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실제도 ‘핸드볼 열풍’
▲ 영화 <우생순>의 한 장면. 실제 경기에서 튀어나온 듯 김정은의 모습이 실감난다. | ||
# 와이키키의 보은?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결승전을 소재로 한 영화를 기획한 이는 MK 픽쳐스의 심재명 대표다. 식당에서 우연히 덴마크와의 결승전을 본 뒤 곧바로 자료조사에 착수한 것. 곧이어 심 대표는 <무림고수>를 준비 중이던 임순례 감독을 끌어들였다.
두 사람은 이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함께 만든 바 있다. 좋은 영화였지만 흥행에는 실패한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런데 예상 외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관객이 많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너스>는 개봉을 앞둔 2001년 가을 장장 3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테마가 있는 릴레이 시사회’를 열었다. 개봉 이후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사회를 통해서라도 관객들과 소통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 당시 영화계에선 MK 픽쳐스(당시 명필름)가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 대박으로 올린 수익을 이용해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장기간 시사회까지 개최한다며 칭찬의 소리가 높았다. 물론 당시 시사회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본 관객들이 이를 기억해 일부러 <우생순>을 찾는 건 아니겠지만 관객에게 좋은 영화를 선보이려던 이들의 노력이 <우생순>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 뜨거워진 핸드볼
절묘한 개봉 시점도 흥행에 일조했다.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의 편파 판정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이 무산됐던 핸드볼 여자대표팀은 국제핸드볼연맹(IHF)의 재경기 결정으로 어렵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극적인 일들이 <우생순>의 개봉 시점에 맞춰서 일어났다.
지난해 3월 배우들의 핸드볼 훈련이 시작돼 크랭크인은 그해 6월이었다. 7월에 결승전 장면 촬영을 마무리하고 8월엔 태릉선수촌에서 촬영이 한창이었다. 여자 대표팀의 본선 진출이 당연시되던 8월 말 비보가 들려왔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편파판정으로 베이징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
지난해 12월 IHF가 편파판정을 인정하며 재경기 논의를 시작했고 2008년 1월 10일 <우생순>이 개봉했다. <우생순>의 흥행 돌풍으로 고조된 핸드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일본과의 올림픽 예선 재경기로 연결됐고 여자 대표팀의 본선 진출 소식은 다시 <우생순>의 흥행 원동력이 돼주고 있다.
# 몸값 낮춘 배우들
MK 픽쳐스에 다르면 <우생순>의 순수 제작비는 36억 7000만 원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드는 데다 해외 로케이션이 불가피하고 출연진도 쟁쟁하다. 37여억 원의 순제작비로는 무한도전에 가까운 시도였던 것. 우선 배우들은 러닝개런티 계약을 감수하며 개런티를 낮췄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경기 장면에선 디테일을 포기하는 아쉬움을 감수했고 해외 로케이션 역시 포기했다. 그리스 현지 장면을 아예 뺄 순 없어 임 감독과 문소리만 그리스로 떠나 현지 스태프와 촬영을 마무리했다.
손익분기점은 190만 명을 넘긴 만큼 흥행 수익은 어려움을 감수한 이들에게 골고루 분배될 예정이다. 희생을 감수하며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 이들에게 정당한 보답이 기다리고 있는 것. 마찬가지로 땀과 노력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핸드볼 여자 대표팀에게도 금메달이라는 보답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