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오른 팔다리로 강행군
그러나 꿋꿋하게 병마를 딛고 일어선 김 감독은 이후 한화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그의 오른손은 늘 점퍼 주머니에 꽂혀 있다. 오른발을 절 수밖에 없는 그의 걸음걸이는 어딘가 불편해보인다.
대표팀에서도 김 감독은 한화 조대현 트레이너의 치료를 하루도 빠짐없이 받아야 했다. 그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그런 김 감독이 70일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다. 한화의 하와이 전지훈련부터 시작된 그의 객지생활은 대표팀 합류, 일본에서의 아시아예선, 그리고 애리조나와 샌디에이고, LA를 잇는 WBC 본선 스케줄로 이어졌다.
26일 자정.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김 감독의 얼굴은 초췌했다. 70일의 긴 여정과 16시간의 비행이 모두 녹아 든 피로였다. 그 와중에 김 감독은 “10회 말에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내준 건 임창용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인 전달이 잘못됐을 뿐이지, 임창용이 욕심을 부린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한화 출입기자를 맡고 김 감독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지 이제 갓 4개월. 그러나 김 감독을 볼 때마다 느낀 점은 참 섬세하고도 배려심이 깊다는 점이었다.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할 때면 혹여 역광이 아닌지 신경 써주는 김 감독. 무슨 뉴스가 생길 때마다 담당 기자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한다며 구단 측에 보도자료 릴리스를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김 감독.
그 모든 것이 김인식 감독의 진정한 힘이자 매력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모든 이를 배려하고 작은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 김 감독의 성격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버릇처럼 입에 물고 있던 하루 두 갑의 담배도, 절친한 친구 하일성 배일집과 함께 하던 폭탄주 퍼레이드도 이제 감히 상상도 못하는 옛날 얘기가 됐다. 극심하게 밀려드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는 김 감독이다.
두 번의 WBC에서 한국 야구를 4강과 준우승으로 이끈 김인식 감독. 쌍방울-두산-한화를 거치며 한국 최고의 감독으로 우뚝 선 그가 이제는 좀더 편하고 여유롭게 건강을 챙겼으면 하는 것이 담당기자의 작은 희망이다.
허재원 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