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강화 ‘공든 탑’ 외풍에 흔들흔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최순실을 지원한 직원을 특혜 승진시켰다는 의혹으로 특검에 고발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김 회장은 2012년 3월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시민단체의 고발을 몇 차례 받은 바 있다. 2013년 4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하나학원에 402억 원을 불법 출연한 혐의로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2015년 6월에는 참여연대, 민변, 금융정의연대 등이 “외환은행 최대주주였던 론스타는 본인들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으로 발생한 배상책임을 외환은행에 떠넘기고 하나금융지주도 여기에 공모했다”며 론스타와 김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을 고발했다.
비록 두 고발 건에 대해 김 회장은 각각 불기소,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시민단체들의 인식은 좋지 않다. 김 회장이 2015년 3월 연임이 결정될 당시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는 “김 회장의 임원 후보 추천 절차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정한 절차에 현저히 위배된다”며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주요 주주들에게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을 정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하나은행과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며 “시민단체들은 2003년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한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김 회장은 론스타에 대한 문제제기 없이 금융당국과 손잡아 반대 측인 시민단체들의 분노를 산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뿐이고 론스타 관련 논란에 대해 왈가왈부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특검에 고발되면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검은 이상화 본부장의 승진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김 회장과 함 행장 등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들의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일 이 본부장은 특검에 “최순실 씨가 승진을 도와준 걸로 안다”고 증언했다. 6일에는 고영태 씨가 “최순실 씨와 이 본부장과 함께 유재경 미얀마 대사를 만났다”고 증언해 김 회장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특검에 고발되면서 그간 쌓아온 입지가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내에는 여전히 김승유 전 회장의 세력이 남아 있어 김정태 회장의 영향력은 타 금융지주 회장에 비해 약한 편”이라며 “고발 건은 특검의 판단을 지켜봐야겠지만 김 회장으로서는 금융당국과 관계를 돈독히 해놔야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묵인받을 수 있는 처지였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김정태 회장은 지주회장을 맡으면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애썼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8월 함영주 행장의 하나은행장 선임이다. 당초 1순위 후보로 평가받지 못했던 함 행장이 하나은행장으로 낙점받은 데는 김승유 전 회장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김정태 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는 해석이 있었던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그간 쌓아온 김 회장의 입지는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KEB하나은행노조·공동위원장 김정한·이진용)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하는데 그걸 경영진이 위반해 직원들도 많이 황당해하고 화가 나 있다”며 “잘못된 게 있으면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조직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은 이 본부장의 승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62년생인 이 본부장이 지난해 승진한 건 초고속 승진이라고 볼 수 없으며 지점장급인 독일법인장을 오랫동안 맡아 경력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이전에는 이 본부장의 승진에 대해 누구도 뒷말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발은 향후 하나은행의 인사에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영업이익은 1조 5651억 원으로 3818억 원을 기록한 2015년 대비 310% 상승했다. 함 행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지만 좋은 실적과 김 회장의 지지에 힘입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관련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하나은행 내·외부에서 함 행장의 연임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어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