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누나인 노부코의 정 치 관여에 대해 일본 내에서 논란이 많다 | ||
국회를 열면 주위만 시끄럽잖니. 관료들을 우선 정한 다음에 열어도 늦지 않아.” 고이즈미 총리의 주변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보필하기로 소문난 큰누나 고이즈미 노부코가 내각개편을 앞두고 충고한 말이다. 아무리 동생이라도 이름을 부른 것은 이번이 처음. 사람들 앞에서건 사적인 자리에서건 꼬박꼬박 ‘의원님’ 혹은 ‘총리’란 호칭을 부치던 옛날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라고 한다. ‘준’이란 이름을 불렀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이 격해졌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고. 최근 그녀가 고이즈미 총리를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 오는 9월 내각개편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고이즈미가는 정치계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도 그 ‘조언’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설 정도로 집요하고 세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제안한 내각의 구도는 이렇다. “민영화한 우체국 초대총재인사는 다들 눈여겨볼 거야. 의미가 크지. 그러니 민간인을 기용해야 해. 우체국 민영화는 이제 개혁의 시작을 알리는 거잖아. 이 기회에 그 이미지를 확실히 인식시켜야 해. 타협은 금물. 개혁하는 정권이 모토였으니. 또 하나. 내년에 일본은행 총재 자리도 비잖아. 여기에도 민간인을 임명하는 거야.
▲ 지난 3월 방한 직전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하는 고이즈미 | ||
그러면 화제가 되고 국민들의 인기를 얻을 수 있어.” 이에 대해 일본 정가는 드디어 고이즈미가의 막후세력 고이즈미 노부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긴장하고 있는 상태. 사실 고이즈미 노부코의 실력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녀는 아버지 때부터 비서역할을 했다. 일본에선 역사상 첫 여성비서로 이름을 날렸다. 게다가 고이즈미가 총리로 당선되었을 때 심심치 않게 누나의 힘이 컸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 아직 미혼인 그녀는 세 가지 얼굴로 고이즈미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정책비서이자 민간기업의 임원으로 고이즈미의 ‘자금원’ 역할, 고이즈미의 식사에서 양복, 넥타이, 머리모양에 이르는 이미지 메이킹을 전담한 아내의 역할, 그리고 남동생을 끔찍이도 생각하는 누나의 역할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시간이 날 때마다 관람하는 오페라도 알고보면 큰누나 노부코가 가르쳐 준 것. 하지만 노부코가 고이즈미 총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히 누나로 취미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 노부코는 고이즈미 정권의 자질구레한 인사부터 고이즈미의 정국의 상황에 따른 발언과 행동까지 체크해준다. 즉 고이즈미 총리는 노부코의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다름 아닌 것. 그 유명한 ‘사자 머리’ 혹은 ‘바람 머리’도 그녀의 작품이다. 고이즈미가 총리가 되기까지 같이 몸담고 있던 한 간부는 “고이즈미에게 측근은 딱 두 명이 있다. 하나는 큰누나 노부코이고 다른 하나는 총리수석비서관 이이지마다. 그러나 고이즈미의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노부코 혼자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노부코의 입김은 절대적. 지난달 일본 정가엔 잠시 ‘고이즈미 총리 재혼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정치분석 전문가들은 단지 ‘소문’이라며 그런 일은 없을거라고 단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부코의 반대에 부딪힐 거라는 것. 서로 2인3각 체제로 움직이던 노부코와 고이즈미 총리가 이를 계기로 깨진다면 둘의 앞날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 그런 이유로 정권 연장의 사활이 걸린 요즘 고이즈미 총리는 더욱 노부코의 말에 꼼짝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뽑지도 않은 ‘어둠의 총리’가 온갖 행정을 도맡고 있다는 사실에 과연 일본 국민들은 만족할 것인가에 또 다른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