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혹은 사전운동
▲ (왼쪽부터) 이수성, 정근모, 장성민 | ||
이수성 전 총리는 지난 11일 ‘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연대’ 발족식에서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총동원해야 하며 그런 능력을 가진 모든 세력을 결집해 오늘의 타락한 정치판을 갈아엎겠다”고 공식적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총리의 출마설은 지난 8월 열린우리당 분열이 본격화되면서 정계에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TK(대구·경북)세력인 이 전 총리와 PK(부산·경남)세력인 김혁규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연합해 ‘영남신당’을 만든다는 설이었다. 여기에 김원웅 의원과 강운태 전 의원 등의 참여설도 흘러나왔다. 이 전 총리가 범여권 분열을 계기로 영남권 중심의 친노세력을 규합해 ‘대사’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해석이었다. 한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 전 총리를 ‘영남후보’로 거론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기도 했다. 이 전 총리 측은 ‘영남신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펄쩍 뛰었지만 이러한 보도들이 싫은 기색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후보가 창당한 국민연대에 그동안 거론됐던 인사들의 이름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았다. 김혁규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거의 확실한 것처럼 소문이 퍼지던 김 전 의원의 참여설에 대해 ‘이 후보 측에서 퍼트린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지지율 역시 0.7% 정도라는 무의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근모 전 명지대 총장은 참주인연합의 대선후보로서 지난 24일 여의도 남중빌딩에서 대선 캠프 현판식을 가졌다. S 교회 장로인 정 전 총장은 국가조찬 기도회 회장이기도 하며 참주인연합은 ‘정치권복음화운동’을 비롯한 기독교계 NGO단체 등이 주축이 돼 있다.
현재 참주인연합의 당 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한 김선미 의원이 맡고 있다.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정 후보를 돕는 인물이다. 참주인연합에 정치인들의 참여가 저조한 데 대해김 의원은 “지금 국민들은 정치인이 많이 끼면 낄수록 싫어 한다”며 “그런 면에서 이명박 후보의 탈 여의도 정치 선언은 참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지난 14일 창당을 선언한 국민선택의 장성민 후보는 “뉴한반도 광개토 비전을 통해 대한민국을 외교대국, 경제 강국, 행복한 통일한국으로 이 나라를 세계 중심에 올려놓고 싶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지난 2005년 PBS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이름을 널리 알린 장 전 의원은 김대중 정권에서 대통령 정무수석실 홍보비서관을 시작으로 국정상황실장을 거쳐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러나 동교동 측에 따르면 지금은 동교동계와의 관계가 서먹서먹하다. 한 여권 인사는 장 전 의원을 ‘상당히 독특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DJ도 장 전 의원을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다”라는 말로 표현했었다는 전언이다.
이들 세 명의 후보가 정계에서 공통적으로 받고 있는 의혹의 눈초리는 “대선보다는 그 이후를 노리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측 관계자는 “이들 세 후보가 현재 상태로는 내년 총선에서 설 자리가 없기 때문에 이번 대선을 빌미로 자신의 발판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당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아직 지지율은 미미하지만 이들 세 후보의 뜻은 확고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대통령 감이 아니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대선 가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