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서 떠야 이명박 누른다
▲ 지난 26일 사무실에서 만난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 그는 충청권의 지지도를 확보한 뒤엔 호남의 지지율도 오를 것이라 장담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던진 일성이다. 이 후보는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필패할 것이 분명하므로 후보 단일화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민주당 중심의 후보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낡은 이념에 매몰된 무능한 진보 세력”이라고 평가절하했고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서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일축했다.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경선 불복’ ‘탈당’ 꼬리표와 관련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에 백배 사과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라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지난 16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대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후보를 26일 민주당 대선후보실에서 만나봤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한 견해는.
▲후보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필패할 것이 분명하므로 후보 단일화는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12월 19일에는 결국 보수주의적인 한나라당이 집권을 하든가 아니면 그 반대편에 있는 개혁 세력이 집권하든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개혁 세력은 분열과 혼란에 빠져 있다. 또한 5년간 국정에 실패하여 그 고통을 국민들이 감수하고 있다. 그 세력의 후보로는 절대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어느 모로 보나 50년 동안 유일하게 민주주의, 중도개혁주의,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해 온 민주당의 후보만이 보수주의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다.
―단일화 방법이나 시기 등에 대해서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는데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민들은 분열과 혼란에서 구해줄 진정한 개혁을 원한다. 11월 중순경에는 그러한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절실한 마음이 우리 개혁 후보들 가운데 딱 한사람에게로 몰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결국 그 국민들의 위대한 힘 앞에 여러 정파들이 단일 후보로 하나의 질서를 만들게 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중도개혁노선, 정통 민주정당인 민주당의 후보 이인제라고 확신한다.
―국민중심당도 단일화 대상으로 보는가.
▲민주당은 중도개혁 노선이다. 중도개혁을 추구하는 어떤 세력과도 함께할 의사가 있다.
―지지율면에서는 여전히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 비해 뒤지고 있는데.
▲우선 충청권의 지지도 확보가 중요하다. 충청권에서 확실한 교두보의 확보는 자연스럽게 호남권과 경기도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단일화 대상인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전 사장을 평가한다면.
▲낡은 이념에 매몰된 무능한 진보 세력이라 생각한다. 정동영 후보의 자이툰 부대에 대한 파병 연장 반대는 인기 영합의 극치로 국익을 무시한 태도로 대선 후보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또한 문국현 전 사장은 국정 운영에 대한 경험도 이론도 없는 또 다른 하나의 무능한 진보 세력일 뿐이다.
―단일화 방식이 이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원하는 단일화 방안은 이인제 자신에게 유리 혹은 불리한가의 측면보다 국민들의 진정한 뜻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의 단일화라 할지라도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왜곡될 가능성이 있는 방식이라면 반대하겠다.
―독자 출마도 불사한다는 생각인가.
▲그렇게까지 비약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서부벨트론’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호남으로 고립되어 있는 민주당의 지지를 충청과 경기 지역으로 확대하여 서부벨트에 지지기반을 구축하여 대선에서 필승하고자 한다. 이는 지역주의 부활이 아닌 지역주의의 완전한 종식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서부(호남과 충청) 쪽은 평야 지대이고 따라서 변화를 잘 수용하고 개방적 진취적인 기질이 있는 곳이고,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은 이와 관련한 친밀한 DNA를 가지고 있다. 보수주의를 추구하는 한나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민주당이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또한 충청 출신인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제 영남에서도 더 이상 자극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영남에 잔재하고 있던 지역패권 의식도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는 조직 동원선거 논란이 일었다(위). 지난 22일 이인제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
▲다른 경선 후보들이 본인의 당선을 기뻐해 주고 본인의 필승을 빌어 주시고 격려해 주셨다. 민주당은 통합적 선대위 구성이 끝났으며 다음 주부터 대선 승리를 위해 총 진군할 예정이다.
―당시 동교동계 개입설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실체가 없는 정치적인 풍문에 불과하다.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에도 권노갑 전 고문 등 일부 동교동계가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는데.
▲그때 당시 지원을 약속하는 말은 빈번하게 들었으나 실질적으로 뚜렷한 지원이라 할 수 있는 도움은 없었다. 동교동계가 지원했다면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겠는가.
―경선 불복이나 탈당 전력 등과 관련해 결코 자유롭지 못한 입장에 있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극복할 복안이 있나.
▲그 사실에 대해 진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할 따름이다.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에 백배 사과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50%대 지지율로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명박 후보가 얻고 있는 지지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과 반감에 대한 반사 이익이고 마땅한 경쟁 대안이 없다는 국민들의 판단 속에서 독주하는 거품에 불구하다고 본다.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또 대통령 후보로서 이 후보를 평가한다면.
▲이 후보의 의혹은 너무 엄청나서 감당하기 벅차다. 보도를 보면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이라면 단순 스캔들과는 다른 어마어마한 문제인 듯하다. 이 후보가 직접 국민들에게 속 시원하게 진실을 밝혀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로서 이 후보가 제안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개발독재 시절의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최첨단 지식 정보 산업 시대와는 맞지 않는 어리석은 정책이 아닌가. 또한 입만 열면 부시 한미 동맹과 친미를 말하고 부시 대통령 면담에 목을 매는 사람이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지 않고 머뭇거리는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였다. 이러한 면모들이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을 보여 준다고 생각하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성적표를 매긴다면.
▲우선 권위주의를 타파한 것이나 부정부패를 척결한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과도한 권위주의의 타파는 국가 리더십을 흔들어 놓는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모두 공감하듯이 성적이 가장 저조한 분야는 경제 분야라 생각한다. 성장을 무시한 분배 위주의 정책과 비효율적이고 지나친 세금 징수의 결과로 지난 4년 동안 서민 경제는 피폐되었다. 또한 빈부의 격차로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사회는 극심하게 분열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노 대통령이 중점을 둔 가치나 정책이 우리사회 발전 단계나 세계적 변화 흐름에 잘 맞지 않았던 결과라 생각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이 후보의 대북정책의 구상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는 잘됐다. 그러나 북핵 문제와 인권문제,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에서 더 구체적인 결실이 있었으면 했는데 미흡했다. 경제협력 틀이나 수준에서는 상당히 진일보하고 신뢰관계를 확대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생산적 햇볕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대북 정책의 기본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