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수 키우자” vs “밥그릇 챙기기냐”
2015시즌 MVP를 수상한 ‘특급외인’ 테임즈.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선수협은 각 구단이 외인 3명을 보유하고 경기당 2명을 출전시키는 현 제도를 ‘2명 보유·2명 출전’으로 수정하자고 주장했다. 프로야구는 1998년 외국인 선수 도입 이후 꾸준히 2명 보유·2명 출전을 지켜오다 지난 2014년부터 제도에 손을 댔다. 기존 8구단 체제에서 NC와 kt가 창단하며 외인 보유 한도를 늘린 것. 신생팀의 경우 2년간 보유 한도를 1명 더 늘리는 혜택도 주어졌다.
선수협은 이 같은 현행 외인 제도가 ‘한시적 정책’이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10구단으로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력 하락이 우려돼 외인을 늘렸었다”며 “10구단 체제로 2시즌을 치른 현재 별다른 검토 없이 은근슬쩍 3명을 보유하는 외인 제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O는 10구단 체제로 파이가 커지며 리그 전체의 경기력을 우려해 2014년부터 외인 보유 한도를 늘린 바 있다. 김 사무총장은 “막내 구단 kt의 1군 합류 이후 2년이 지났다. 외인 보유 한도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선수협 주장에 KBO는 난색, 구단은 제각각
KBO는 갑작스런 제도 수정에 난색을 표했다. 이들은 “외인 보유를 늘리며 1군 엔트리 인원도 1명 늘려 국내 선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KBO는 800만 관중돌파를 달성한 프로야구의 흥행도 외인 활약이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엔트리를 확대했지만 대다수 팀들이 추가된 1명에 투수를 선택한다. 결국 야수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추가된 자리에 1명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 선수가 경기에 뛰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에 더 자주 나서며 성장한다면 외국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상황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수협은 외인 축소의 대안으로 해외파 복귀 조건과 FA 제도의 완화를 제시했다. 김 사무국장은 “해외 리그에 있는 한국 선수들 중 트리플A 급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들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인과 기량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KBO 야구 규약 105조 2항에서는 ‘외국프로구단과 계약한 선수는 국내 복귀 시 전 구단 계약종료일 이후 2년간 국내 구단과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선수협은 이 같은 조항을 완화해 해외에 있는 선수들이 쉽게 복귀하도록 하면 외국인 선수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선수협은 FA 자격 조건을 더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김 사무총장은 “각 구단의 선수 수급을 원활하게 하자는 얘기다. 프로 구단들은 기량은 좋지만 팀 사정상 활용하지 못하는 선수도 일단은 잡아두는 상황이다”라며 “FA 자격 조건을 완화하면 구단 간 선수 이동이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도 2차 드래프트의 활성화도 주장했다. 이처럼 선수 이동이 활발해지면 국내 선수가 외국인 선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차 드래프트는 지난 2011년 처음 도입돼 2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2차 드래프트를 매년 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 사무총장은 현행 외국인 제도가 지속되며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3명을 유지하며 각 구단에서 드는 비용도 비효율적으로 지출되고 있다”며 “기량이 부족하거나 태도에 문제가 있는 선수가 선발돼 이를 교체하면서 비용이 추가된다”고 주장했다. 연봉 이외에 외국인 선수의 통역, 주거, 차량 비용 또한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처럼 외국인 선수 3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2명에 집중한다면 효율적인 지출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더했다.
각 구단에서는 상황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은 “뛰어난 선수를 보유했거나 외인으로 재미를 봤던 팀은 현행을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그렇지 못한 구단은 우리 측과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내 선수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 비판
하지만 이 같은 선수협의 주장에 팬들은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수협이 국내 선수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 팬들은 이번 외인 보유 한도 축소 주장에 대해 ‘외국인 선수 활약으로 수준 높은 야구경기를 볼 수 있는데 이 규모를 줄이자는 것은 국내 선수 몸값만 높이자는 이기적인 주장’이라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선수 몸값 거품론’을 거론하며 오히려 외인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외인 규모 확대가 국내 선수의 몸값을 낮추진 않는다고 본다”며 “어차피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 엔트리가 개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력 문제를 외국인으로 해결하는 것은 단기간의 처방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2016년을 빛낸 외국인 스타들…니퍼트·보우덴 원투펀치 ‘두산왕조’ 이끌어 외국인 선수로 역대 4번째 MVP에 오른 두산 니퍼트. 연합뉴스 2016시즌 투타 각 부문 기록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각 팀의 특급 외국인 선수들은 타율과 도루, 계투 부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순위표 상단을 차지했다. 투수 중에선 ‘두산 왕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원투펀치 니퍼트와 보우덴이 돋보였다. 니퍼트는 다승, 평균자책에서 보우덴은 탈삼진과 WHIP(이닝당 안타·볼넷 허용률)에서 1위를 기록했다. 최다 이닝 부문에서도 KIA 헥터와 SK 켈리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타자 순위에선 테임즈가 돋보였다. 테임즈는 홈런(1위), 타점(4위), 득점(2위), 장타율(1위) 등 고른 활약을 펼쳐 2015 시즌 MVP의 활약을 이어갔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