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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풍’이 전국을 뒤덮을 무렵 노무현 후보가 상 도동과 접촉할 기미를 보이자 한나라당 민주계 사이에서 김현철 공천카드가 재부상했었다. | ||
이 신문기사에서 “김현철씨 마산 합포구에 출마 준비” 라고 쓴 제목 빼고는 내용은 틀린 얘기로 구성돼 있다. 거짓말은 김 전 대통령이 아들의 한나라당 공천을 요구했다는 대목이다. YS는 차남의 공천을 요구한 일이 없다. 그런데 요청한 것으로 하고 기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 신문의 기사를 옮겨보자.
‘최근 차남 현철씨를 마산 합포구 재선거에 공천해 달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의 대응태도가 명쾌하지 못하다. 18일 밤 상도동 만찬에서 김 전 대통령의 단도직입적 공천 요구를 받은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19일 같은 민주계 출신 중진인 강삼재 의원을 만나 “밤새 한 숨도 못잤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공표만 하지 않고 있을 뿐 당 방침은 공천불가로 굳어진지 오래지만 “노(No)”라고 말하지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를 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아들의 재선거 출마를 승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선거 출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물론 아들의 정치입문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입문하려면 총선거 때 나서야지 재선거나 보궐선거에 나서는 것은 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게 YS의 생각이다.
YS는 아들이 마산 합포 재선거에 나서는 걸 애초부터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니 한나라당에 공천요구란 애초부터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 어째서 공천을 요구한 것이 기정사실로 돼 얘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YS가 김현철씨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얘기는‘오래된 거짓말’이다. 지난 1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상도동으로 김 전 대통령을 찾았을 때 둘 사이가 껄끄럽다던 인식과는 달리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대체 무슨 말이 오갔기에 이토록 둘 사이에 화기가 넘치는 것일까.
이래서 추리가 시작됐다. 그 추리 중의 하나가 현철씨의 마산 합포구 공천 얘기였다. 일부 신문은 이 총재가 김현철의 공천 약속을 했을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날 회담에서 아들의 공천 얘기는 없었다. 오랜만에 그것도 화해를 원해 찾아온 이 총재에게 아들의 공천 요구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공천 얘기가 나온 건 민주계의 공천구상 탓이었다.
한나라당의 민주계 사람들은 김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사이의 화해를 위해 노심초사해 왔다. 그런 사람들이 구상한 게 김현철씨의 공천이다. 김현철씨를 마산 합포구 재선거에 공천하게 되면 YS와 한나라당의 관계가 손쉽게 풀린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김현철씨에게 한나라당 공천으로 마산 합포구에 출마할 것을 권한 건 김혁규 경남지사와 마산에 선거구를 가진 강삼재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철씨도 이 권고를 받아들여 출마를 고려하게 되었다.
당시 이회창 총재의 상도동 방문을 주선한 서청원 의원도 이런 움직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김 전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 사이가 개선되면 ‘김현철씨의 한나라당 입당, 합포구 공천’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 이게 1월의 때아닌 김현철 공천설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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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현철씨의 공천을 한나라당에 요구 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 ||
그런데 이 총재는 며칠 뒤 김무성 비서실장을 보내 “도지사 공천은 경선을 해야하기 때문에 총재로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한 것. 김혁규 지사에 대한 배려는 없고 엉뚱하게 나오지도 않은 아들의 공천 얘기가 흘러나오자 YS의 마음이 돌아섰다. 이래서 김현철 공천설도 묻혀버렸다.
꺼졌던 공천설에 다시 불이 지펴진 건 노무현 바람이다. 바람을 일으키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노무현씨가 신민주연합을 내걸고 상도동을 찾아가 환담하는 등 상도동마저 노무현의 손을 들어줄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김현철 공천에 불을 지핀 것. 민주계 일부에서 강력하게 권하고 김현철씨가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6월 들어 김영삼 정권에서 건설·내무장관을 지낸 김우석씨가 마산 합포구 재선거에 나서기로 마음을 정하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나라당 쪽에 공천도 타진했다. 그런 단계인데 김현철씨가 김우석씨를 찾아왔다. “마산 합포구는 내가 나가기로 작정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 출마는 내 뜻이기보다 아버지가 더 적극적이다”라고 현철씨는 말하더라는 것. 이래서 김우석씨는 재선거 출마라는 뜻을 접었다.
김현철씨의 재선거 출마는 그를 따라 다니는 두 가지에서 탈출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그 하나는 5년 전 한보비리에 연루됐다는 꼬리표다. 김현철씨는 그가 사법 처리된 케이스와 최근 문제되고 있는 3홍 비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
“5년 전 내가 사법처리된 것은 표적수사의 결과다. 그런데 이게 계속 따라다니며 행동을 제약한다. 이 꼬리표를 떼 내는 것은 선거에서 당선하는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김현철이란 이름 앞엔 언제나 따라 다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라는 관사. 국회의원에 당선해 이 관사를 벗어야겠다는 게 김현철씨의 집념이라는 것.
김현철씨는 재선거 출마가 아버지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해왔다. 주변 사람들은 이 말에 따라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것. 서청원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의 민주계 사람들이 공천문제로 고심하는 것도 김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반대다. ‘도대체 현철이가 마산에 무슨 연고가 있나.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다? 그건 연고가 안된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선거구를 가볍게 정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때도 아주 좋지 않다(아마 3홍 비리로 떠들썩한 시국을 말하는 듯하다). 어떤 조건도 출마하기엔 적절치 않은 것들뿐이다’ 등이 출마를 반대하는 이유다.
김 전 대통령은 아들의 출마를 만류하기 위해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 그래도 YS의 반대는 확고하다. YS의 지시로, 선거지원에 나섰던 사람들 중 일부가 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영향력 큰 후원자가 될 강삼재 의원도 발을 뺐다는 것. 한나라당도 공천부담에서 벗어났다. 현철씨의 공천문제로 YS와 관계가 나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현철씨의 출마결심은 아직은 완강하다는 얘기다.
홍민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