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둘 뽑아 이사회 최종 임명…직선제 맞아?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의 불명예 중도 퇴진으로 이대 총장 공백이 세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일요신문DB
이대 사태 이후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총장해임요구 집회를 열었다. 이때 최경희 전 총장의 사퇴와 함께 총장선출제도의 개선이 언급됐다. 이들은 “작금의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상 재단이 지명하는 인물이 총장으로 선출되는 의사결정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대 학생들은 교수협의회와 함께 지난해 11월 3일 3차 총시위를 가졌고 이때도 기존 총장선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수협 측 발언자였던 임동훈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현재 총장 선출 제도는 간접선거 외피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재단이 지명하는 인물이 총장이 되게 돼 있다”라면서 “총장 선출 제도를 민주화해야 하며 직선제를 유력한 안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교수들과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일환으로 이대에 교수평의회가 꾸려졌다. 지난해 12월 14일자로 이대 직제에 교수평의회가 포함됐다. 교수평의회는 이대 전체 교수를 대변하는 대의기구다. 구성원은 각 대학과 대학원에서 선출한 평의원들로, 임원은 의장 1명, 부의장 2명, 감사 2명, 총무 약간 명이다. 이 중에는 교수협 교수 일부도 포함돼 있다. 이후 지난 6일 전체 교수회의가 열렸고 참석인원의 83%인 217명의 교수가 찬성표를 던지면서 직선제안이 통과됐다. 이후 이화학당 이사회는 지난 16일 총장 직선제 내용을 담은 ‘총장 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 제정을 승인했다.
총장 추천 규정을 보면 만 65세 정년에 이르지 않은 이화여대 교원에 한해 이대 총장 후보 자격을 부여하고 학내 선거관리위원회는 교직원, 학생, 동창 등 11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후보자 등록 시 △자기소개서 △학교 발전에 대한 소견 △20~24명 추천서 △최근 5년간 연구업적목록 등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입후보자 등록공고일 후 15~40일 이내에 총장 선거를 실시하고, 소견발표 및 정책토론회 실시 후 투표를 통해 1·2위 득표자를 순위 표기 없이 이사회에 추천한 뒤 이화여대 총장을 선출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전까지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선출한 복수의 총장 후보 중 1인을 이사회가 최종 임명하는 구조에서 16대 신임총장의 경우 교수, 학생 등의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 2인이 정해지게 됐다. 다만 이사회 총장추천규정에는 득표 순위 1, 2위 후보를 순위 구분 없이 재단에 추천해 이사회가 임명권을 행사하게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이에 교수와 학생들은 득표가 많은 후보가 총장으로 임명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직선제로 바뀐 뒤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학내 구성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다. 교수평의회는 교수·직원·학생 투표 반영비율은 100:10:5로 한다는 ‘총장후보자 선출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사회는 동문도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고려해 100(교수):12(직원):6(학생):3(동문)으로 비율을 결정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등은 1(교수):1(직원):1(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주장하고 있다. 이대 학생들은 학생할당비율확대와 총장 후보 연령제한 폐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국회 청문회에서 최 전 총장의 반대편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혜숙 교수의 총장 선출을 막기 위해 연령제한을 둔 것이 아니냐”며 “재단 세력를 공고화하기 위해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는 2월 말 이대에서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예정돼 있지만 총장 없는 입학식, 졸업식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대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입학식과 졸업식과 같은 큰 행사에 총장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며 “16대 총장 선출규정이 확정만 된다면 선관위가 구성되고 신임총장이 선출되는 과정이 차례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이사들이 2월 안에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2월은 방학 기간으로 교내에 있는 학생들이 적기 때문에 선출을 개강 이후로 연기해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총장 후보로는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을 맡았던 김혜숙 철학과 교수, 박동숙 정책과학대학원장, 이공주 약학과 교수, 김은미 국제대학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국내 대학 4곳 ‘총장 직선제’ 학생들 참여 비율 제각각 이화여대의 총장선출이 직선제로 결정되면서 간선제를 시행하던 다른 대학들 내에서도 직선제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특히 제주대를 포함한 국공립대의 경우 직선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는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도입됐지만 교수들의 선거운동으로 변질되는 등의 병폐를 겪으며 간선제로 바뀌어 왔다. 교육부에서는 총장 간선제를 시행하는 국립대학에 한해 부실 국립대 선정에서 제외하거나, 일부 정부 사업의 경우 총장 간선제를 선택한 대학을 우선순위로 지원하겠다는 기준을 적용하기도 했다. 국내 대학 중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는 곳은 4개 대학인 것으로 확인된다. 국립대 중에서는 부산대가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대는 전체 투표권의 2% 정도인 학생 대표 20명 정도가 총장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교수 100%가 투표에 참여하고 서울시립대는 교수와 직원 10:1의 비율로 참여한다. 조선대는 학생 투표가 7% 반영된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