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현인 물 만난 고기야~
황 코치는 “2003년 LG에서 김상현을 처음 만났을 때 파워와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고 느꼈다. 그래서 그 해 많은 공을 들여 김상현을 제대로 된 중장거리 타자로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김상현을 두고 SK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두 사람은 계속 전화 통화를 나누며 인연을 이어갔다.
“상현이가 부진할 때마다 전화로 이런저런 문제들을 상의했다. 나 또한 상현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진단도 해주고 해결방안을 제시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상현이를 KIA로 데리고 온 이후론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무엇보다 상현이의 마음가짐이 절박했다. 야구를 잘해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시즌 성적으로 이어졌다.”
황 코치는 변화구에 약점을 갖고 있는 김상현에게 변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과 마음자세 등을 역설했다고 한다. 스탠스를 좁히고 왼발의 무게 중심을 뒷다리쪽에 남겨 둬 변화구를 대처하도록 만들었다.
“워낙 아픔이 많았던 선수라 그 아픔을 온전히 보듬어주고 싶었다. 감독님도 상현이를 배려해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안 되도 계속 게임에 출장시켰고 자신감을 끌어올리려고 했다. 나이가 어린 선수라면 지금의 스타 대접에 우쭐할 수도 있겠지만 심지가 굳은 선수라 절대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선수를 올 시즌 프로야구의 주인공으로 만든 황 코치는 자신의 노력과 공을 앞세우기보다는 김상현 같은 선수를 만나게 돼 오히려 자신이 더 영광이라고 겸손함을 나타낸다.
“상현이도 상현이지만 희섭이, 성호, 종범이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인다. 상현이의 성공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도 그 선배들이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 팀에 이런 따뜻한 온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게 훨씬 더 행복하다.”
광주=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