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소환 러시 ‘불똥 어디까지 튀나’
검찰의 납품비리 수사로 ‘뇌물장부’가 발견되면서 광주·전남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광주시청 전경.
관공서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인 광주지검 특수부는 15일 납품 계약을 대가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노희용 전 광주 동구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전날 같은 혐의로 광주도시공사와 전남개발공사 공무원 2명을 구속하고 노 전 구청장을 체포했다. 이들은 광주의 조명설비 제조업체 A 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납품 계약을 도와주고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수사 단초는 김 아무개 광주시 전 정책자문관(63)과 김 아무개 광주시 전 비서관(57)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광주시 납품 비리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윤장현 광주시장의 인척으로 형제지간이다. 그동안 광주시의 각종 관급공사와 납품 계약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아 수사를 받았다.
김 전 정책자문관은 관급공사 수주 알선을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기소됐다. 검찰이 이들 형제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와중에 관련 업체 다수를 압수수색했고 여기에는 A 사도 포함됐다.
A 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이른바 ‘뇌물 장부’가 발견됐다. 장부에는 A 사가 광주·전남 지자체와 산하기관 공무원을 상대로 납품 계약 편의 제공의 대가로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장부를 근거로 광산구청에 이어 전남개발공사를 압수수색했고, 다른 지자체와 산하기관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담당 공무원 소환 조사도 이어가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전 정책자문관·비서관 형제가 납품 비리에 관여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윤장현 광주시장 전 비서관이 광주시 납품 계약에 부당하게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관련된 가구·인쇄업체 대표가 브로커 행세를 하며 납품 계약 알선을 대가로 업체로부터 수천∼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 형제의 친척이자 가구업체 직원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이들 업체 대표 등이 납품 계약 알선을 대가로 받은 돈 일부가 전 비서관에게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 분석을 하고 있으며 조만간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광주시 공무원들이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납품 계약을 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 정책자문관과 광주시 공무원들의 불법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한 공무원은 “관공서와 공무원들이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이다”면서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정윤중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