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세무서장 선정되기도…경영권 매각 시 ‘세무조사 면제 특혜’ 악용 가능성
서양인터내셔널 소속 브랜드. 사진=서양몰 캡처
지난 2005년 10월 서양인터내셔널은 모범납세자 국세청장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 2013년 1월 모범납세자로 또 한 번 선정됐다. 지난 2005년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대표최고위원을 역임하며 당을 지휘하고 있었다. 2013년 역시 당시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직후로 막강한 권한이 집중되는 시기였다.
더군다나 서양인터내셔널은 지난 2012년 말부터 홍콩기업인 ‘리앤펑’에 매각 소식이 들려 왔고 모범납세자 선정 약 한 달 후인 2013년 2월 경영권을 매각했다. 모범납세자 선정으로 지분 매각과 관련한 세무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특혜를 누렸을 수 있다. 지난 2014년 연기자 송혜교 씨도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후 탈세를 해 모범납세자 혜택 중 하나인 세무조사 유예기간을 악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박성진 텍스스퀘어 세무사는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세무조사가 유예된다는 혜택을 악용해 탈세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이미 발생하고 있다”며 “모범납세자들에 대한 국세청의 사후조사 결과로도 매년 1000억 원 가까이에 이르는 세금을 추징당할 정도로 탈세 수법과 규모도 대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과적으로 세무조사를 미뤄주는 혜택은 모범납세자 제도의 시행 취지와도 맞지 않으며, 정말 성실한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유예는 애초에 혜택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면서 “모범이 될 만큼 깨끗해서 세무조사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데 조사를 유예해주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혜택이겠느냐. 해당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세무조사는 일반적으로 매각 직후 실시되지 않아 꼭 매각을 대비한 모범납세자 선정이라고 볼 뚜렷한 근거는 부족하다. 하지만 최 씨의 이권개입 혐의가 분야를 막론하고 제기되고 있어 이 같은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모범납세자로 선정됐을 경우 세무조사 이외에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 큰 점도 최 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서양네트웍스 연혁. 사진=서양네트웍스 기업정보 캡처
익명을 요구한 K 세무사는 “모범납세자 선정 제도는 그들만의 리그와 같다”며 “국세청 내부 방침에 따라 선정 기준이 결정되고 절차와 과정이 모두 외부에 오픈되는 것이 아니므로 어떤 방식으로 선발하는지 알 겨를이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세청이나 세무공무원 출신들이 퇴직하고 차린 이른바 ‘전관 출신’이 추천하지 않으면 선정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가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최순천 씨 보유 청담동 부동산은 취득시점부터 부친 최태민 씨의 자금이 세탁되어 흘러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등 수많은 의혹들이 있어 왔다”며 “이런 의혹에도 불구 해당 부동산에 소재한 최순천 씨 남편의 회사를 타의 모범이 되는 회사로 선정하여 표창하고, 거액의 주식거래가 발생하는 민감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유예시킨 것은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끼고 본인들의 힘을 대놓고 과시하는 꼴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계속되는 지적에 최순실 씨 관련 탈세 의혹에 대해 국세청도 주시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씨가) 국내 법인 운영이나 재산 취득 과정에서 조세 탈루 혐의가 있는지 보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세법에 따라 엄정히 처리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91년 3월 서양물산이란 이름으로 설립된 서양네트웍스는 유·아동복 전문업체로 블루독, 알로봇, 룰라비, 데님인더박스 등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최순천 씨의 남편 서동범 씨는 회사 매각 이후에도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이에 최근 온라인에서는 최순실 씨의 제부가 운영하는 회사인 서양네트웍스의 브랜드 불매운동도 일고 있다.
<비즈한국>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서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답변할 만한 부서가 아니다. 연락을 곧 주겠다”라고 하고는 연락이 없었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
주부들 “우리 돈이 최순실 가족 주머니로” 부글부글 블루독·알로봇 등 최순실 제부 아동복 회사 인기 제품 불매운동 7호선 청담역 9번 출구에서 직진, 시티은행 건물지하 1층. 살림꾼 주부라면 위치만으로도 단번에 알아채는 그곳이 있다. 블루독, 알로봇, 룰라비, 밍크뮤 등 고급 영·유아복 브랜드를 보유한 ‘(주)서양네트웍스’가 위치한 곳으로 주부들에게는 ‘서양물산’으로 더욱 익숙한 건물이다. 이곳에서 80~90% 할인된 가격으로 패밀리세일이 진행되는 날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 지하에서 건물 옥상까지 아이 옷을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서양네트웍스가 보유한 한 브랜드의 매장 모습. 사진=브랜드 페이스북 어린 아이들 옷이지만 서양네트웍스 브랜드는 티셔츠 한 장 5만 원, 니트는 10만 원, 원피스가 2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가격으로 평상시에는 구입이 쉽지가 않다. 80~90% 할인이 적용되면 티셔츠 한 장 5000원, 원피스 2만 원, 운동화도 1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보니 ‘서양물산 패밀리세일’ 소식이 지역 맘카페에 공지되면 행사 첫날 건물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오매불망 세일을 기다리며 기쁨을 주었던 내 아이의 옷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최순실과 관련됐다는 소식에 주부들이 이른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서양네트워크 대표 서동범 씨가 다름 아닌 최 씨의 제부 즉, 여동생 최순천 씨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최근 청담 행사에서 아이 옷을 20만 원 정도 구매했다는 한 네티즌은 자신이 임산부임을 밝히며 “아이 옷을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어 무거운 배를 안고 쭈그리고 앉아 옷을 고르고 싸게 잘 샀다고 기뻐했는데, 그 돈이 그 사람들에게 갔다니 어이가 없고 너무 화가 난다”며 “아이들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양네트웍스 브랜드가 입점한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의 아동복 매장 역시 서동범 부부의 소유로 알려지면서 부산 지역 주부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해운대에 거주 중이라는 누리꾼은 “딱 봐도 임대료 비싸 보이는 건물인데 누가 저런 곳에 아동복 매장을 1층에서 3층까지 운영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었는데 아동복 매장은 물론이고 건물 전체가 최 씨 일가 소유였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대구지역 온라인 주부 커뮤니티에는 “친정 근처에 가격이 저렴한 오프라벨 매장이 있어서 아기이불이며 포대기, 힙시트, 신생아 의류 등 출산준비물 대부분을 이곳에서 구입했는데 운영자가 최순실 씨 가족이었다니 정말 충격적이다. 다른 엄마들도 대부분 그들에게 돈을 보태주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하거나 기운 빠져한다. 앞으로는 절대 그들의 호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동참하겠다는 댓글이 수없이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서양네트웍스의 매출액은 1532억 원으로 10년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전국 매장수가 270여 곳으로 급격히 확대, 총 매출 184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영 비즈한국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