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잡다 발목 잡혔다
▲ 지난달 26일 예정에 없던 노무현 대통령과 김승규 국정원장(왼쪽) 독대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진은 지난해 청와대에서 환담을 나누는 두 사람. 청와대사진기자단 | ||
참여정부 들어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독대에서 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여기에 이번 파문의 진실이 담겨져 있다.
그런 시점에서 지난 10월 31일자 두 석간신문의 보도가 주목받고 있다. <내일신문>은 31일자 보도에서 청와대 소식에 밝은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간첩 수사는 이미 지난 5월 청와대에 보고된 내용이며, 김 원장의 유임은 25일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사실상 결정됐다. 하지만 간첩단 사건 수사상황이 내부 보고체계보다 우선해 외부로 유출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청와대 민정파트에서 몇 주 전부터 진상파악에 나서는 등 소동이 벌어졌고, 급기야 26일 간첩단 사건이 특정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자 청와대는 더 이상 국정원의 조직기강 해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김 원장의 조직 장악 실패에 따른 문책성 경질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문화일보>는 같은 날 신문 보도에서 김 원장 측근의 말을 빌려 ‘말로만 사의 표명이지 사실상 타의에 의한 사퇴이며 경질이다. 김 원장은 연말을 기해 간첩사건을 정리하고 물러나는 방안을 생각했었다. 여권 주류가 경질의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김 원장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등의 인신공격성 설들을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각 청와대 측과 국정원 측의 상반된 입장을 대변하고 있지만 ‘타의에 의한 것’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김 원장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고 이에 대해 김 원장도 사퇴 결심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것.
국정원의 한 관계자 역시 “솔직히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내부적으로는 김 원장이 이 정권과 마지막까지 함께 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북한 핵실험 사태 때 청와대에서도 유임으로 갈 것 같은 분위기를 보여줬기에 더더욱 그랬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간첩 사건이 김 원장의 사퇴를 앞당긴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