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부터 터트린 ‘면세점 강남시대’···관세청 로비 등 각종 의혹 확전 조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관세청은 17일 서울 시내면세점을 운영할 새 대기업 사업자로 롯데면세점과 신세계DF, 현대백화점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2015년 11월 재심사에서 탈락했던 잠실 롯데월드점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정부 발표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들 대부분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사업자를 선정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면세점 사업자와 관련한 뇌물죄 의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 중 하나”라며 “박영수 특검도 재벌총수 3인(이재용, 신동빈, 최태원)을 출국금지하는 등 뇌물죄 의혹을 정조준한 상황에서 면세점 선정을 강행한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관세청은 “특검 수사에서 관련 비리가 밝혀지면 해당 업체의 사업권을 박탈하겠다”며 “추가 사업자는 새로 선정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불공정과 갑질 논란으로 지역 경제를 해치는 롯데 등 대기업 서울시내 면세점사업 선정 심사기준을 공개하라”면서 관세청의 선정기준과 사업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정부가 서민경제 대책에선 법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면세점 선정은 그때그때 변경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세청은 “지역여론 평가 및 사회 공헌도와 공정거래 노력도 등 관련 평가 지표가 있다”면서 “지역 여론은 상권, 시민, 주민,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정거래 노력도는 업체 불공정 행위 등을 담는다”며 선정기준과 심사절차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출처=연합뉴스
실제로 이번 3차 시내면세점 선정 평가 뒤에 그동안의 평가 결과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심사 채점 등의 관세청 행정이 오락가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차 최하위였던 현대면세점이 이번엔 1위를 하는가 하면, 1차 심사 때 1위였던 HDC신라면세점은 이번엔 5개 업체 중 4위 밖으로 밀려나며 고배를 마셨다. 2015년 11월 2차 심사 때도 논란은 있었다. 유통업을 하지 않는 두산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가져가자 의문이 제기됐지만 관세청은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들의 일자리 문제가 대두되자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뽑기로 하고 이번에 롯데 월드타워점을 포함해 세 곳을 다시 선정했다.
따라서 특혜성 허가 의혹은 오히려 확전되고 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 회장을 독대하고 롯데는 최순실 관련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제공하는 등 금품을 통해 롯데면세점 선정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주목되고 있다. 롯데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십억 원을 출연하면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공고가 롯데 측에 유리하게 작용됐다는 의혹은 이미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년 의원(더민주당)은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천홍욱 관세청장을 상대로 이 같은 의혹을 질의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지난 3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신규 면세점 입찰 때 ‘감점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으나 두 달 뒤인 입찰공고 당시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천 청장은 해당 의혹에 대해 “신규 면세점 특허는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 모든 업체에 동일한 신청 기회를 제공한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천 청장의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위반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오히려 줄었는데 관세청이 ‘신규특허신청’을 공고했다는 지적이다. 고시를 보면 신규특허신청 공고는 ▲전체 시내면세점의 이용자 수와 매출액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각각 50% 이상인 경우 ▲광역단체별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 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 관세청장이 공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관세청이 2014년과 2015년 문체부 등의 통계를 비교해야 하지만 2014년 통계만 가지고 고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천 청장은 “2015년 통계가 9~10월에 나온다”며 3월 공고에서는 미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 감소는 미리 예측이 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시기를 앞당기고 사업자 선정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발표하면서 서울에만 면세점 4곳이 새로 생기게 됐다. 기존 면세점 중 상당수가 매출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신규 면세점 숫자를 늘려준 배경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청장은 “외국 관광객 중 80%가 서울 관광객”이라며 “전체 면세점 매출액의 80%를 외국인이 구입하고 있다.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의 40% 정도가 국산품으로 여러 가지 고려해 서울에서 계속 추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천홍욱 관세청장이 지난 10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들어 시내 면세점은 급격하게 수가 늘었다. 2014년 이후 3년 새 서울은 2배로, 전국엔 10곳이 늘었지만 2016년 상반기 흑자를 낸 곳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드 논란으로 면세점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주춤하고, 이미 포화상태인 면세점 시장으로의 추가 진입은 업체 간 과당 경쟁과 수익성 악화 같은 부작용만 더 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이런 갖가지 의혹과 부작용 전망에도 정부가 면세점 사업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결국 ‘정경유착’으로 방점이 찍히고 있는 모양새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박근혜 정부와 재벌 간의 검은 연결고리와 맞물려 관세청과 재벌의 커넥션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조사를 담당했던 의원실에 따르면, 면세점 입찰 업체를 심사하는 특허심사위원회의 민간위원 명단 제출 요구에 관세청은 공개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허심사위원회의 심사위원은 개정전 고시에서 관세청장이 임기 2년의 심사위원 집단 50명을 위촉하고, 이 중에서 심사위원을 선임하여 심사를 진행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1차 시내 면세점 선정을 앞둔 2015년 7월 개정된 고시에 의해 관세청장이 아무 제약없이 직접 심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게 변경됐다.
1차 심사 당시에도 심사에 참여한 외부 심사위원 8명은 기존 심사위원 집단에 포함돼 있던 사람들이 아닌 전원 새롭게 선임된 인사들로 채워졌다. 시내면세점 심사를 위해 관세청장 자의로 심사위원을 선임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2015년까지 과열 경쟁을 우려하며 면세점 추가 입점에 부정적이던 관세청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면세점 선정에 정부의 입김이 반영되도록 추진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특검 수사나 국회가 요구한 감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존 제이콥스 입점이 면세점 선정 기준? 서울시내 대기업 신규 면세점이 선정 발표된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화장품’ 브랜드로 알려진 ‘존 제이콥스’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존 제이콥스가 입점해 특혜 시비가 일었던 신세계DF와 HDC신라의 명암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에 입점해 있던 존 제이콥스 매장모습. 연합뉴스 존 제이콥스는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내 면세점과 장충동 신라호텔 내 면세점에 나란히 입점해 있었다. 그러다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졌고, 박 대통령과 최 씨와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신라면세점은 해당 매장 철수를 결정한 반면, 신세계면세점은 유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존 제이콥스가 남아있는 신세계는 살아남고, 철수시킨 신라면세점은 고배를 마셨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