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 vs ‘환경파괴’ 팽팽
전북 진안군과 환경단체가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전북 진안군과 환경단체가 ‘마이산 케이블카(삭도)’ 설치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진안군이 추진 중인 마이산 케이블카 사업이 시민단체의 환경 논리와 군의 개발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수년째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발단은 진안군이 마이산의 풍경을 눈과 사진에 담으려는 관광객이 줄을 잇자 더욱 쉽고 편안하게 마이산을 오르는 방법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고안하면서 비롯됐다. 1997년 10월 전북고시(387호)를 거쳐 마이산 도립공원계획에 반영됐다. 2015년 6월 케이블카 설치사업 추진계획이 수립됐고 지난 2월 환경단체 관계자 3명이 포함된 타당성 용역 자문위원회가 구성됐다.
환경단체의 반발은 진안군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추경예산 6000만 원을 편성한 2015년 9월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줄사철군락, 청실배나무, 삵 등 천연기념물 서식지로 청정 생태계를 가진 마이산의 명성이 깨질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두 집단 사이 감정의 골은 이달 들어 더욱 깊어졌다. 진안군은 2017년 예산에 케이블카 설계 용역비로 10억 원을 요구했고 지난 9일 진안군의회는 예산결산위원회를 열어 ‘예산은 승인하되 사업은 국비 확보 후 시행한다’며 조건부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약속해놓고도 군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타당성 조사 용역 중 경제성 부분을 제3의 기관 두 곳(경기대 관광경영학과와 미립회계법인)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도 엇갈렸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경기대에서 분석한 결과 영업 손실, 환경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군이 의도적으로 이 부분을 빼거나 외면하고 있다”며 “진안군의 들러리 역할을 할 수 없어 3명 전원 자문위원직을 사퇴했다”고 말했다.
진안군은 용역 보고서가 적절하다고 본 미림회계법인의 분석 결과를 취사선택해 사업의 당위성을 펴고 있다. 이항로 진안군수는 열악한 진안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케이블카 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안군 이장협의회 10여 명도 2015년 12월 성명을 내고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한 마이산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적으로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단체를 향해서도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으로 군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갈등의 본질은 환경문제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마이산은 지형·지질학적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높다”며 “지질학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천혜의 자원을 케이블카 사업으로 훼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진안군 관계자는 낙후된 지역 경제 살리기를 들어 “친환경적인 케이블카 설치로 가닥을 잡아 우려할 만한 환경 훼손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진안군은 지난 22일 자문위원회에 타당성 용역 검증 결과를 보고하고 2017년 1월부터 실시설계를 진행,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사전재해 영향성 검토 등을 거칠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완강해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마이산 케이블카는 진안군 진안읍 단양리 사양제 인근∼봉두봉 인근∼마령면 동촌리 동장골 인근을 잇는 노선으로 총 길이는 1.59㎞다. 실시설계가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건축물·지지대 위치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