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 조장” 비판론…출구 찾다 다시 미로 빠져
지난 12월19일 서병수 부산시장이 기장해수담수화 관련 선택적 공급 방안을 발표하는 모습(위)과 기장해수담수반대부산범시민대책위원회와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 등이 지난 12월 21일 선택적 공급안 반대 시위를 하는 모습.
[일요신문] 한동안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던 기장 해수담수화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부산시가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원하는 세대에 한해 선택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게 새로운 불씨가 됐기 때문이다. 시가 고민 끝에 출구전략을 내놨다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다. 지역 야권도 나서 시의 계획을 비판했다. 시가 내놓은 이번 안에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될 요소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지선정. 기장해수담수화와 관련한 일련의 잡음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고리원전과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시설이 들어선 게 안전성과 관련한 논란을 일으킨 단초가 됐다.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일자 부산시는 미국 NSF 등 국내·외 8개 전문기관에다 수질검사를 의뢰해 총 410회에 걸친 수질검사를 진행, 원수와 정수 모두 인공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시의 이런 노력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진 못했다.
부산시와 주민 간의 입장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평행선을 달렸다. 시와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등이 물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힐 때마다 극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결국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은 2014년 12월 완공된 이후 2년가량 제대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서병수 부산시장이 기장해수담수화와 관련한 새로운 입장을 밝힌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일부에선 ‘공업용수로의 전환’이라는 진전된 해결책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견 내용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선택적 공급. 이게 서 시장이 이날 밝힌 새로운 방안의 요지였다. 서 시장은 “지역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과 물 선택권 보장을 위해 주민의 의사에 따라 원하는 주민에 한해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기장읍, 장안읍, 일광면 지역에 사업비 93억 원을 들여 2017년 말까지 해수담수화 수돗물 전용관로 9.7㎞를 부설하고 산업단지 용수공급과 급수중단 등을 대비해 기존 일광과 장안의 산업단지에 이중으로 설치된 급수관로 중 하나를 해수담수화 전용관로와 연결키로 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전용관로 부설이 완료되면 이들 3개 읍면 주민들은 기존 화명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돗물과 해수담수화 수돗물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시는 일정기간 동안 수도요금을 감면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시의 방침이 전해지자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즉각 반발했다. 시의 이번 방안이 주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더불어, 주민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장 해수담수반대부산범시민대책위원회와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 등은 21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의 이번 방안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이날 “이번 ‘선택적 공급’ 역시 주민의 의사를 왜곡한 일방적 통수 계획이며 주민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매우 악질적인 정책”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일시적인 수도요금 감면과 할인은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건강을 금전적 혜택으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들이 지역에서 고립되는 것을 조장한다”면서 “특히 세입자들이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고 향후 기장으로 전입하는 주민의 권리도 도외시하게 된다. 지역사회에서 엄청난 갈등을 불러일으킬 게 자명하다”고 밝혔다.
당초 공급대상에서 포함됐던 송정지역이 빠진 데 대해서도 격분했다. 예산문제 등을 고려한 결정이란 시의 설명도 이들을 납득시키진 못했다. 이들은 “이는 기장군 내에서 행정에 대한 불신을 크게 키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민민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혈세 낭비란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들은 “부산시는 이미 기장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천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다. 여기에다 다시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관로를 묻는 데다 쓰려한다. 수도요금 인하로 인한 비용발생도 결국 시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며 시를 성토했다.
지역야권도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21일 성명을 통해 “부산시의 이번 해수담수 선택공급은 주민 기만 술책이며 주민 갈등을 조장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해수담수 선택공급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시는 기장해수담수의 꼼수 공급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식수공급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밝혔다.
이처럼 부산시가 고심 끝에 ‘선택적 공급’이란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장해수담수화와 관련한 논란은 오히려 새롭게 확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시의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 후 대다수 주민들이 공급에 반대할 경우 결국 예산만 추가로 낭비하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부산시가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이번 방안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