서 두루 다재다능한 능력을 과시하며 급성장세를 보였고, 결국 4강신화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핌 베어벡 감독은 기존의 박지성과 유상철 등도 다기능 선수로 조련해 월드컵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K리그에서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이을용을 왼쪽 윙백으로 실험해 성공한 것도 사실상 핌 베어벡의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서는 큰 변화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추구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스타일 때문에 멀티 요소를 갖춘 신예선수를 발굴하지는 못했다. 실제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호했던 이호 조원희 백지훈 등이 멀티플레이적 능력보다는 자신의 전문 포지션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주는 선수들이다.
핌 베어벡 감독은 다만 이번 월드컵에서 중앙 미드필더와 왼쪽 윙백, 그리고 중앙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는 김동진의 활용도를 높이려 했다. 그러나 정작 실전에서는 사용해보지 못했다.
이제 대표팀은 핌 베어벡의 팀. 과연 어떠한 선수가 제2의 송종국이 될지 흥미진진하다. 신예가 될 수도 있고, 기존 선수가 멀티플레이어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 새로운 얼굴의 발탁이 유력하다. “25~26세 선수들이 첫 A매치에 나서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는 평소 핌 베어벡 감독의 지론대로라면 기술 체력 스피드의 3박자를 고루 갖춘 25세 이하 선수들이 깜짝 발탁될 후보군이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