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매개 정치인과 교류, 김 여사와 영적대화로 환심 산 정황…‘이권사업 얻기 위한 지렛대였나’
명태균 씨는 1970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창원대를 졸업, 경남 창원을 거점으로 살아왔다. 대학 졸업 후 휴대폰 대리점 지부장을 역임하다, ‘전국114전화번호부’라는 텔레마케팅 회사를 창업했다. 2003년에는 종합광고 대행 및 신문, 소프트웨어 개발, 인쇄출판 등을 전문으로 하는 ‘좋은날’도 설립했다.
회사 운영은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해 분쟁도 있었다.
명 씨는 2017년 시사경남을 직접 창간하고 이듬해 미래한국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론조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휴대폰 판매업, 텔레마케팅 등을 통해 확보한 전화번호 DB가 중요한 기반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명 씨는 두 법인(시사경남, 미래한국연구소) 법인등기부 그 어디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명 씨는 2014년 좋은날 대표이사·사내이사를 사임한 이후, 어떠한 법인등기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한국연구소에 대해 명 씨는 “5년 전 김태열 소장에 처분했다”며 본인과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김태열 소장은 미래한국연구소의 법인등기상 대표이사다.
김태열 소장은 명 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자문 역할을 하는 등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10월 29일 유튜브채널 ‘스픽스’ 인터뷰에서 “명태균 씨는 2008년 사업을 하다 2011년에 사업을 부도내고 지금까지 자기 명의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실질적으로 미래한국연구소에 직원으로조차 등록할 수 없는 그런 분”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초대로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당시 명 씨의 직함 역시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이었다.
명태균 씨는 2018년부터 김영선 전 의원과 친분을 맺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4선까지 성공했지만 2012년과 2016년 총선에서 연이어 낙선, 당시 경남으로 내려와 경남지사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명 씨가 김 전 의원을 찾아가 온라인매체와 여론조사 등을 언급하며 도움을 줄 수 있다 소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의원은 경남지사 공천을 받지 못하자 미래한국연구소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명태균 씨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를 매개로 정치인들과 교류했다고 한다. 경남지역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찾아가 ‘여론조사 명부가 있다. 유리한 여론조사를 해줄 수 있다’면서 접근했다”며 “실제 2021년 이후 국민의힘 관련 중요한 선거의 여론조사 흐름은 명 씨의 회사에서 잡아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태균 씨는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의원 등을 만나 함께 일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각각 대선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필요했다.
명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드러났다. 앞서 언급했듯 명 씨는 좋은날 직원들과 임금 문제로 분쟁이 있었다. 결국 2016년 직원 4명에 대한 임금 2382만 원, 직원 5명의 퇴직금 5448만 원을 주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됐다. 창원지법은 명 씨에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에도 2019년 시사경남에 퇴직한 직원 2명의 임금 308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벌금 7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명 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 여론조사기관 자격 없이 여론조사를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창원시장에 출마하려던 경남대 교수 A 씨에 대해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시사경남에 게시한 혐의다.
명 씨는 “선거 여론조사가 아니라 A 씨가 제시한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라고 항변했지만, 1심 법원은 명 씨에 대해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명 씨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됐고, 2020년 1월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면서 벌금 600만 원이 확정됐다. 특히 이 사건의 항소심 변호인이 김영선 전 의원이었다.
명 씨는 이 사건으로 선거권이 박탈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런데 2020년 2~3월경 김영선 전 의원의 지지 호소 글과 사진 등을 SNS에 100여 차례 올려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도 명 씨는 2020년 7월 창원지법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또한 2016년에는 창원시 6급 공무원에 승진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현금 3000만 원과 225만 원 상당의 골프용품 세트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9년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지금 명 씨는 지난 2022년 6월 창원의창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 측과 금전거래한 일이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명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전해지는 미래한국연구소도 불법 여론조사를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수차례 법적처벌을 받았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선거 여론조사기관 자격이 없음에도 자체 구축한 표본 데이터를 이용해 불법 선거 여론조사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했다. 이에 따라 3차례 재판에 넘겨져 총 2400만 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여러 인터뷰와 증언들을 종합해보면 명 씨는 김건희 여사와 '영적 대화'를 많이 나눈 것으로 보인다. 강혜경 씨는 지난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 씨 관련 일화들을 증언했다. 강 씨는 명 씨가 실질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으로 일하다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 및 보좌관을 지냈다.
