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불륜 여부보다 부인의 귀책사유 존재 여부가 더 중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가 홍상수 감독과 함께 현지 기자회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폐막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김민희도 “내가 오늘 받는 이 기쁨은 홍상수 감독님 덕분이다. 존경하고 사랑한다”라고 발언했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확 와 닿지만 이 부분 역시 여자로서 남자를 사랑한다는 뜻 외에 배우로서 감독을 사랑한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번 베를린 발언들이 이혼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우선 불륜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법적 증거 능력을 갖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홍상수 감독 부인이 이혼을 원해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홍 감독의 불륜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지만 이번 이혼 소송은 그 반대다. 홍 감독이 이혼을 원하고 부인은 원치 않는 상황인 것.
영화계에선 이번 김민희의 여우주연상 수상과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내용이 홍 감독 부인에게 상당한 상처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개봉 당시에도 그랬다. 연예 전문매체 <디스패치>는 홍 감독의 부인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했을 당시를 ‘(홍 감독의 부인은) 영화를 보는 내내 화끈거렸다. 정재영이 곧 홍상수. 정재영의 대사가 바로 홍 감독의 마음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부남과 미혼 여성의 우연한 만남을 그린 이 영화는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가 알려지며 더욱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바로 홍 감독 부인과 비슷한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선 홍 감독 부인 측이 언론 인터뷰를 결심한 계기가 지난해 5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9회 칸국제영화제라는 얘기도 있다. 당시 김민희는 <아가씨>를 들고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했으며 홍 감독은 이자벨 위페르와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촬영을 위해 칸을 찾았다. 김민희는 <아가씨> 관련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틈틈이 홍 감독을 만나 <클레어의 카메라>도 촬영했다. 당시 칸 관련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둘의 근황이 부인을 비롯한 홍 감독 가족 측이 언론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 실제 칸 영화제가 끝나고 한 달 정도 이후에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면서 홍 감독과 김민희 불륜설이 세간에 화제가 됐다.
그리고 다시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를 둘이 함께 찾아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는데 수상작은 유부남 영화감독과 미혼인 여배우의 불륜을 다룬 영화다. 홍 감독 부인의 한 지인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촬영 소식을 접한 뒤 부인이 “김민희는 홍상수의 뮤즈가 돼 전세계 영화제를 다니면서 살고, 홍 감독은 그런 김민희를 통해 자기 예술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왔다. 그 말이 현실이 된 셈이고 부인을 비롯한 홍 감독 가족들에겐 더 큰 상처가 됐을 수 있는 상황이다.
홍 감독 부인은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 응했지만 정식 인터뷰는 거절했다. 이혼 소송 등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홍 감독 부인은 이혼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로 인해 이혼 조정 신청도 결렬돼 이혼 소송에 돌입하게 됐다. 홍 감독 부인의 한 측근은 부인이 여전히 이혼을 원치 않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륜이 입증될 경우 홍 감독 측에게 귀책사유가 있기 때문에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는 한국 법원의 현실상 홍 감독 측이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법조계는 판단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는 법정에서 인정될 만큼 불륜 여부가 입증된 상황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홍 감독과 김민희가 불륜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도 모호한 표현을 썼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아직 법적으로 홍 감독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이번 이혼 소송에선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이혼을 원치 않는 홍 감독 부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느냐다. 이혼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기각될 수 있어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가 확인될 경우 이혼 소송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확인되지 않아 귀책사유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무조건 이혼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 중요한 것은 홍 감독의 부인이 이 사건에서 귀책사유가 있느냐의 문제다. 귀책사유가 없는 배우자가 정당하게 이혼 소송을 청구할지라도 상대방에게도 귀책사유가 없으면 이혼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대로라면 홍 감독이 이혼을 성립하기 위해서는 부인에게도 이혼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근거를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