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찰스 왕세자(54)가 연초부터 이런저런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인들 사이에서 날이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는 부쩍 짜증도 늘어 ‘투덜이 왕자’라는 별명도 갖게 되었다.
근래 들어 가장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은 자신을 향한 영국 언론의 따가운 시선이다. 지난해 말 자국민들에게 ‘국산품 애용’을 호소한 지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10만파운드(약 2억원) 상당의 독일산 ‘아우디’ 승용차 네 대를 구입한 것이 들통나 망신을 자초했던 것.
당시 그는 “그간 몰던 영국차 복스홀 오메가가 단종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매했다”는 석연치 않은 변명으로 ‘위선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 후 BBC 라디오 방송에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는 찰스 왕세자에 대한 영국인들의 실망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해외로 추방해야 할 인사들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던 이 설문 조사에서 찰스 왕세자는 당당히(?) 4위를 차지했다. 영국인들의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야 할 왕세자가 이렇게 ‘추방자 명단’에 오르다니 본인으로선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터.
그 때문일까. 찰스 왕세자는 최근 있었던 디너 파티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신세 한탄을 하던 그가 갑자기 접시를 바닥에 내팽개치는 등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였던 것.
이런 찰스 왕세자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에는 시사 주간지 <타임>도 이에 합세해 더욱 그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타임>은 최근호에서 “영국은 ‘투덜이 왕자’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존경해선 절대로 안된다”라는 말로 전면으로 찰스 왕세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갈수록 영국인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그가 과연 어떤 방법으로 다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많은 영국인들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2.11 10: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