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탁 비하인드스토리

사공일 덕에 입각 빨라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예상보다 빨리 이명박 정부의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낙마 때문이다. 그간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으로 강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는 시장의 줄기찬 요구를 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강 장관이 물러난다고 언론에서 날짜를 박아서 보도까지 했지만 굳건히 버텼다. 강 장관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 대통령의 신뢰와 함께 오는 4월 런던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 때문이었다.

강 장관이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긴급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금융위기에 따른 정책공조에 신흥시장국들도 포함돼야 한다며 동분서주한 덕분에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이뤄냈다. 때문에 적어도 강 장관은 제2차 G20 금융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4월까지 버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말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치고 미국 LA로 돌아오는 특별기내 간담회에서 “국제사회에서 회의가 열리면 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장관)이 나간다”면서 “우리가 상대하는 모든 나라는 똑같은 사람이 나타나는데 우리는 할 때마다 사람이 바뀌면 뭘 아느냐, 얼굴 익히는 데만 한참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조가 흔들린 것은 지난 12일 사공일 대통령 경제특보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그만두겠다며 사의를 표명하면서부터다. 사공일 위원장은 “오는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 준비에 전념하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강 장관만큼 국제 사회에서 얼굴이 알려진 사공일 위원장이 G20 금융정상회의에 전념하게 되면서 강 장관을 고집할 명분이 약해진 것. 결국 사공일 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강 장관이 옷을 벗고 윤 내정자가 등장했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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