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절단-해외 홍보부스 등 특정 중소기업 특혜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10월 6일 오전 코엑스에서 열린 강소벤처 스타트업 청년매칭 2016년 잡페어 개막식을 마친 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의 안내로 부스를 돌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2월 1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박근혜 대통령 의료게이트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경실련은 특정 중소기업이 박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 3회 선정되고, 생산 화장품이 청와대 선물로 납품되는 등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를 고발했다.
최 씨 일가의 연결고리가 이제 화장품과 의료업계로 이어졌고, 관리감독 기관인 중기청은 이를 방치했다는 폭로였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 씨와 정유라 씨가 자주 다닌 성형외과 원장이 김영재 원장인데, 그의 처남인 박휘준 대표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바로 존제이콥스다. 존제이콥스는 지난 5월과 7월 각각 대기업 유명 면세점 두 곳에 입점했다.
업계에서는 존제이콥스가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입점이 까다로운 유명 면세점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지난 2월 청와대 명절 선물로 존제이콥스 제품을 돌렸고, 지난 5월 아프리카 순방 당시에는 박휘준 존제이콥스 대표가 박 대통령과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순방 당시 중기청과 산업통상부가 마련한 각종 전시행사에서 단독 대형부스가 마련돼 참가업체들 사이에서도 의문이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부스 규모 차이에서도 이 업체는 타 업체의 3~6배가량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정부 인사들을 대동하고 이 전시장을 방문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인 티케이케미칼에 대한 특혜 의혹도 만만치 않다. 티케이케미칼은 최근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인수한 SM그룹의 자회사격이다. 국내 굴지 대기업들도 어렵다는 방미경제사절단에 처음 승선한 것도 모자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틈에서 대한해운의 약진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티케이케미칼은 섬유업종이지만 지난해 크레모렙이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생산해 이란에 진출했다. 당연히 이란 방문단에 포함됐고, 베트남 등에는 주력 사업인 삼라건설이 참가해 각종 계약 수주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이 미르, K스포츠재단 등을 통해 각종 이권개입에 참여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SM그룹과 최 씨 일가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과 어깨를 마주하고 승승장구하는 중소기업, 특히 대통령까지 인정해주는, 중소기업의 꿈같은 현실은 결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혜 의혹으로 비화됐다.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오후(현지시간) 파리 아르코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6 France 현장에서 ‘K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한 우리 기업 및 정부부처들의 홍보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경제사절단은 통상적으로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청을 받거나 중기청이나 코트라에 상담 등을 통해 선정된다. 하지만, 전경련은 두 업체에 대한 신청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코트라 측은 “해외 행사에서 구매상담 등을 위한 신청을 두 업체 다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참여업체 중 일부에게 단독부스나 규모 차이를 두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통상부에서 2013년 이후 개방형 공모를 통해 경제사절단 등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업체에 대한 해외방문 선정 등은 서류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경제사절단 선정은 2013년 8월 베트남 경제사절단 참가기업 접수를 받으면서 산자부가 모집 방식을 개방형 공모로 변경했다. 이는 기업이 이메일을 통해 직접 정부에 신청하고 민간 심의위원회를 통해 심사기준에 따라 참여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2014년 8월부터는 경제사절단 참가 신청방법이 아예 상시 신청으로 바뀌었다. 기업이 정상외교 경제활용포털을 통해 상시모집에 지원하면 해당국가 순방 시 경제사절단 후보군으로 포함하는 방식이다.
산자부는 정상순방 계획이 확정된 후 3~4일의 단기간에 경제사절단에 참여할 기업들의 신청을 받다보니 참여를 원하는 기업이 준비절차를 서둘러야 하는 불편을 개선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매번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박 대통령과 해외순방길에 올라 특혜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중기청 해외시장과에서는 이들 기업이 중기청이 추천하지 않았는데도 중기청 행사 등에 포함된 경위에 대해 담당자가 해외출장 중이라 다음 주에나 답변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여부는 당시 대기업 등의 지원이 먼저 있어 중기청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존제이콥스는 면세점 입점 의혹을, SM그룹은 해운업과 호텔사업 등의 특혜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에 이어 대기업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부르는 대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중기청은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및 기업 지위와 가치 향상을 위한 정부 지원청이지만 결국 정부와 대기업 눈치만 보다 정작 중소기업 일부만 챙기는 듯한 인상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전경련도 모자라 중기청마저 최 씨 일가의 국정농단에 놀아난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SM그룹 박근혜 정부 특혜 논란 확전된 까닭은 경제사절단 단골손님하다 한진해운까지 집어삼킨 ‘우연아’ 신드롬 우연아 대한해운 부사장. 연합뉴스 당초 세계7위이자 국내 1위 해운업체 한진해운의 빈자리는 국내 2위인 현대상선이 채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그간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워온 걸로 유명한 SM그룹이 그 자리를 꿰찼다. 특히 이번 인수전은 우오현 SM 회장이 아닌 그의 딸 우연아 대한해운 부사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박근혜 정부 들어 SM의 사업확장이 커지고 우 회장에 이어 우 부사장이 경제사절단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자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우 부사장은 대한해운 인수 후부터 경제사절단에 선정됐고, 정부 경제 주요 회의에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으론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 방미경제사절단, 프랑스, 아프리카 순방 등에도 동행하면서 박 대통령 비선실세 등과 우 부사장의 연결고리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이 최 씨 등 비선실세들과의 갈등이 회자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우 부사장에 대한 특혜 논란은 더욱 확전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SM그룹 측은 우 회장의 건강상의 이유로 우 부사장이 경제사절단에 대신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우 부사장은 우 회장의 1남 4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1977년 뉴욕주립대를 졸업하고 2011년부터 SM그룹 계열사인 하이플러스카드 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SM그룹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한해운의 부사장직과 2014년 8월 SM그룹이 동양생명과학을 인수하자 대표이사에 올랐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