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스크린 대표스타 자리 놓고 치열한 흥행대결
조인성은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으로 9년 만에 스크린에 나섰다. 군 입대 전인 2008년 출연한 <쌍화점>을 끝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지 못했기에 관객으로부터 얻는 평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흥행이 절실하기는 현빈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멜로와 로맨스 장르에서 활약해온 그가 자신을 대표해온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처음으로 범죄액션에 도전한 영화가 바로 <공조>(감독 김성훈·제작 JK필름)다. 3년 전 출연한 <역린>이 384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워낙 기대치가 높았던 탓에 현빈은 물론 제작진 역시 크게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이번 <공조>를 통해 흥행은 물론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에 존재를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공교롭게도 조인성과 현빈의 주연 영화는 1월 18일 나란히 개봉했다. 상영 첫 주 대결에서는 <더 킹>이 조금 앞섰다. 설 명절이 시작되는 27일부터 30일까지의 연휴 기간이 이들 영화가 본격으로 흥행을 겨루는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섣불리 순위를 점칠 수 없는, 치열한 2라운드가 시작됐다.
영화 ‘더 킹’ 홍보 스틸 컷.
#조인성 “외압? 실체 본 적 없어 두려움도 없었다”
<더 킹>은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가 강한 영화다. 최고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야망에 사로잡힌 검찰 집단을 내밀하게 비추면서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전·현직 대통령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를, 실제 일어났음직한 상상력으로 버무린 솜씨가 탁월하다. 어수선한 현 시국이 영화의 초반 흥행을 돕고 있다는 평가 역시 설득력을 얻는다.
조인성은 주인공인 검사 태수 역이다. 영화는 태수가 보내는 30여 년의 시간을 보여주며 권력을 차지하려는 한 남자의 욕망을 담아낸다. 영화를 본 관객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카메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전·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그대로 등장하는 등 현실 묘사가 탁월하다. 이에 더해 풍자의 시선까지 견지하면서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려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만큼 주연을 맡은 조인성의 마음도 무거웠을 테지만 그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조인성은 “출연은 망설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정도의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나. 외압? 나는 겪어보지도 않았고 그 실체를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나는 용감했다. 오히려 부담은 다른 쪽에서 왔다. 내 몫만 하기엔 분량이 너무 많았다. 앞서 출연한 <비열한 거리>, <쌍화점>도 그랬다. ‘난 왜 분량 많은 영화에 끌리지’, ‘하이 리스크는 하이 리턴이잖아’, 별별 생각이 들었다.”
조인성이 <더 킹>에 참여한 각오가 어느 때보다 단단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11년 군대 제대 후 꾸준히 영화 출연을 노렸지만 그 기회를 쉽게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 주연 드라마가 잇따라 성공하는 가운데서도 유독 영화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다행히 조인성은 그렇게 쌓은 아쉬움을 <더 킹>을 통해 털어내는 분위기다. 영화는 완성도는 물론이고 조인성의 연기에도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20대 땐 노출도 좀 하고 강한 연기를 해야 진짜 배우가 되는 줄 알았다”는 조인성은 “이젠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그런 조인성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있다. 배우 고현정과 차태현이다. 조인성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차)태현 형과 (고)현정이 누나”라고 주저 없이 꼽았다. 자신을 나무라 치면 두 배우는 “흙과 태양 같다”고 했다.
“태현이 형과 현정이 누나의 카리스마가 너무 달라서 다른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 조언을 듣고 나는 선택을 하면 된다. 궁금한 게 생기면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태현이 형은 결혼에 관한 조언도 한다. 마흔 살은 넘기지 말라는 말도 듣는다.”
영화 ‘공조’ 홍보 스틸 컷
#현빈 “캐릭터에 맞게 근육까지 설계”
현빈은 조인성과 비교하면 더욱 판타지로 둘러싸인 배우다. 친근한 매력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신비주의 스타에 가깝다. 가끔이나마 일상을 보여준 적도 없다. 그 흔한 SNS 역시 하지 않는다. 조인성은 이광수, 송중기, 김우빈, 도경수 등 선후배들과 자주 어울려 여행을 다니고 술자리를 갖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현빈의 사생활은 철저히 베일에 싸인 듯하다.
그래서일까. 현빈은 여전히 여성 팬으로부터 절대적인 인기를 얻는다. 알고 싶고, 더 보고 싶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런 현빈이 얻는 인기의 진원지는 대부분 그동안 출연해온 드라마. 때문에 그의 영화 <공조>는 더 새롭다. 로맨틱 코미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남을 것 같던 현빈의 ‘결심’이 엿보이는 선택이다.
“남북한 공조 수사라는 콘셉트가 흥미롭고 재미도 상당하다. 기존에 없던 방식이다. 5개월간 액션연습을 했다. 캐릭터에 맞춰 트레이닝 방법을 바꿔가면서 근육을 설계했다. ‘역린 때보다 몸집이 더 크다. 촬영까지 총 10개월이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잔부상을 달고 살았다.”
현빈은 <공조>에서 원수를 찾아 남한으로 온 군인 출신 형사라는 역할뿐 아니라 실제로도 와신상담을 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몸집을 키우고 고난도 액션을 거침없이 소화하는 모습에서 다양한 연기로 외연을 넓히려는 각오가 엿보인다.
한층 깊어진 연기력 역시 현빈을 향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현빈은 촬영현장을 알아가려는 노력으로 수동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취미를 시작했다. 여행을 가서도 주로 렌즈를 바꿔가면서 자연풍광을 찍는다.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점”이 사진의 매력이라고 했다.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다양한 카메라 앞에 서왔다. 그런데도 카메라에 대해 잘 몰랐다. 그래서 스틸 수동 카메라를 시작했다. 사진을 찍고부터는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