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속 묻지마 특별임용…“경영농단”
부산교통공사 노조는 구조조정 등의 문제로 박종흠 사장에 대해 불신임을 결의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7일 파업 모습. 연합뉴스
[일요신문] 부산교통공사의 노사 갈등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양측 간 감정의 골이 점점 깊어지더니 급기야 노조가 박종흠 사장에 대해 불신임을 결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사측이 노조의 이번 의사표시에 대해 노조간부에 대한 대규모 징계와 함께 구조조정을 펼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노사양측의 갈등이 끝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부산교통공사의 이번 노사갈등은 오는 4월 예정된 다대선 개통을 앞두고 사측이 기존 노선 인력을 줄이기로 한 데서 비롯됐다. 이미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노조가 파업하는 등 노사 간의 불신이 팽배해진 상태다. 게다가 사측의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노조가 드디어 전면전에 나섰다.
노조는 우선 새해 첫 출근일인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범내골역, 서면역, 시청역 등 세 곳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이와 병행해 12일부터 16일까지 전체 조합원의 76.9%인 2488명이 참가한 가운데 박종흠 사장의 신임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표결 결과는 예상에서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참가자의 97.6%가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노조는 이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17일 오전 10시 30분 부산시청 앞에서 대규모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전면 투쟁에 들어갈 것임을 밝혔다.
노조는 이에 앞서 배포한 성명을 통해 경영진을 강력 비판했다. 이번 표결 및 투쟁이 박종흠 사장으로 대표되는 경영진들의 부당전보 및 독선적 징계 남발 등으로 초래된 노사관계 파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명백히 했다. 안전업무 아웃소싱·안전인력 축소 등으로 야기되는 부산지하철의 부실화와 불명확한 정규직 특별임용·전시성 해외사업 남발과 실패 등 경영농단에 따른 총체적 경영 난맥상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 노조 등에 따르면 공사는 올 4월 개통예정인 1호선 다대구간 개통을 계기로 기존 노선 안전인력을 축소하고 안전업무 아웃소싱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16일자로 4호선 안전인력(기관사) 30명을 1~3호선으로 부당전보 조치했다. 이로 인해 4호선 역사 안전인력 근무자는 기존 2명에서 1명으로 축소됐다.
또한 공사는 2월부터 1, 2호선도 기존 3명 근무체계에서 상시 2명 근무체계로 안전인력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사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하루 100만 명에 가까운 승객이 이용하는 부산지하철 역사의 안전인력이 최대 50%에서 33%까지 감소하게 된다.
공사의 안전업무 아웃소싱 계획도 비판의 대상이다. 공사는 교통카드 충전기, 승차권 발매기, 승하차 게이트 등 역무자동화기기 업무를 전면 외주화하고 무인운전을 확대키로 했다.
다른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노조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노조 관계자 A 씨는 “지하철 업무는 24시간 가동 체계다. 이에 맞춰 현장 근무는 대부분 3조2교대 체계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실시한다”면서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공사는 효율화를 목적으로 야간 근무를 축소하고 야간 당직제도를 폐지하는 등 구조조정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하철 안전 업무의 핵심인 안전 점검과 정비 작업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무시한 조치”라고 말했다.
노조는 경영농단에 대해서도 함께 지적했다. 공사는 지난 2일 계약직 2명에 대해 정규직 특별임용을 실시했다. 공사 내에는 정규직 외 차별적 노동자로 전문계약직, 상용직, 비정규직 등 161명이 있다. 공사는 이들 가운데 유독 2명에 대해서만 그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특별임용을 진행했다.
특히 이 부분은 정규직 특별임용 시점이 공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안전인력 축소 및 아웃소싱 계획 발표를 준비한 시기와 맞물린 터라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경영난맥상에 대한 지적도 함께 나왔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 B 씨는 “공사는 2015년 3월 다국적 컨소시엄에 참여해 페루 리마 도시철도 2호선 시공감리 용역을 1억 1000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대대적으로 밝혔으나 현재까지 단 한 명의 직원도 페루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사업 진행의 난맥으로 현지 파견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경영진이 단기적 성과를 목적으로 전시성 해외사업을 무분별하게 진행했다는 게 드러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 측의 비판과 투쟁에도 사측의 입장은 강경하다. 공사는 2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불법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 40명을 중징계하기로 했다. 중징계는 정직부터 파면까지 해당한다. 또한 사측은 구조조정의 속도도 줄일 뜻이 없음을 나타냈다.
부산교통공사 김현중 인사부장은 19일 가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징계 방침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 구조조정 또한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구조조정 문제는 노조와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의 노사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노사갈등은 향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노조의 투쟁이 최근 불거진 최순실 국정사태와 맞물리면서 친박핵심인 서병수 시장에 대한 반대투쟁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파업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막대한 불편을 끼친 점을 감안하면 하루 빨리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