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이 맡은 계열사, 분가 위해 몸 불리나
KCC그룹 차남 정몽익 KAC 회장
한편 재계에서는 삼부건설공업 인수가 KCC 계열분리의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부터 KCC의 상장계열사인 KCC, KAC, KCC건설 3곳의 계열분리를 점쳐온 터다. 이렇게 점친 가장 큰 이유는 정상영 명예회장의 아들 삼형제, 즉 장남 정몽진 KCC 회장, 차남 정몽익 KAC 회장,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각각 계열사 최대주주 혹은 주요 주주로서 경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진 회장은 KCC 최대주주로 18.0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정몽익 회장은 KAC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삼남 정몽열 사장은 KCC건설 지분 29.99%를 보유해 KCC(36.03%)에 이은 2대주주다. 그러나 정몽열 사장이 KCC건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몽열 사장은 KCC 지분 5.27%를 갖고 있는데 KCC의 최근 주가 36만 원 정도로만 쳐도, 보유 지분은 2002억 원 수준이다. 정 사장이 이를 모두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KCC건설 지분을 매입한다면 어렵지 않게 KCC건설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2016년 5월 정상영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KCC건설 지분 5.18% 전량을 정몽열 사장에게 증여한 것도 계열분리설에 힘을 보태는 일이다. KCC 관계자는 “지분 증여나 매입은 개인의 일이라 그 의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만 했다.
KCC 본사 전경. 사진제공=KCC
차남 정몽익 회장의 행보도 눈에 띈다. 삼부건설공업은 콘크리트파일(PHC) 제조 회사로 자동차용 유리를 제조하는 KAC와 사업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KAC가 삼부건설공업을 인수한 건 정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몽익 회장은 KCC 사장을 겸하고 있어 KCC와 KAC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KAC 측에 따르면 KCC는 삼부건설공업 인수 검토 과정에서 어떤 계열사를 인수 주체로 할지 논의한 끝에 KAC로 결정했다. 이 인수 주체 결정 과정에서 정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것. KAC 관계자는 “KAC의 매출 증대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삼부건설공업을 인수한 것”이라며 “KCC가 당초 삼부건설공업 인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몽익 회장의 (KAC의 인수) 지시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업 연관성이 없는 삼부건설공업 인수를 두고 재계 일부에서는 정몽익 회장이 향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두고 자신이 맡은 회사의 몸집을 불리겠다는 의도로 풀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KAC는 KCC와 KCC건설에 비해 덩치가 크지도 않으며 이렇다 할 자회사가 없다. KCC는 그룹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KCC건설은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4곳(금강레저, 대산컴플렉스개발, 미래, 케이퓨처파트너스) 중 미래와 대산컴플렉스개발의 지분을 각각 23.57%, 80%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KAC의 경우 정몽익 회장이 금강레저 최대주주로 있다는 것이 전부다. 금강레저의 사업은 골프장 운영 하나뿐인 데다 2015년 매출은 97억 원 수준으로 기업 규모도 작다. 형인 정몽진 회장의 KCC, 동생인 정몽열 사장의 KCC건설의 몸집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 회장 입장에서는 자신이 맡고 있는 회사의 덩치를 더 키울 필요가 있다는 풀이다.
하지만 KCC는 형제 간 계열분리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KCC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는 수익 창출을 위한 것일 뿐”이라며 “내부에서 계열분리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