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에서는 김홍일 의원 탈당 등이 민심 수습의 기초적인 처방이 될 순 있지만 근복적인 회복책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지않고 있다. 이 때문에 노무현대통령후보 주변을 중심으로 민주당에선 획기적인 충법요법 마련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구체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대표적 충격요법으로 김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내치에서 손을 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김 대통령에 대한 분노이자 완전히 등을 돌린 결과”라며 “민심의 분노를 불러온 인사정책의 실패, 측근 비리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김 대통령이 경제를 제외한 내치에서 손을 떼는 게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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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나를?’ 수렁에 빠진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 진영이 ‘특 단의 조치’를 기획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6월4 일 법주사 대법회에 참석한 한화갑 대표 노무현 후보 정몽 준 의원 박근혜 대표(왼쪽부터). 임준선 기자 | ||
이렇게 되면 청와대에서 전 각료를 대상으로한 국무회의가 없어지며, 이들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도 받지 않는다. 김 대통령은 경제관련 장관회의나 안보·국방관련 장관회의 등을 주재하며 이들 분야에 대해 전념하는 방식이다.
법무, 행자장관 등에 대해서는 국무총리가 전적으로 지휘감독권을 지니게 된다.
특히 김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을 떼기위해서는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이 1차적인 선결요건이다.
민주당이 6월28일 최고위원회에서 김 대통령에게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을 건의키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조만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거국중립내각, 박지원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주당에서 제기된 민심수습책을 건의할 예정이다.
이는 특히 김 대통령이 무능하기 때문에 내치에서 손을 뗀다는 차원과는 다르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월드컵 이후 새롭게 제기되는 국민통합이나 21세기 시대적 요구 등을 감안할 때 권력분점이나 대통령 권한의 약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김 대통령이 이를 먼저 실천에 옮긴다는 정치개혁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아들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내치에서 손을 떼라는 감정적 수준이 아니다”면서 “이는 국민신뢰를 잃어버린 원천적인 원인을 도려내고 권력분점을 이루자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미래지향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일각에서 최근 들어 부쩍 ‘책임총리제’나 ‘이원집정부제 정부’ ‘프랑스식 대통령제’ 등을 집중 거론, 주목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대체로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을 떼는 통치체제를 염두에 둔 발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균환 총무는 6월27일 기자들과 만나 “정치개혁 차원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화시켜야 한다”며 “총리에게 권한을 많이 주도록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제가 있는데 양쪽을 다 충족시키는 프랑스 제도(이원집정부제)가 좋다”고 말했다. 박상천 최고위원도 이미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제기한 바 있고 상당수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 아들 및 측근비리가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또 한편으로는 지지기반이 약한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보완하기 위해 사실상 부통령제의 이미지를 갖는 책임총리를 미리 내정, 러닝메이트제로 선거를 치르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가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이인제 책임총리, 혹은 노무현 후보-정몽준 총리, 심지어 신당창당론자들에 의해 제기되는 정몽준 후보-이인제 총리 등까지 다양한 조합을 염두에 두고있다는 논리다.
특히 몇몇 참모들 사이에 시나리오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합종연횡 구도는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와 손잡는 ‘반창연대’다. 호남이 주요 지지기반인 민주당에서 PK 출신 노무현 후보가 TK 출신 박근혜 대표와 손잡게 되면 호남+PK+TK가 결합하는 이상적인 대선구도가 형성된다는 점에서다.
노무현 후보와 박근혜 대표와의 연대는 PK와 TK의 지역적 결합이란 측면 외에도, 박 대표의 보수적 이미지가 노무현 후보의 급진 개혁적 이미지를 보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이원집정부제 논의가 새롭게 제기되고, 노무현 후보 자신도 총리 권한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박근혜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대선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 연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무현 후보가 박 대표에게 줄 선물이 필요하기 때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원집정부제 논란이나 실질적 권한이 보장된 총리 언급은 97년 DJP 연대 당시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후보가 차기 총리를 박근혜 대표에게 제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후보도 대체로 이러한 기본 발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노 후보는 6월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우리 헌법을 들여다 보면 프랑스식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와 유사하게 돼있다”면서 “운영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더구나 중립내각 구성에 대해 질문을 받고 “현 내각이 우리 민주당의 체제에는 도움도 안되면서 의심만 받고 시비만 걸리는 내각이기 때문에 중립내각을 하든 무슨 내각을 하든 관심없다”면서 “의심을 받지않게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권력분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 후보의 발언을 종합하면 책임총리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분점적인 권력구조의 변화에 대해 상당수준 고민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답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민주당에서 이 같은 내용의 건의를 다양하게 접수받고 계속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이대로 임기말을 맞을 수 없다는 시각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식으로든 판을 정리해야 하며, 김홍일 의원 거취나 아태재단해산 정도로는 미흡하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소장파와 당을 중심으로 보다 근본적인 ‘6·29식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으며, 청와대도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민심수습책은 한화갑 대표가 김 대통령을 면담할 7월 초 이후 어떤 형태로든 골격을 드러내 대선정국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