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제과 등에 업고 호텔 지배력 높이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지배구조 쇄신 방안을 발표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완전자회사다. 롯데홀딩스는 일본인 임직원들이 경영권을 쥐고 있다. 롯데 측은 상장을 통해 이들의 지분을 낮춰 진정한 한국기업으로 거듭난다고 강조하지만 사실과 조금 다르다. 어차피 일본 기업이 1대주주인 것은 상장 후에도 변함이 없다. 상장의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은 전무한 신 회장의 직접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다. 롯데홀딩스 일본인 임직원들은 그 반대급부로 수조 원에 달하는 상장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은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율을 낮추면서 한국롯데를 독립적인 구조로 운영하기 위한 지배구조 변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서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게 되면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기업가치는 한때 10조 원까지 예상됐다. 신 회장이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려면 조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다. 신 회장이 그만한 현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낮다. 대신 신 회장이 가진 롯데 주요 계열사 지분의 가치는 수조 원에 달한다. 지주사가 필요한 이유다.
호텔롯데가 지주사가 되려면 계열사 지분을 최소 20%(비상장사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신 회장이 보유 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에 직접 현물출자할 명분이 생긴다. 하지만 지금의 호텔롯데에 보유지분을 출자해봐야 일본 주주들을 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인적분할이다. 호텔롯데를 계열사를 지배하는 투자부문(가칭 롯데지주)과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부문으로 나눈다. 이렇게 해서 덩치가 작아진 롯데지주에 신 회장이 보유지분을 현물출자하면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롯데지주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호텔롯데는 지주 역할을 하게 되고 롯데쇼핑(유통), 롯데케미칼(화학), 롯데제과(음식료)가 중간 지주 형태로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유통계열사 지분은 롯데쇼핑으로, 음식료 계열사 지분은 롯데제과로 화학 계열사 지분은 롯데케미칼로 이동하면 관련 사업의 수직 계열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3사 모두에 긍정적 요인이다”라고 전망했다.
신 회장이 지분을 가진 계열사 주가가 오르는 것도 중요하다. 주식 가치가 높아질수록 롯데지주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곳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이다. 그룹 내 시가총액 2위인 롯데쇼핑은 세븐일레븐 운영법인인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대홍기획의 최대주주다. 현재 단일 최대주주도 신동빈 회장(13.36%)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쇼핑의 주요주주(7.86%)이기도 하면서 롯데칠성음료의 최대주주(18.33%)다. 롯데제과의 개인 최대주주도 신 회장(8.78%)이다.
신 회장이 이번에 새롭게 상장계획을 밝힌 3곳,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도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이다.
이상헌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의 주가가 검찰 수사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데,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변환이 향후 전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수혜주 주가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빈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을 포함해 지주사체제 전환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다만 일반 주주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신 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주요 계열사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대주주와 관련한 리스크가 완화되고 향후 호텔롯데 상장과 함께 지배구조의 변화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대주주 리스크가 해소된 것과 관련한 기업가치 상승은 최근의 주가 상승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손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한 기대감 역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의 주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현재 주가 수준은 2017년 이익 성장을 고려하고도 타 유통업체 대비 현저히 높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롯데정보통신, 핵심계열사 3곳 상장이 관건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와 함께 상장하겠다고 밝힌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롯데정보통신은 모두 그룹 내 알짜회사들이다. 신 회장으로서는 보유 중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주식가치가 더 높아져야 향후 지주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계열사 지분을 시장에 내놓아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의미도 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알짜 주식에 대한 투자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공모가가 관건이다. 롯데리아는 지난 연말기준 자산총계 9603억 원, 순자산 5594억 원, 매출액 9601억 원, 영업이익 134억 원이다. 해외 계열사를 위한 채무보증금액 증가에 따른 영업외비용이 커진 탓에 작년 순손익은 572억 원 적자지만, 액면가 5000원인 1주당 순자산(BPS)은 무려 116만 2998원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롯데쇼핑(38.68%)을 비롯해 호텔롯데(18.77%), L제12투자회사(15.5%), 부산롯데호텔(11.29%), 롯데칠성음료(2.17%) 등이 주요주주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연말기준 자산총계 1조 54억 원, 순자산 2801억 원이며 매출액은 3조 800억 원, 영업이익은 454억 원이다. 주식은 액면가 500원에 주당순이익(EPS)는 293원이다. 주당순자산(BPS)은 7731원이다. 롯데쇼핑(51.14%)을 비롯해 롯데제과(16.5%), 롯데로지스틱스(13.78%)가 주요주주이며 신동빈(8.95%), 신동주(4.1%), 신영자(2.47%) 신유미(1.4%) 등 총수 일가도 16.9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룹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9000억 원, 순자산 5418억 원, 매출액 6025억 원, 영업이익 293억 원이다. 액면가 500원인 1주당 순이익은 1285원, 주당순자산은 6만 3351원이다. 롯데리아(34.53%), 대홍기획(28.5%)이 1, 2대 주주이며 롯데제과(6.12%), 호텔롯데(2.91%), 롯데칠성음료(1.54%0 등도 주주다. 오너 일가에서도 신격호 10.45%, 신동빈 6.82%, 신동주 3.99%, 신영자 3.51%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리아의 경우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제외한 계열사들이 보유 지분을 구주 매출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L제12투자회사도 현금을 챙길 수 있다. 코리아세븐은 롯데제과를 뺀 나머지 계열사들이 보유지분을 매각하면 지배구조가 단순해진다. 상당한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도 수혜를 본다. 롯데정보통신도 롯데리아·대홍기획 지분을 제외한 부분을 구주 매출할 공산이 커 보인다. 물론 신 회장 등 총수 일가도 현금을 만질 수 있다. 이들 3개 회사가 상장한 후 계열사 간 지분 스왑 등까지 이뤄지면 지주사 체제의 모습이 갖춰질 수 있다. 윤태호 연구원은 “비상장사(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상장 시 계열사 보유 지분 구주매출, 계열사 간 지분 교환, 비상장사(롯데알미늄, 한국후지필름, 롯데물산) 합병을 통해 잔여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