강 씨는 2021년경 두 사람의 첫 만남에 대해 “일단 김 여사가 명 대표를 봤을 때 ‘조상의 공덕으로 태어난 자손’이라고 얘기하면서 첫 대면을 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윤 대통령은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기 때문에 ‘장님 무사’라고 했다. 김 여사는 예지력이나 주술 능력은 있지만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해서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는 의미로 명 대표가 김 여사에게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명 씨가 김 여사에게 꿈 해석 등을 해줬고, 이것이 김 여사의 행동에 영향을 줬다는 진술도 내놨다. 강 씨는 “(명 대표가) 꿈자리가 안 좋다고 하니 (김 여사가) 해외순방 출국 일정을 바꾼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망했을 때 조문을 생략하고,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지 않은 것도 관련돼 있냐’는 질문에 “관련돼 있다. 명 대표가 그렇게 얘기를 해서 일정이 변경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2021년 12월 13일 명 씨와 강 씨가 나눈 통화에서 명 씨는 “내가 사모(김 여사)한테 좀 심한 얘기를 했는데. 저번 주에 꿈이 안 좋은데 뭐냐고 해서, 내가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윤핵관)이가 윤 총장님 펄펄 끓는 솥에 삶아 먹고 있다 했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통화에 대해 명 씨는 10월 23일 JTBC와 인터뷰에서 “통화 녹음내용은 사실”이라며 “이런 꿈을 꾼 뒤 김 여사에게 전화로 말하는 와중에 권 의원 (성희롱 논란) 기사가 뜨더라”라고 밝혔다.
또한 유튜브채널 ‘장윤선의 취재 편의점’에서 명 씨는 타칭 ‘지리산 도사’라고 불린다고 스스로 밝혔다. 명 씨는 “처음 만났을 때 김 여사가 ‘우리 오빠가 당선이 됩니까’ 물어봤고, ‘대선이 3월 9일이라서 당선이 됩니다’라고 답했다”며 “왜 대선이 3월 9일이면 되느냐. 이재명은 꽃이 피어야 한다. 3월 10일 꽃이 피면 이재명이 되고, 꽃이 피기 전에 선거하기 때문에 윤석열 총장이 당선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명 씨가 2010년대 초반 경남 창원 일대에서 풍수지리가로 활동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어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최근에도 풍수가 행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단독] “명태균, 2010년대 초반 풍수가로 활동했다”).
명 씨는 10월 23일 JTBC 인터뷰에서 “나는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명 씨는 9월 7일 자신의 SNS에 “역술인 성리학 명리학 등 각종 허위사실을 계속 생성해 유포하는 사람들을 법적대응하기로 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말들을 보면 명 씨는 주변에 해몽과 관상, 기운 등 알쏭달쏭한 말을 많이 해왔다. 김 여사의 환심을 사게 된 것도 이러한 영적인 말들을 했고, 몇 개가 들어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제 와서 역술인이 아니라고 하면 그동안 정치권에 영향력을 높이려 역술인 코스프레를 했다는 것이냐. 그럼 이마저도 일종의 거짓말 사기라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선 명 씨가 정치 컨설턴트로서 정치인이나 권력자의 ‘막후 실력자’로 인정받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 명 씨가 본인을 소개할 때 ‘정책책사’라고 표현한 부분이 남아있다.
여론조사업을 했었던 정치권 관계자는 “명태균 씨를 보면 윤 대통령이나 이준석 의원 측으로부터 여론조사를 의뢰 받고 진행하기 전에 돈을 받지 않았다. 입금이 되지 않았는데 여론조사를 돌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당시 명 씨에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다는 의미”라며 “결국 이를 통해 유력 정치인들에 믿음을 얻고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더 큰 이권사업을 얻기 위한 지렛대였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명 씨를 둘러싸고 ‘창원 제2국가산단 관련 정보 사전 유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명 씨가 창원 신규 국가첨단산업단지 선정 넉 달 전인 2022년 10월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계획 및 진행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 받았다는 것. 야권에서는 명 씨가 이를 통해 이권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해당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