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무소불위 권력 휘둘렀던 최경환 사단 ‘좌불안석’
현 정권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한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금감원은 임 씨의 아들을 사내 변호사로 채용하기 위해 전년도 1년 이상 경력자격 요건을 아예 없애고, 임 씨 아들의 변호사 자격 취득 기간(채용 원서 접수 시 변호사시험 합격한 지 한 달)에 맞춰 요건을 포함시키는 등의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임 씨 아들은 감찰 당시 인사조치되지 않다가 검찰 수사 의뢰 발표 후 돌연 사임했다.
이후 금감원의 비윤리 경영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인사 실무진에 대한 징계만 한 채 당시 인사라인 책임자였던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최종구 전 수석부원장(현 서울보증보험 사장), 김수일 부원장보(현 부원장) 등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6일 검찰은 “전날 금감원에서 이상구 전 부원장보 등에 대해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의뢰를 받았다. 최 전 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수사 중 필요한 경우 소환, 압수수색 등을 할 것”이라며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검찰은 수사력을 총동원해 부정 채용 및 윗선 개입 여부를 파헤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원장이 임 씨와 행정고시 동기이고 금감원장 재직 당시 임 씨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었다는 점에서 최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노조는 김수일 부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13일 자체 소식지를 통해 “일반 직원에게는 감독 책임을 엄하게 물으면서 김 부원장 본인은 직접 증거가 없으니 감독 책임이 없다는 식”이라며 “조직의 명예를 생각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검찰의 칼날이 전현직 금감원 고위층을 겨냥하면서 현 정권 실세들에게 불똥이 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당국 일각에선 현 정부 경제부총리를 지낸 핵심 실세인 최경환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실제로 최 의원은 자타공인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군림하면서 금감원 등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지칭하는 단어가 최 의원을 지칭하는 ‘초이노믹스’였다는 점은 이런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7월 박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비공개 회의 때 배석한 당사자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때는 유일하게 투표하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와 박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과시했다.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키며 금융권에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최 의원이지만 금감원 인사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코너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최 의원이 금융권 인사는 물론 각종 정책에도 입김을 넣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내분으로 불거진 KB금융사태 당시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에서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최수현 원장이 중징계로 선회했고, 이 과정에서 최 의원(당시 경제부총리)이 금융위를 통해 입김을 넣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경환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맨 오른쪽)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맨 왼쪽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연합뉴스
‘서별관회의’ 논란에도 최 의원이 등장한다. 홍기택 전 KDB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자금을 지원한 것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를 통해 당시 최 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륭 금융위원장 등 3인의 압력 때문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최 의원은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별관회의 의혹과 관련해 “전혀 문제 없는 순리적 결정이었고 보안상의 이유로 청와대 서별관에서 했을 뿐 압력이나 밀실행정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최 의원이 사법처리 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 의원이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대한 채용 청탁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지역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황 아무개 씨(35)를 채용하도록 중진공 간부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가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15일 특혜 채용 의혹을 덮기 위해 중진공 간부에게 허위 증언을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 의원 보좌관 정 아무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씨가 위증을 교사한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최 의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현 정권 실세라고 해서 회피할 생각이 없으며, 조만간 최 의원을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금감원 특혜인사와 금융권 특혜대출 등의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그 불똥이 최 의원에게까지 튈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의원과 그 측근들이 각종 정책과 인사에 개입한 정황에 대한 제보도 잇따르고 있어 검찰이 강한 사정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이 최수현 전 원장을 수사선상에 올리면서 최 의원을 따르던 금융권 핵심 인사들은 ‘좌불안석’ 행보를 걷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최 의원 등 현 정권 실세들이 검찰 사정라인에 걸려들 경우 ‘대형 금융권 게이트’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