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좋아하는 가수·국제 행사 독식·제 발 저린 듯 발끈한 그가 혹시…
연예인 축구단체 ‘회오리 축구단’의 11일자 홈페이지 화면. 일일 트래픽을 초과해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 최순득 개입 의혹 ‘회오리축구단’
‘회오리 축구단’은 MBC FM 라디오 <싱글벙글쇼>의 진행자인 강석을 단장으로 한 연예인 축구단으로 방송인 김흥국, 영화배우 유오성, 가수 이승철, 싸이, 개그맨 박명수 등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창단돼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축구단에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튄 것은 지난 3일의 일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최순득 씨가 10년 전부터 ‘회오리 축구단’을 드나들며 단원들에게 밥을 사 줘가며 연예계에 자락을 만들었다”고 폭로한 것.
안 의원에 따르면 최순득 씨는 당시 딸인 장시호 씨(37·개명 전 장유진)와 함께 연예계 친분을 이용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장악하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회오리 축구단’에 접근한 것은 그 발판의 일환이었다는 것.
이에 ‘회오리 축구단’ 측은 전면 반박에 나섰다.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 ‘회오리 축구단’ 회원은 “최 씨가 10년 동안 한두 차례 방문했을 수도 있지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라며 “축구단이 최순득 씨의 연예계 인맥을 쌓는 발판이 됐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방송인 김흥국 역시 자신의 라디오 방송 SBS 러브 FM <김흥국, 봉만대의 털어야 산다>에서 “최순득은 누군지도 모른다. 단지 회오리 축구단의 회원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회오리 축구단’ 측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지난 3일부터 11일 현재까지 트래픽 초과로 닫힌 홈페이지를 복구하지 않고 있다.
# 최순득 특혜가수는 ‘이승철’?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 온 종합편성채널 JTBC는 지난 3일 방송된 <정치부 회의>에서 최순득 씨의 특혜를 받은 가수를 소개했다. 문제는 이날 소개 영상으로 활용된 사진이 가수 이승철의 사진이었다는 점이다. 모자이크가 된 상태긴 했지만 네티즌 수사대의 확인 결과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열창하고 있는 이승철의 사진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 4일 종합편성채널 JTBC ‘정치부회의’ 방송 화면 캡처. 3일 방송에선 모자이크된 사진이 방송됐지만 4일 방송에선 이승철이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며 이승철의 사진을 직접 내보냈다.
안민석 의원의 1차 폭로에서 “최순실 씨와 오랜 친분이 있고, 장시호 씨와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가수 A 씨가 국제행사에서 생뚱맞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초대돼 노래를 불렀다”고 발언했던 바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라고 보기에는 그 정도 급의 가수들은 여러 명이 있지만 유독 그 가수만 싹쓸이하는 그런 행태가 지난 몇 년 동안 보였다”는 것이 안 의원의 주장이다.
이승철은 ‘회오리 축구단’의 멤버였으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과 UN DPI/NGO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UN DPI의 경우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행사 역시 이승철이 참석했다. 최순득과 관련이 있고, 국제행사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는 안 의원의 폭로와 의혹 제기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승철의 소속사 진앤원뮤직웍스는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순실, 최순득이라는 사람은 맹세코 얼굴도 모르고 알지도 못하며, 알아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습니다”라며 의혹이 제기됐던 각종 국내외 행사 참여에 대해서는 “명확한 섭외 절차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최순득의 비호 아래서 행사에 참여했다면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이승철 측은 지속되는 의혹 제기와 루머 유포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고 법률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밝히기도 했다.
# 싸이와 YG, 해명에도 숙지지 않는 의혹은?
애초에 안민석 의원의 발언으로 가장 큰 불똥이 튄 곳은 YG엔터테인먼트(YG)였다. 안 의원은 “최순득이 ‘회오리 축구단’을 통해 연예계 인맥을 넓혀 대형 기획사에까지 영향을 끼쳤는데, 아이들도 다 아는 분이 대표로 있는 기획사”라고 언급했던 바 있다. SM, JYP, YG 등이 물망에 올랐다. 안 의원이 끝내 이 기획사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회오리 축구단’ 명단에 싸이가 있었고,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CF 감독 차은택 씨가 YG 인사들과 오랜 교류를 해왔으며, 장시호 씨가 YG에 입사했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YG가 집중 포화를 맞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YG 엔터테인먼트 사옥. 임준선 기자 lim@ilyo.co.kr
싸이의 경우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특별공연 무대에 섰다는 사실로 최순실 사단과의 연결고리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미 2012년 히트곡 ‘강남 스타일’로 국제 가수의 위상을 떨쳤기 때문에 그의 국내 주요 행사 참석에 최순실 사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억측으로 보인다는 것이 연예계의 입장이다. 싸이가 ‘회오리 축구단’에 가입했다는 언론보도도 이런 의혹에 한몫했지만 확인 결과 싸이가 아닌 이름이 비슷한 다른 가수가 불러 일으킨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가 YG에 입사해 싸이와 친분을 쌓았다는 의혹에 대해서 YG 측은 “(회사에) 장시호 씨가 입사한 사실이 없으며, 싸이와 장시호 씨의 친분 관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의 동생이자 YG의 현 CEO인 양민석 씨가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의혹과 이런 친분관계를 통해 정계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왔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양 씨는 2013년 엔터테인먼트 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최연소 위원으로 위촉됐다. 차 씨 역시 양 씨와 함께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경제사절단‘에서도 양 씨는 유일한 엔터테인먼트 사절단원으로 참석했다. YG 소속 가수인 빅뱅은 지난 8월 새 국가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홍보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YG와 소속 가수들이 연이어 정부 문화정책의 선봉에 선 것에 차 씨와의 친분과 최순실·최순득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YG가 ‘최순실 사단’과의 친분으로 이권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1월 의정부시와 YG가 글로벌 K-POP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복합문화융합단지 사업 협약(MOU)을 체결했는데,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면서 YG가 막대한 이득을 볼 수도 있게 됐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더욱이 협약 체결 과정에서 공개 입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불거지면서 “이미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귀띔 받고 계획적으로 사업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YG가 아닌 의정부시가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시가 직접 YG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사업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며 민간 출자자 공모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속되는 의혹 제기에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지난 10일 “사람들이 왜 이런 말을 믿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연관성은 0%이며 차은택 감독님을 뵌 지도 10년이 넘었고 그동안 연락을 한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의혹 대상으로 싸이가 물망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소문의 근원을 따라가 보니 (회오리 축구단에) ‘싸재’라는 가수가 있더라. 그래서 싸이가 ‘회오리 축구단’에 연관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는 상태다. YG와 최순실 사단과의 또 다른 의혹 가운데 하나는 YG가 2014년 9월 합병한 모델 에이전시 ‘케이플러스’가 있던 미승빌딩의 소유주가 최순실이라는 점이 밝혀진 것.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이제까지 YG와 ‘최순실 게이트’ 주요 관계자들 간의 연결고리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다.
한편,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이름을 올렸던 연예인들이 곧바로 해명 자료를 내고 강경 대처할 의사를 밝히자 또 다른 폭탄 발언을 꺼냈다. 그는 지난 1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연예계 최순실 라인’에 대해 한 연예인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계속 거짓말을 하면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예고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