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상승률 10년래 최고 수준·제2금융권 대출 급증·개인파산 늘어나
지난 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시 강북구 수유전통시장을 방문, 최근경기와 물가동향을 점검하고 상인으로부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이번 동절기 3개월(2016년 11월~2017년 1월)간 생활 물가지수 상승률은 1.06%로 조사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환율이 급등하고, OPEC(석유수출국기구) 감산으로 유가가 150달러까지 뛰었던 이명박 정부 때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겨울(2009년 11월~2010년 1월)과 2010년 겨울(2010년 11월~2011년 1월)에는 생활 물가지수가 각각 1.47%와 1.18%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는 급등하는 생활 물가를 잡기 위해 서민 생활과 밀접한 52개 주요 생필품을 물가 관리 대상(일명 MB 물가)로 선정해 특별 관리하기도 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들이 적지 않다. 달걀 가격은 올 겨울에 무려 66.56%나 급등했고, 오징어는 23.37%나 뛰면서 최근 10년 사이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생리대(5.40%), 탄산음료(4.75%), 맥주(4.23%), 김밥(2.64%), 필기구(1.56%) 등의 가격도 10년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당근(49.08%)과 파(16.07%), 도시가스(5. 26%), 아동복(4.09%), 쓰레기봉투(2.79%), 외식용 소주(2.20%) 등과 같이 최근 10년 사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 품목들은 모두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어서 가격 급등은 그대로 서민 생활 타격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1월 19일 동절기 생활 물가가 이미 뛸 대로 뛴 뒤에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었지만 이후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계속되는 등 물가 잡기에는 역부족을 드러냈다.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 생활물가는 뛰면서 생계를 위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뺀 기타대출, 이른바 생계형 대출은 지난해 12월 346조 30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35조 1540억 원)나 급증했다. 이러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생계형 대출이 급증했던 2008년 12월(12.6%) 이래 8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최근 생계형 대출이 제2금융권에서 크게 늘어났다. 2008년 12월 당시 은행의 생계형 대출 증가율은 13.5%로 제2금융권(10.9%)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은행의 생계형 대출 증가율은 8.5%에 머문 반면, 제2금융권 생계형 대출 증가율은 이보다 2배 가까운 16.6%를 기록했다. 제2금융권은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고 이자율이 높다는 점에서 자칫 가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개인파산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개인 파산 접수 건수는 4402건으로 11월 4088건에 비해 314건 늘어났다. 지난해 개인 파산 접수 건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9월에 3517건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10월 3850건을 기록하며 오름세로 돌아선 뒤 매달 300건 넘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지만 마음이 콩밭(대선)에 가 있는 때문인지 AI나 구제역 등에 대한 대응이 한 발씩 늦고 있다”며 “정치권도 대선에만 매진하면서 서민 생활을 돌보지 않고 있다. 각 정당이 내놓은 일자리 창출 방안을 자세히 보면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결국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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