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대결’ 무르익는다
▲ 단거리 세계 최강자 마이클 펠프스. | ||
자유형(크롤 영법)은 그간 백인들의 독무대였다. 근대 수영의 기술과 규칙이 서유럽과 북미 등 백인 중심 국가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선수층도 다른 국가가 이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흑인은 체격은 좋지만 순발력 위주의 근육이어서 지구력이 요구되는 수영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수영계의 정설이다.
이를 증명하듯 1973년 베오그라드에서 시작된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부터 자유형 종목에서 동양인이 메달권에 든 것은 안방에서 열린 2001년 후쿠오카 대회에서 야마노이 도모히로가 50m 공동 3위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때문에 일본과 중국은 그간 평영과 배영 등 이른바 틈새 종목을 주로 노려왔다. 특히 파워와 스피드가 요구되는 단거리는 순전히 백인 거한들의 잔치였다. 자유형 50m와 100m, 200m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한 역대 25걸을 살펴보면 백인이 아닌 선수는 단 한 명, 200m에서 1분46초73으로 역대 11위에 랭크돼 있는 박태환이 유일하다. 18세에 불과한 박태환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그가 앞으로 세계 수영계에 남길 족적은 상상을 불허한다.
박태환과 함께 앞으로 세계 수영계를 이끌 한 축은 마이클 펠프스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6관왕인 펠프스는 15세 9개월에 접영 200m에서 수영 사상 최연소 세계신기록을 세웠고, 16세 때인 2001년 후쿠오카 대회 접영 2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수영 신동’으로 불렸다. 72년 뮌헨올림픽 7관왕 마크 스피츠(미국)를 능가하는 최고의 수영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대회 8종목에 출전해 자유형과 접영ㆍ개인혼영 200m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은퇴한 이언 소프(호주)가 보유한 단일 세계선수권 최다 금메달(6개)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론 분명히 펠프스가 박태환보다 몇 발자국 앞서 있다. 194㎝, 89㎏으로 체격 조건도 박태환(181㎝, 75㎏)을 훨씬 능가한다.
노민상 대표팀 경영 감독은 펠프스의 턴 동작에 ‘저거야 저거’라며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턴 직전 옆 레인 선수에 약간 뒤지던 펠프스는 돌핀 킥으로 반환점을 차고 나간 후 다른 선수보다 1m 이상 긴 잠영으로 순식간에 순위를 뒤집었다. 물을 타는 펠프스의 몸은 마치 연체동물을 보는 듯했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고 경제적인 수영을 한다”는 것이 그를 본 노 감독의 평이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들은 펠프스가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의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에도 출전하지 않을까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펠프스의 기량이면 400m를 노리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동운 대한수영연맹 이사는 “200m에서 펠프스와 박태환이 3초 차이가 났다. 이런 페이스로 400m 레이스를 펼친다면 박태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펠프스가 자유형 400m에 출전하려면 장거리에 대비한 훈련과 경기 일정을 모두 소화할 체력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충형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