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가격 높였더니 중국서 대박…테마주로 뜨고 지며 개미 웃고 울고
가까운 화장품 매장만 방문해도 수십가지 마스크팩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사진=봉성창 기자
특히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화장품 가게들이 내민 것은 광고 전단지가 아니라 ‘마스크팩’이다. 명동과 같은 관광 명소지역에 밀집한 화장품 가게들이 공짜로 나눠주는 마스크팩을 써본 관광객들은 적게는 수십 장에서 수백 장씩 마스크팩을 사다 날랐다.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기 좋은 기념품이었던 까닭에서다.
당장 피부가 촉촉해지는 효과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가격까지 저렴한 일회용 마스크팩엔 만만찮은 경제 스토리가 얽혀있다.
# 연간 5000억 원 규모…끊임없는 고급화 시도
마스크팩의 정확한 명칭은 ‘시트 마스크(Sheet mask)’ 혹은 ‘페이셜 마스크(Facial mask)’다. 최초 발명자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일본 화장품 기업을 원조로 본다. 1990년대 등장한 마스크팩은 레이온 소재로 만든 부직포에 정제수와 자연성분을 섞어 만든 에센스를 적셔 만들어졌다. 이후 시트지와 에센스 모두 계속 발전을 거듭해왔다.
2세대로 넘어오며 시트지는 목화솜, 큐프라와 같은 천연 재생 섬유를 활용해 밀착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이제는 아예 시트지 없이 에센스 자체를 젤리처럼 굳힌 ‘하이드로겔’ 제품이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밖에도 천연섬유에 비장탄 성분을 입히거나 텐셀과 같은 고급 기능성 천연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3세대에 들어서면서 지속적으로 고급화되는 추세다. 에센스 역시 정제수에 자연 추출물 성분을 함유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아미노산이나 실크프로틴과 같이 바르는, 화장품 뺨치는 복합화합물 성분을 넣은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 최저 1000원에서 시세이도, SK2 등 일본 고가 화장품 브랜드 제품의 경우 장당 수만 원까지 한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가격대는 기능성을 강조한 3000원대 제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마스크팩 시장은 약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80% 이상이며, 내수 시장은 오히려 역성장하고 있다.
# 왕홍 입소문 타고 판매량 ‘폭발’
업계에서는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마스크팩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기를 2011년 즈음으로 본다. 판매 가격도 1000원 정도로 저렴했지만 대부분 화장품이 그렇듯이 원가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품질도 제품마다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국내 업체들이 좀 더 기능성을 강조한 고가의 마스크팩을 출시하면서 시장 판도가 변한다. 가격을 2000원에서 3000원까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품질이 입소문을 타며 판매가 오히려 급증한 것이다.
산둥성 허저시에 위치한 한국 화장품 전문 매장. 마스크팩을 전면에 내세워 중국 소비자들을 유도하고 있다. 사진=뷰티시그널 제공
이러한 입소문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바로 중국판 파워블로거 ‘왕홍’이다. 당시 왕홍들은 텐센트가 선보인 메신저 프로그램 ‘위챗(웨이신)’을 활용해 물건을 파는 이른바 ‘웨이신 상거래’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특히 뷰티 전문 왕홍들이 우리나라 수출업체와 손을 잡은 것이 주효했다. 왕홍들은 중국 제품에 비해 보습력이 뛰어나고 착용감이 좋다는 점을 내세워 제품 홍보에 열을 올렸고, 이들의 영향력을 타고 한국산 마스크팩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중국 시장 내 열풍은 언제나 그렇듯이 ‘짝퉁’ 문제로 이어진다. 겉으로는 전혀 구분할 수없는 가짜 제품이 판을 쳤다. 그럼에도 한국산 마스크팩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 2016년 3월 정점을 찍는다. 이후 사드 문제를 비롯해 중국 내 반한감정과 수출 제재, 관광객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면서 현재는 상승세가 꺾인 상황. 하지만 여전히 마스크팩은 수많은 중국 관광객 들이 선호하는 한국 관광 기념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난해 한국산 마스크팩 대중국 수출액은 2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 주가 30배 신화…테마주로 뜨고 지다
지난 1986년 경기도 의왕시에 설립된 산성실업은 골판지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이후 꾸준하게 골판지 사업에만 매진하며 2003년에는 코스닥에 입성하기에 이른다. 경영 상태는 양호했지만 사업 아이템 자체가 별로 비전이 없어 보였는지 공모 금액은 고작 12억 7600원. 이후에도 늘 저평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지만 주가는 꿈쩍도 안했다.
그러던 중 2011년 신사업 개척의 일환으로 서울대 의대 출신 피부과 원장들이 공동 설립한 화장품 기업 ‘리더스코스메틱’과 합병하게 된다. 2011년 초 4000원 대에 불과했던 주가는 합병이 결정되자 2만 5000원까지 오르고, 이듬해 중국발 실적 소식에 12만 원대까지 급상승한다. 1년 만에 무려 30배가 오른 것이다. 리더스코스메틱의 주력 제품이 바로 마스크팩이다.
리더스코스메틱 주가 변동 추이. 사진=네이버 주식정보 캡쳐
실제로 리더스코스메틱이 만든 마스크팩은 중국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관련 매출을 살펴보면 2012년 78억 원에서 2013년에는 166억 원으로 두 배나 증가했고 2014년에는 무려 610억 원을 기록하며 기존 골판지 사업 매출을 뛰어넘는다.
리더스코스메틱의 30배 급등 신화 이후 마스크팩은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테마주가 됐다. 중국을 상대로 마스크팩 혹은 화장품 사업 아이템을 한다는 발표만 나면 주가가 급등했다. 한양하이타오, 에이씨티, 리젠, SK바이오랜드, 코스온, 동성제약 등이 그랬다. 마스크팩은 물론 화장품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상장사까지 팔 걷고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실적에 기반하지 않고 올라간 주가는 금방 꺼지기 마련이다. 리더스코스메틱조차 이후 수출 부진으로 매출액이 반 토막 나면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았다. 결국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눈물을 삼켜야 했다.
봉성창 비즈한국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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