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 김재욱 한의기반연구부장 인터뷰
특히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내놓고 있는 첨단 한의학 의료장비들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그 저변에는 한의학과 다양한 과학 분야의 융합연구가 깔려있다.
한의학연에는 한의학 전공자뿐 아니라 화학자, 기계공학자, 로봇공학자, 물리학자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한의학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재욱 박사도 한의학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 중 하나다.
한의학연에서 한의기반 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김재욱 박사는 포항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스웨덴 Chalmers University와 Gothenburg 대학에서 나노 물리로 석사와 박사를 받은 정통 물리학자다.
지난 2009년 한의학연구원에 발을 들인 그는 한의학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한의학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앞당겼다고 평가받는 ‘맥진기’와 ‘사상체질 기반 건강진단·자극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그가 전공했던 나노물리학이 한의학을 만나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의학이 가진 ‘비 침습성(피부를 찌르지 않는 성질)’과 ‘비 접촉성’이 원격화되고 개인화되는 미래의 의료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 전혀 다른 전공인 한의학에 뛰어든 계기는?
“박사후 과정에서 이론물리를 전공했다. 당시 연구논문이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라는 권위지에 실렸다. 그러나 이 논문이 사람의 실생활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남은 연구인생에서 물리를 계속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며 생활에 밀접한 연구분야를 물색했다.
이 과정에서 가까운 사람이 몸이 아팠다. 그래서 건강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의식혁명’이라는 데이비드 허킨스 박사의 책이 가슴에 와 닿았다. 허킨스 박사의 관점에 따르면 한의학은 깨달음의 경계에 있었으며 여기에 매력을 느꼈다.
마침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뇌파연구를 하는 물리학자를 찾고 있었다.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현재 국선도 수련을 10년 째 계속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우수한 것이 많다. 발전하는 것은 대부분 눈에 안 보이는 것이다. 한방에는 대표적으로 기가 있다. 이것을 의공학 기술에 접목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한의학은 미개척지, 탐사하는 느낌”
-비 과학 분야로 인식되는 한의학에 이질감은 없었는지
“한의학은 수천 년의 역사적 검증을 거친 임상과학이지만, 한의학을 현대과학의 언어로 과학화하고 있다..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 울타리가 쳐진 곳에 들어가면 심리적 안정감이 있다. 한의학은 울타리가 쳐지지 않은 영역이기에 심리적인 불안감을 개의치 않는 도전정신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아직 미개척 분야이기에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토대가 있다. 미개척 지역을 탐사하는 느낌이 든다”
-맥진기란? 그리고 맥진기가 사람의 진단보다 더 나은 점은?
“우리 몸에는 ‘3부9후’라는 맥을 짚는 곳이 있다. 우리의 순환계가 동맥이 돌출된 곳인데 그 부위를 통해 맥의 강약을 알고 혈류의 공급이 어디가 부족한가를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이 맥진이다.
맥진은 사람마다 다르다. 센서로는 맥파가 뛰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맥을 세게 짚거나 약하게 짚었을 때가 다르다. 이러한 미세한 맥을 측정하기 위한 구조물이 필요하다. 각 사람의 차이에 영향이 거의 없는 맥진 센서기술과 구조물을 수직으로 누르는 가압기술, 이 두 가지가 맥진기의 핵심이다.
그 다음으로는 맥폭(맥의 주기), 맥심(맥의 깊이), 활삽(맥이 부드럽게 흘러가는 정도), 맥력(맥의 힘) 장단(맥이 빠르게 흐르는지)) 등 ‘28 맥상’이라고 불리는 측정 후의 맥진의 정보를 물리학으로 표현하는 방법과 임상연구를 위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한의사의 컨디션에 따라 맥을 다르게 짚을 수 있다. 맥진기를 이용하면 주관적 요소가 원천 차단된다. 시간 변화는 사람보다 훨씬 민감하다. 사람이 진단하는 것보다 많은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한의학의 의공학 연구에서 어려운 점은?
“한의학은 한의사마다 본인만의 잣대가 있다. 이 잣대는 한의사마다 다르다. 즉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명확하게 만드는 작업이 임상연구다.
임상연구를 통해 맥의 정보를 통계와 콘텐츠로 만들고 유의미한 분류를 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이 한의학의 과학화를 만든다.
그러나 한의사마다 각각 소견이 다르고 임상연구가 어려워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는데 난관이 많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주제는?
“맥진기와 한방의 ‘기’에 대한 기반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생체의 심장 운동은 전기신호에 따른 것으로 전기신호가 먼저 발생한 후 생리적 현상이 뒤따른다. 전기적인 패턴을 보는 것과 외부에 미세전류를 가했을 때를 연구하고 있다. 뇌파 쪽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여성계 질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원격진료에 한의학이 강점 가질 수 있어”
-한의학이 양의학보다 다소 불안정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연구자로서 한방의 미래는?
“객관적 진단 도구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한방은 몸은 아픈데 진단기로 별다른 소견을 찾지 못하는 ‘미병군’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기능적 질환에 큰 강점을 갖는다. 한방은 맥진이나 설진 등 더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서 환자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한방도 병리에 대한 표준이 만들어지고 객관적 진단기기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한의학연에서 한의학을 객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만 가지곤 부족하다.
중국은 중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서구에서도 양의학으로 다루지 못하는 영역에 중의학, 전통의학 등 대체의학을 도입하고 있다.
지금은 한의학이 경쟁력이 있지만 십수 년이 지나면 경쟁력 있는 서구와 중국보다 쳐질 수밖에 없다.
한의학의 발전은 한의사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한의학 연구풀이 커져야 하며, 한·양방 통합협진도 대중화 돼야한다. 이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물리학자 입장에서 볼 때 현 양·한방 협진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재의 의료계가 안타깝다.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디든 시장에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시대로 진입하면 의료 빅데이터로 갈 수 밖에 없다.
우선 자료의 표준화가 시급하다. 자료는 모여야 힘이 생긴다. 미래의 의료는 개인화로 갈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대중화되면 체질별로 건강관리가 다르다. 체질별 관리가 다르므로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음식섭취, 수면 등 개인의 생활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자료를 모아야 맥락을 이어 들어갈 수 있다”
-한방의 원격진료가 가능할 것인지?
“한방의 원격진료 가능성은 아주 좋다. 원격진료의 기본은 생체의 ‘비 침습’, ‘비 접촉’ 기술이다.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준비만 돼 있으면 바로 원격진료가 가능하다. 비 침습·비 접촉식인 한방은 U-헬스케어, 모바일 헬스케어에 정말 잘 맞는다.
한방은 자고 일어났을 때 맥진기로 측정하거나, 음식 재료에 따른 배변상태, 개인의 생활 습관 관찰 등으로 진단할 수 있다. 개인화되는 의료의 방향에 적합해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지고 발전시킨다면 큰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방 의료기기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웨어러블 맥진기, 휴대용 설진기,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안색과 혈 상태를 보는 진단기기 등이 있을 수 있다. 더 많은 융합연구와 더 많은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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