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운전차 2020년 상용화 목표…9월 고속도로 실험 계획
DeNA의 로봇택시.
가까운 미래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장소 인근 역에 마치 놀이기구를 타려는 듯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어 버스가 도착하자 차례차례 승객들이 탑승한다. 어라, 그런데 이 버스엔 운전자가 없다.
최근 TV에서 ‘무인 자동운전(자율주행)’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자동차를 주행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컴퓨터가 자동으로 판단해 운전하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그리고 관련 자동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무인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릴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2015년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선수단과 관광객들에게 무인 자율주행에 의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속도로에서의 자동운전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인프라를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기술 개발 및 제도 개혁을 촉진하는 로드맵을 책정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아키타현 도로에서 무인 버스가 시험적으로 운행되는 것을 시작으로, 올 9월에는 도메이고속도로 및 수도고속도로 등에서 대규모 실증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자율주행은 4개의 레벨로 나뉜다. 먼저 레벨1은 가속, 브레이크, 핸들 중 1개가 자동화된 것으로 이미 많은 자동차업체가 실용화했다. 예를 들어 현재 일부 차종들이 제공하는 ‘충돌회피 기능’은 레벨1에 해당된다.
2016년 출시된 닛산자동차의 ‘세레나’는 레벨2의 기술을 탑재했다. 세레나는 고속도로 단일차선에서 차량의 가속이나 감속, 핸들 조작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긴급 상황을 대비해 운전자가 핸들에 손을 대고 있어야만 한다. 레벨3은 모두를 자동화했지만, 운전석에 운전자가 있어야 하는 단계. 그리고 가장 높은 레벨4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일본 정부가 목표로 삼은 건 “레벨 4에 가까운 자동운전을 2020년까지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안전대책으로 관리자가 원격 감시·제어하는 시스템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특히 무인 택시 사업화에는 여러 일본 기업들이 동참의 뜻을 밝힌 바 있다. IT업체인 디엔에이(DeNA)가 참여한 ‘로봇택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로봇택시 홍보담당자는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이 목표였지만, 인구 과소화로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운전이 어려운 고령자들은 쇼핑을 위해 교통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반면, 관련 기업들은 마을인구가 줄어든 탓에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고령화로 인해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런 이유로 그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로봇택시가 인구 과소화 지방에서 교통수단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디엔에이(DeNA)는 무인택시에 이어 셔틀버스와 택배에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향후 주력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6월 DeNA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로봇셔틀이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한편, 운전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자동운전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그렇다면 실제 자동운전이 보급될 경우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이와 관련, <주간겐다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자동운전으로 사라질 직업’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상위권에 오른 것은 택시 운전사였다. KDDI 종합연구소 고바야시 마사카즈 수석연구원은 “2020년 도쿄올림픽 행사장 주변과 일부 도로에서 자율주행 버스와 택시가 달리게 된다. 그러나 보통의 자동차보다는 속도가 떨어질 것”이라면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직업은 법인택시 운전사”라고 내다봤다. 도시의 택시는 이용객 대다수가 3km 미만의 단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특징. “그렇다면 다소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마찬가지로 비교적 단거리인 공항이나 유원지, 상업시설 등을 순환하는 버스는 빠른 시기에 자동운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노선버스는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들과 섞여서 장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동운전의 벽이 높은 편이다. 고바야시 연구원은 “인간은 직감에 의해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자율주행 차량은 교통 룰에 충실하므로 둘이 혼재하는 과도기적 상황에는 사고가 발생하기 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마자와대학의 이노우에 히로시 교수는 조금 다른 의견이다. 그는 “대중 교통서비스가 속속 자동운전으로 대체되더라도 특색 있는 개인택시라면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령 관광지에서 명소를 안내하는 택시라든지, 접객이 훌륭한 택시를 들 수 있다. 따라서 그는 “가격이 저렴한 자동운전 택시와 사람이 운전하는 고급 택시로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본다.
고속도로 위에서 자동운전 시스템이 정비되면 급속히 바뀌는 것은 장거리 수송 분야다. 현재 일본은 심각한 일손부족으로 장거리 트럭기사들이 가혹한 노동 환경에 노출돼 있다. 만약 무인 트럭이 현실화될 경우, 인건비 절약은 물론 ‘심야 장거리 운전’이라는 중노동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자율주행 차량이 시내를 자유자재로 달리는 성숙기로 접어들면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 대표적인 예가 택배서비스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면 물류센터에서 출발한 자율주행 차량이 지시에 따라 짐을 운반한다. 나머지 작업은 소형 드론과 로봇이 각 가정으로 배달한다는 구상이다. 일단 일용품부터 시작해 보통우편 배달이 자동화된다. 아울러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배송이 가능해지므로 편의점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자동차 보험업계도 자율주행 보급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자동운전 레벨4, 즉 전적으로 자율주행하는 자동차는 운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동차 보험사업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한 전문가는 “기존처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아니라 자율주행 관련 업체들과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이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자동운전으로 사라질 직업 랭킹 1. 공항, 테마파크 순환버스 운전사 2. 법인택시 운전사 3. 광산, 임업, 건설현장 운반차 작업원 4. 쌀, 옥수수 농가 5. 로컬 철도 운전사 6. 장거리 운전사 7. 노선버스 운전사 8. 택배 운전사 9. 환경미화원 10. 편의점 직원 11. 자동차용품 점원 12. 우체국 배달원 13. 자동차수리공 14. 소규모주차장 관리인 15. 개인 대상 자동차 보험업 16. 자동차 교습소 17. 자동차 면허센터 직원 18. 자동차 관련 브랜드 19. 교통단속 경찰관 20. 개인택시 운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