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얘기 아직도 ‘민감’
▲ 조홍제 창업주 | ||
바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과 동업으로 삼성물산을 세워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규모로 키워냈고 이어 제일제당 제일모직을 잇따라 설립해 삼성이라는 기업집단의 뼈대를 확립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삼성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의 결별은 지난 60년대 말 재계를 떠들썩하게 한 큰 사건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두 그룹 모두 2세 회장 체제에 들어섰지만 새삼스럽게 들추는 것에 대해 민감해할 정도로 아직 날이 선 부분이 많다. 하지만 2세그룹이나 3세그룹에서 두 그룹의 회장 부인이나 자제들끼리 교류관계가 활발해지는 등 표면적으론 선대의 앙금은 지워진 듯하다. 하지만 기록조차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효성에서 다시 다듬어 내놓은 조홍제 회장의 회고록 <나의 회고>에도 “30억 원을 받을 게 있었지만 3억 원 받고 관계를 정리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조 회장은 자신의 일생 중 가장 잘한 결단으로 나이 56세 때 삼성과 결별하고 효성을 시작한 것을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가 그의 호로 늦되고 어리석다라는 뜻인 만우(晩愚)로 정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늦게 독자사업을 시작했지만 조 회장은 효성을 생전에 국내 재계 5위권으로 키워냈다.
조홍제 회장은 78년 경영권을 아들 조석래 회장에게 물려주고 은퇴한 뒤 지난 84년 별세했다. 효성그룹은 2세로 넘어가면서 큰 아들인 조석래 회장이 주력사인 효성(옛 동양나일론)을 물려받았고, 둘째인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를, 셋째인 조욱래 회장이 대전피혁과 효성기계를 물려받았다. 이중 셋째인 조욱래 회장은 외환 위기 때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효성기계(효성스즈키)를 채권단에 넘겨야 했다.
지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효성그룹은 재계 순위 1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지난 97년 공정거래위가 자산 규모로 분류한 순위에서는 17위에 랭크됐고, 올 초 발표에서는 자산규모 5조원대로 33위로 떨어졌다.
현재 효성그룹의 주력은 (주)효성으로 전압기 등의 중공업 제품과 타이어코드 등의 산업자재와 화학, 섬유 제품군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수출 비중이 높다. 계열사로는 이지스효성, 효성건설 등 17개사가 있다.
조석래 회장의 아들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문 부사장, 조현상 전무가 모두 효성 경영 일선에 투입돼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 3세 그룹이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전력을 다시 가다듬은 효성을 어떻게 키워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