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빠의 부탁으로 장보기에 나선 삼둥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생선가게에서 나물을 찾고, 단무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아빠가 사오라는 식재료를 모두 구입하며 심부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사실 심부름시키기는 육아 예능의 단골 소재로 어려운 미션을 나름의 방법으로 수행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과자의 유혹을 뿌리치고 필요한 물건을 찾아 무사히 계산까지 마치면 아이의 성취감 못지않게 부모의 뿌듯함도 크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심부름’ 속에는 의외로 많은 교육 효과가 있다. 사물의 이름과 위치를 구체적으로 표현해 심부름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식탁에 수저 놓기, 빨래 널기 등 집안일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책임감이 길러진다.
심부름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놓였을 때는 적절한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상황 판단력과 분석력, 과제 해결 능력 등이 생긴다. 심부름을 시킬 때는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해 수행 가능한 일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
아이의 능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심부름을 시키면 아이는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만약 아이가 엄마의 심부름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심부름에 실패한 이유를 들어보고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면 되는지 알려주자. 다음에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심부름 제대로 시키는 법
1. 부탁하는 어조로 말한다
많은 부모들이 심부름을 시킬 때 “물 좀 가져와”같이 명령조로 말하는데 아이들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는 느낌과 더불어 심부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심부름을 시킬 때는 “물 좀 가져다줄래?”라고 상냥한 어조로 말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심부름을 잘한다고 너무 자주 시키거나 어려운 일을 부탁하는 것은 삼간다.
2. 다른 일에 집중해 있을 때는 시키지 않는다
아이가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인형놀이를 하는 등 뭔가에 집중해 있을 때 부모가 심부름을 시키면 귀찮아할 수 있다. 또한 심부름이 자신의 즐거움을 빼앗는 일이라고 여기거나 부모에 대한 반항심을 가질 수 있다. 만일 심부름을 시킬 때마다 짜증을 내거나 거부감을 보인다면 아이가 무언가에 몰두해 있을 때 시킨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자.
3. 물질적인 보상은 삼간다
심부름을 할 때마다 아이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하면 이를 목적으로 심부름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가 심부름을 잘 수행했다면 말로 칭찬하거나 끄떡거림, 미소로 반응해 내적 보상의 기쁨을 알게 하자. “엄마의 일을 도와줘서 고마워”라고 말함으로써 심부름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심부름을 잘못했을 때도 칭찬을 하면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잘못된 방법이나 성의 없는 행동은 지적하고, 아이가 기울인 노력과 성취에 대해서만 적당히 칭찬하자.
4. 가족 모두가 공평하게 참여한다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이라면 공평하게 심부름을 시키는 게 좋다. 한 아이에게만 집중적으로 시키면 자신에게만 일을 시킨다며 불만을 품을 수 있다. 아이가 어리더라도 휴지 가져오기, 커튼 치기 등 쉬운 심부름은 수행 가능하다. “형이 하는 일을 도와줄래?”라고 말해 형제가 함께 심부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령별 심부름 가이드라인
<2~3 YEARS>
심부름을 놀이처럼 해보기
두 돌쯤 지나면 엄마의 간단한 말을 알아듣고 장난감 옮기기 등도 곧잘 해낸다. 하지만 엄마의 지시를 완전히 이해하고 수행하기는 어려우므로 쓰레기통에 휴지 버리기, 장난감 정리하기 같은 활동을 놀이처럼 해보는 것이 좋다.
이 시기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는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부모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아이가 심부름 하는 도중에는 간섭하거나 도와주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는 게 요령이다. 먼저 물을 흘리지 말고 아빠에게 전달하라고 시켜보자.
물컵을 조심조심 들고 가는 과정에서 세심히 주의를 기울이므로 집중력이 향상되고 침착성을 기를 수 있다. 알람을 맞춰놓고 제한 시간 안에 방 청소나 물건 정리를 하는 것도 재미있어한다.
엄마가 시킨 심부름을 마친 아이에게는 “○○가 장난감을 정리해서 방 안이 깨끗해졌어”, “목이 말랐는데 ○○가 물을 갖다 줘서 정말 고마워” 등 아이의 도움으로 생긴 변화와 엄마의 느낌 등을 말해주자.
<4~5 YEARS>
간단한 집안일 시켜보기
언어 발달이 급속도로 이루어져 엄마가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독립심도 강해져 엄마가 대신 해주기보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하려고 한다. 냉장고에 물건 넣기, 수돗물 잠그기 같은 쉬운 집안일을 시키면 아이는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기쁨을 느낀다.
특히 ‘빨래 널기’는 아이가 따라 하기 쉬울뿐더러 빨래에서 나는 좋은 향기를 맡고 탁탁 터는 소리를 듣는 등 아이를 즐겁게 하는 요소가 숨어 있다. 빨래를 다 널었다면 “냄새가 좋아”, “옷을 두드렸더니 주름이 없어졌어” 등 느낀 점을 함께 이야기해보자.
단, 처음부터 능숙하게 수행하기는 어려우므로 천천히 방법을 알려주고 엄마가 먼저 시범을 보일 것. 만 4세 이상은 마른 빨래 개기, 책 종류별로 정리하기, 식재료 다듬기 등 다소 복잡한 심부름도 해낼 수 있다.
<6~7 YEARS>
집 밖으로 나가는 심부름시키기
집안일 돕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심부름의 범위를 집 밖으로 넓혀보자. 경비실에서 물건 찾아오기, 이웃집에 음식 가져다주기, 마트에서 물건 사오기 등을 수행하면서 때와 장소에 따른 임기응변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단, 집 밖으로 나가는 심부름은 아이의 특성이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처음부터 마트에서 물건을 사오는 등 복잡한 심부름을 시키면 아이가 심부름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가까운 이웃집에 물건을 전해주거나 경비실에서 택배를 찾아오는 등 단순한 심부름으로 시작할 것.
아이 혼자 보내기 전에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이웃집에 방문해보도록 하자. 함께 찾아가 물건을 아이가 직접 건네도록 하는 것도 좋다. 여러 번 방문해 얼굴이 익숙해졌다면 아이 혼자 심부름을 보낸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할아버지 댁에서 복숭아를 보내주셔서 엄마가 갖다드리래요” 등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려주고 잘 말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킨다. 마트 심부름은 정해진 장소를 찾아가고, 물건을 고르고, 물건과 돈을 주고받는 등 과정이 복잡해 난이도가 높은 심부름이다.
아이와 마트에 들러 감자, 우유 등을 찾아오라고 시키고 계산할 때 돈을 내고 잔돈을 받는 연습을 시킬 것. 아이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면 아파트 내에 위치한 마트나 가까운 편의점으로 심부름을 보낸다.
이때 사야 할 물건을 메모지에 적어 아이가 제품 이름을 잊어버리거나 말하지 못해도 일하는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게 한다. 돈은 지갑이나 작은 파우치에 넣어 주고, 돈을 내고 잔돈을 받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것.
아이를 혼자 보내기 불안하다면 몰래 뒤따라가되 아이를 관찰하고 보호하는 게 목적이므로 들키지 않도록 주의한다. 아이가 자기를 따라온 엄마를 발견하면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해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기획 위현아 기자
사진 한정환
모델 이로하(4세)
도움말 박경미(박경미아동발달센터 원장), 원민우(원민우아동청소년발달센터 원장)
스타일리스트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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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심부름 습관>(다쓰미 나기사 저, 램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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