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갑 보궐선거 1425표 차이 신승, 꽃목걸이 세리머니 안해…“국민의힘 복당 그 약속 지키겠다”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동훈 후보는 한때 윤석열 정부 황태자로 불렸다.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됐고, 이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대표를 지냈다. 지난 대선 국민의힘 경선에도 나섰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 체제 국민의힘에서 지난 1월 제명됐다. 장 대표 등 당권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후보를 ‘배신자’로 규정했다. 장 대표는 지난 선거 과정에서도 한 후보를 “보수를 망가뜨린 사람”으로 불렀다.
장 대표 체제 국민의힘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16곳 중 4곳 승리에 그쳤다. 한 후보는 지난 6월 4일 오전 0시 57분경부터 한 시간가량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전국 대부분 선거구에서 승부가 판가름 나는 시간대였다. 한 후보는 다른 지역 결과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당 후보자가 당선되든 표정 변화가 크지 않았다.
한 후보는 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후보 당선이 유력해졌다는 소식에만 유일하게 박수를 쳤다. 그는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유의동 후보를 임명했다. 한 당선인은 “좋은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고 6월 4일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오후 6시가 되자 광역자치단체장을 시작으로 출구조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됐다. 공교롭게도 부산 북구갑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선거사무소 텔레비전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한 후보는 휴대전화를 꺼내 뭔가 확인하더니 서병수 명예선대위원장과 귓속말로 이야기를 나눴다.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듯했다.
곧이어 선거사무소 텔레비전에서 한 당선인이 JTBC 예측조사 결과 48.1%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들 환호가 터져 나왔다. 몇몇 지지자는 눈물을 글썽였다. 한 후보는 여전히 담담했다. 마주 잡고 있던 두 손을 풀어 무릎에 얹을 뿐이었다. 한 후보는 오후 6시 19분경 “개표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돌아오겠다”고 짧게 말하고 선거사무소를 떠났다.
지지자들 다수는 한 후보가 자리를 뜬 후에도 계속 선거사무소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평소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나도록 앉은 자리를 지킨 지지자도 여럿이었다. 서병수 명예선대위원장이 오후 9시경 지지자들에게 “식사들 하셨나”라고 묻자 몇몇 지지자들은 “밥이 안 넘어간다” “입맛이 없다”고 답했다.
부산 북구갑 첫 개표 결과는 오후 9시 23분경 나왔다. 선거사무소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후보가 득표율 54.0%로 선두를 차지했기 때문. 한 후보는 첫 개표 당시 득표율이 38.4%,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7.7%였다. 한 지지자는 “동요하지 마세요. 사전투표 결과입니다”라며 “좌파들이 사전투표를 많이 합니다. 중요한 건 박민식 지지율이 7.7%라는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오후 10시경부터 선거사무소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캠프 관계자가 개표 현장 상황을 전하면서다. 본투표 개표 결과에서는 한 후보가 하 후보를 앞선다는 소식이었다. 오후 10시 30분경 서병수 명예선대위원장은 “공식적인 건 아니고 우리 참관인이 개표 장소에서 집계된 걸 보냈다”며 “구포2동, 만덕2동 제외하고 모두 집계됐다. 그 상황에서 100표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자정을 넘긴 6월 4일 오전 0시 33분 한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누군가 “주목! 한동훈이 이겼습니다. 끝났습니다”라고 외쳤다. 환호성이 쏟아졌다. 선관위 공식 집계는 하 후보 45.7%, 한 후보 41.0%로 한 후보가 2위였다. 그런데도 한 후보 선거사무소는 축제 분위기였다. 선거사무소 건물 앞에도 한 후보 지지자들이 점차 모여들었다.
한 후보는 6월 4일 오전 0시 55분경 선거사무소 건물 앞에 도착했다. 한 후보는 손을 높게 들어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0시 57분경 아내 진은정 변호사와 함께 선거사무소로 들어왔다. 직후 발표된 선관위 공식 집계에서 하 후보와 한 후보 격차는 미미해졌다. 하 후보 42.9%, 한 후보 42.3%였다. 진 변호사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후보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오전 1시 52분경 한 후보는 선관위 공식 집계에서 처음 1위로 올라섰다. 한 후보 42.8%, 하 후보 42.0%였다. 진 변호사 눈시울은 붉어졌다. 진 변호사는 벅찬 표정으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한 후보는 표정에 큰 변화가 없었다. 오전 1시 59분경 한 후보 당선이 확정됐다. 한 후보는 득표율 43.0%로 하 후보(41.3%)를 1425표 차이로 꺾었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 득표율은 15.8%였다.

한 당선인은 이어 “민심의 바람이 불었다. 보수가 퇴행하는 것을 막아내고, 그동안 발전하지 못한 북구를 발전시키고, 무엇보다 이재명 민주당 정권의 폭주를 제어하라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시대정신의 큰 바람 앞에 우연히 제가 있었다. 민심을 따르겠다”며 “국민의힘에서 부당하게 제명됐을 때 다시 돌아가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한 당선인은 6월 4일 오전 10시경 구포시장에서 당선 인사에 나섰다. 한 당선인 인기는 여전했다. 시민들 사진 요청이 쇄도했다. 한 당선인은 6월 4일 오후 2시 기자회견에서 “선거운동 기간 시민들에게 많은 약속을 해드렸다. 그 약속 하나하나 제대로 지켜나가겠다”며 “당분간 선거운동했던 것 이상으로 시민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 국회의원 한동훈에게 뭘 바라는지 경청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당선인은 보수 정치 재건과 관련해선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당권파의 언행은 보수 정당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 제대로 반성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동안 소원했던 국민의힘 많은 의원과도 통화하면서 덕담을 나눴다. 다수 의원이 제가 제시한 보수 재건 명분과 대의에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부산=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