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처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터”
▲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에 맞서 동작을 후보로 출마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지난 3월 21일 자신의 선거 사무실 개소식에 모인 지지자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김영명 씨.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한나라당 서울 동작을 후보로 출마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얼마 전 던진 일성이다.
동작을 지역은 여야 거물급 차기주자인 정몽준 후보와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4·9 총선 최고의 빅 매치가 벌어지는 곳. 이 지역이 대표적인 서민 중산층 거주 지역이라는 점에서 서울의 평균적인 민심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여타 후보들이 정몽준 후보의 ‘재벌’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 후보는 오히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최대 주주라는 자신의 배경과 ‘성공한 경제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낙후된 동작을 지역경제의 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정공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또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뜻을 내비치는 등 이번 총선을 발판으로 수도권 대권 교두보를 구축하겠다는 당찬 포부도 피력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4·9 총선 최대 격전지인 동작을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동영 후보 인터뷰(828호)에 이어 이번 호에는 정몽준 후보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동작을 출마를 결심하게 된 동기나 배경이 있다면.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진정한 정권교체를 향한 출발점일 뿐이다. 한나라당이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해야만 행정부가 소신껏 일할 수 있게 된다. 상대편에서 ‘수도권 쌍끌이’ 바람몰이를 하는데 나라의 장래, 최소 앞으로의 5년을 생각할 때 열심히 해볼 만한 일이라고 판단해서 서울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5선을 역임한 울산 지역구를 떠난다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난 20년 동안 나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준 울산 동구 주민들을 생각하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부 지역구 주민들은 이곳 동작을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어려운 지역구라며 출마를 만류하기도 했고 주위의 몇 분은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울산은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정치적 고향이다. 골목골목 거리의 가로등 하나, 나무 한 그루까지 정든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이나 교감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통합민주당이나 정동영 전 장관 측에서는 정 후보의 공천을 ‘표적 공천’ 내지는 ‘정동영 죽이기’ 플랜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매우 실망했다. 너무 극단적인 의혹 제기로 유권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표현은 선거철이 되면 흔히 하는 구태의연한 것으로 유권자들의 차분한 판단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본다. 마치 어느 축구선수에게 ‘상대편 선수를 미워하기 때문에 시합을 해서 이기려는 것이냐’라고 묻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동작을에 별다른 연고가 없는데 이 지역의 현안 및 주요 공약을 설명한다면.
▲동작을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이 지역의 발전을 누가 잘 이룩해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서민을 이용하려는 정치인과 서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나는 서민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도록 일할 것이다. 국민들을 이렇게 저렇게 편을 갈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인들은 노무현 정권에서 유권자들이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본다.
―동작을은 서민 중산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 후보들이 정 후보의 ‘재벌 이미지’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 대응 전략은.
▲내 재산은 현대중공업 주식이 대부분인데 최근 몇 년간 중국 경제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발전하고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 내가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은 전체 지분의 10.8%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는 협력업체 직원 가족까지 포함해 100만 명 이상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정된 경영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지분일 뿐이다. 집 한 채 있는 사람이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그 집을 팔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과 같다.
▲ 정몽준 한나라당 후보가 지역구민들과 악수를 하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최근 여론조사 결과 정 전 장관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선거 막판까지 승부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은데.
▲다소 차이가 좁혀진 것 같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아직도 격차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한나라당의 내부 갈등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당내 갈등이 잘 수습되고 선거전이 중반전으로 접어들면 다시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부부 사이에도 빈번히 싸움을 하는데 그렇다고 모두 헤어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 헤어지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살아보려고 하다 보니 싸우기도 하는 것이다. 부부싸움 뒤에는 오해도 풀리고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당내 갈등은 공천신청은 많이 했는데 공천을 받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탈락한 사람들이 반발해서 일어난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출마한 이들은 당선이 되면 다시 입당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한나라당이 그만큼 좋은 당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이에 비하면 민주당의 경우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두고 바로 직전까지 당의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후보가 손학규 현 대표를 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할 정도니 한나라당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당이라 할 수 있다.
―정 전 장관과의 차별화 전략 및 자신의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지역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누가 더 지역의 발전을 실제로 잘 추진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과거 울산은 공해도 심하고 문화가 척박한 고장이었지만 이제는 전국에서도 가장 살기 좋은 고장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발전했고 나는 이런 울산의 발전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는 지난 2002년 월드컵대회 개최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면서 국민들께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실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동작을 지역의 발전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드리고자 한다.
―여야 거물급 차기주자가 맞붙은 동작을 선거를 차기 대권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나 개인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에서 부담이 되지만 먼저 나라의 장래와 최소 앞으로 5년 동안의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큰 틀에서 볼 때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가 발전의 추동력을 잃어왔다. 이번 선거는 ‘경제 살리기’라는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첫 번째 도전인 만큼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7월 전당대회 때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솔직한 의중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6선이 되면 당의 운영에도 방관자처럼 무관심 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5인의 최고위원 중 한 명이 되기 위해 나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지금은 총선에 전념할 뿐이며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여당 내 유력한 차기주자로 거론되고 있는데 자신의 대망론을 피력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불과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차기를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금은 총선에 전념해야 할 때다.
―공천 내홍 등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당내 권력투쟁에 대한 견해는.
▲이번 갈등의 시작은 공천이며 공천을 한 기구는 공천심사위원회다. 공심위의 구성과 운영은 책임 있는 분들이 모여서 협의한 결과이므로 공천으로 인한 갈등은 바로 그 분들이 모여서 조용히 상의해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천심사가 제대로 되었는지, 아니면 잘못 되었는지는 선거 결과를 보고 판단할 일이다. 한나라당이 과반수 안정 의석을 얻는다면 잘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공심위 구성에 참여하신 분들이 조용히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친박연대’나 ‘무소속 연대’ 출신들이 총선에서 당선돼 복당을 희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매우 어려운 문제다. 당의 공식 입장은 탈당해서 우리 한나라당의 후보와 경쟁한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지만 유권자들께서 복당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무조건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당내 출마자들의 지원 요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남은 총선 기간 활동 계획은.
▲동작을 선거가 갖는 상징성도 있으므로 우선은 압승을 거두기 위해 선거활동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