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조련사는 태극마크 출신
2005년 한국대표팀에서 남자대표팀과 여자대표팀의 헤드코치를 맡았던 김기훈, 전재수 코치가 이번 올림픽에선 한국과 미국 대표팀을 맡아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두 사람은 2005년 비슷한 아픔을 나눠 가졌다. 각각 남녀 대표팀 헤드코치를 맡았다가 대표팀 파벌 문제로 인해 사표를 제출했거나 해임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 한국남자대표팀의 전재목 코치는 미국대표팀 전재수 헤드코치의 동생이기도 하다. 즉 한국에서 남녀대표팀 헤드코치와 코치로 인연을 맺었던 세 사람이 한국과 미국으로 양분돼 각 팀의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지도자로 다시 선수들 앞에 나타난 김기훈 헤드코치. 5년 전 자신의 대표팀 코치 선임을 두고 선수들이 집단 반발을 하는 등 큰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엔 사표를 쓰고 빙상계를 잠시 떠나 있었다. 더욱이 그 전에는 대표팀 선수들의 스케이트화를 김기훈 헤드코치의 부친이 경영하는 회사의 제품으로 교체하길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빙상연맹으로부터 사직서를 종용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렇듯 화려한 선수 생활 은퇴 후 대표팀 지도자 자리와는 유독 악연을 맺었던 그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드디어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전재수 헤드코치는 2005년 대표팀에서 나온 후 1년여간 빙상장 밖을 떠돌다가 2006년 캐나다대표팀 코치로, 그리고 2007년부터 미국대표팀 헤드코치로 활동 중이다. 전 코치는 이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달리 파벌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선수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외국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전 코치가 여자대표팀을 그만 둘 당시, 전 코치 밑에서 훈련 중이던 안현수, 최은경이 강하게 반발했고 학부모들까지 기자회견을 열어 연맹의 납득할 수 없는 처사에 반대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었다.
전재수 헤드 코치가 집중적으로 훈련을 시켰던 아폴로 안톤 오노는 2002년부터 솔트레이크시티부터 세 차례의 동계올림픽에서 총 7개의 메달(금2,은2,동3)을 따내면서 미국 선수로는 대회 최다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오노는 이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엔터테인먼트로 가다 다시 쇼트트랙으로 돌아온 건 미국 올림픽 역사상 최다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오노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소원했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안현수의 뒤를 이은 이정수의 올림픽 2관왕 달성과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룬 안톤 오노. 그들 뒤에는 사연 많은 두 지도자의 노력과 경쟁이 존재했고, 지금도 그들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