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가 절반, 슬림화 기조와 달리 60명 늘어…수의계약 전수조사 결과 프린터 토너 1.5억 등 “심의 강화해야” 목소리
이와 더불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경호처 예산과 인력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 온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년 예산 970억→1391억 대폭 늘어
대통령경호처 예산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 예산은 2022년 970억 원에서 2023년 985억 원, 2024년 1032억 원, 2025년 1391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대통령경호처의 예산증가율은 43.4%로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 증가율인 11.5%와 비교해도 그 증가 폭이 4배에 육박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 조직 슬림화를 강조하며 청와대 인력을 30% 감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경호처 예산 증가의 주요 원인은 인건비였다. 전체 1391억 원의 예산 가운데 675억 원을 차지했다. 이는 2022년과 비교해도 102억 원(17.8%) 증액된 수치다. 대통령경호처 정원 역시 2022년 698명에서 2025년 758명으로 60명 늘어났다. 윤 정부가 내세운 건전재정 기조가 정작 대통령실 예산엔 적용되지 않는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조직 슬림화 강조하더니…
그렇다면 인건비와 임대비를 제외한 예산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일요신문은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서 2022년 5월부터 2024년 10월까지의 대통령경호처 수의계약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통령경호처는 프린트 토너 구입에 매년 1억 5000만 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었다. 2023년 4월에는 1억 5300만 원, 2024년 2월에는 1억 5000만 원을 사업금액으로 잡고 복합기 및 프린터 토너 등을 각각 494개와 480개 구매했다.
유류구매는 장기 계속계약의 형태로 총 6건의 수의계약을 통해 46억 1200만 원이 사업금액으로 책정됐다. 노후 기계시설장비 교체를 포함한 시설개선 및 검색센터 신축공사 공고는 총 12건으로 사업비용을 전부 합하면 29억 68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전파 방해 특수 차량 제작에 약 1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기도 했다. 2022년 5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출퇴근하면서 외부 노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차량은 대통령이 머무르는 곳에서 허용되지 않은 주파수를 측정해 위험을 사전 감지하고 제거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 격려를 목적으로 한 상품권 구입에도 매년 4000만 원 이상 지출하고 있었다. 2023년 3월엔 4570만 원이, 2024년 3월엔 459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구입했다. 대통령경호처에 따르면 해당 상품권은 도서문화상품권으로 직원들에게 생일 축하 기념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차량용 타이어 수의계약 공고는 2022년 5월과 6월, 2024년 6월과 7월 총 4차례에 걸쳐 올라왔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는 2022년 타이어 10개를 4385만 원에, 2024년엔 타이어 4개를 2600만 원에 구입하고자 했다. 이후 실제 개찰까지 이뤄졌으나 선정된 업체의 계약 포기로 최종 낙찰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비 받아 놓고 80% 이상 이월
일각에서는 대통령경호처가 예비비를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호처가 본예산에 편성했어야 할 비용을 예비비로 배정 받고 80%가 넘는 금액을 이월한 까닭이다. 예비비는 일종의 국가 비상금이다. 헌법 제55조제2항 및 국가재정법 제22조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회계 예산총액의 100분의 1 이내의 금액을 예비비로 세입세출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 국회로부터 사전 예산 심사도 받지 않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쌈짓돈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대통령경호처의 ‘경호장비시설개선 사업’ 본예산은 170억 500만 원이었다. 이후 경호처는 경호보안시스템 구축 및 보안통신 장비 취득을 이유로 예비비 75억 6600만 원을 추가로 배정받았다.
그러나 실제 집행된 금액은 예비비의 17.76%인 13억 4400만 원에 불과했다. 공사 및 자산 취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상 시설의 지속 사용에 따른 공사 가능 기간이 부족했고 외산 장비 도입에 시간이 소요돼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남은 54억 8500만 원은 그대로 이월됐다.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총괄과는 “장기간 소요될 공사임을 예측할 수 있었으나 대통령경호처는 집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다하게 예비비를 신청함으로써 예비비 소요를 적정 수준으로 반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과도한 이월 및 불용이 발생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예비비 이월을 최소화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역시 “(윤 정부가) 대통령경호처 슬림화를 이야기했음에도 정원이 확대되고, 사용처를 알 수 없는 특수활동비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대통령경호처 예산이 적정하게 편성된 것인지 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11월 1일 “경호보안시스템 개선 사업은 우선순위를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면서도, 예산 증액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 경호경비 인력 확대에 따른 인건비 증액과 2025년 열릴 예정인 APEC, 한·중앙아시아 등 다자간 정상회의 경호·경비에 소요될 예산 증액분 등이 반영된 결과다. 내년도 예산안은 2024년 예산과 비교해 3.7% 증가한 규모”라고 해명했다.
다만, 경호처 인력 증원에 대해선 “보안 목적상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