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저평가’ 박정희 ‘최고’
지난 1992년 9월 1일 정 실장(당시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집권 여당인 민자당이 ‘국가운영과 리더십’이란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우리의 역대 정권은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국가형성·고도성장·정치적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업’을 올바른 순서에 따라 수행해왔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과 유신으로 인한 정권의 정통성 문제와 장기집권 등의 ‘과오’에도 불구, ‘기적적인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긍정적 측면이 있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과 관련해 집권과정에서의 심각한 정통성 문제와 정권 후기의 부패 등 ‘역기능’을 지적한 뒤, “그러나 강력한 지도력에 의한 꾸준한 물가안정 시책으로 고도성장 이후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경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울산대 총장을 지내던 지난 2006년 10월 31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정 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카리스마형으로 보기 어렵고, 이념적 리더로 볼 수 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끝까지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아쉬운 부분은 국정관리에 좀 더 신중하고 치밀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가장 저평가된 역대 대통령’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기도 했다. 훗날 대통령실장 직을 마치고 청와대 문 밖을 나설 때 정 실장은 과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게 될까.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