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바둑챔피언십 출전…하루 1000판씩 소화, 한중일 정상에 도전장
3월 21일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월드바둑챔피언십은 바둑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바둑 인공지능이 선수로 뛰는 대회다. 일본이 제작한 인공지능 딥젠고, 한국 1위 박정환, 일본 1위 이야마 유타, 중국 3위 미위팅이 풀리그 대결을 펼친다. 우승 상금이 한국 돈 3억 원에 이르는 큰 대회다.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 3번기를 벌인 딥젠고. 당시 1-2로 패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췄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다.
딥젠고는 구글의 알파고 등장에 충격을 받은 일본이 2016년 3월 컴퓨터 바둑소프트 ‘Zen’의 개발자 오지마 기라지와 가토 히데키를 중심으로 발족시킨 ‘딥젠고 프로젝트’에 의해 공동 개발한 바둑 소프트웨어다. 여기에 유명 IT기업 드왕고가 가세했고 도쿄대와 일본기원도 협력했다.
딥젠고는 이미 지난해 11월 조치훈 9단과 3번기를 벌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조 9단에게 호선으로 도전했었다. 시기상조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딥젠고는 만만치 않았다. 결과는 1승 2패, 딥젠고의 패배로 끝났지만 알파고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의 실전 기보와 인터넷 트레이닝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켰듯 딥젠고도 같은 길을 밟기 시작했다.
월드바둑챔피언십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는 박정환 9단. 딥젠고, 이야마 유타, 미위팅을 상대하게 된다.
박영훈 9단이 딥젠고의 실력이 한국랭킹 10위권이라고 평한 것도 이 시기다. 당시 딥젠고와 두어 3패를 당했다고 털어놓은 신민준 5단은 “딥젠고가 한국 10위 언저리 실력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 앞으로 더 는다면 3월 대회에서도 우승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신진서 6단의 생각은 다르다. “인터넷에 등장한 알파고와 젠, 모두 두어봤다. 알파고는 이미 이세돌 9단과 겨룰 때의 수준이 아니었다. 처음엔 내가 선(先)이면 충분히 둘 만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어보고 난 다음의 생각은 2점으로도 만만치 않겠다는 것이었다. 젠은 글쎄…. 솔직히 당시 실력이라면(2월 중순) 젠이 전패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밀한 부분에서 알파고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월드바둑챔피언십까지 아직 한 달이 남았다는 게 변수다.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은 하루에 1000판씩 소화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동안 얼마나 진보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딥젠고의 앞선 버전인 ‘젠’은 2016년 한 해 프로기사를 상대로 3점이나 실력을 향상시키며 딥젠고로 변신한 바 있어 과연 대회 당일에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한편 효율성 면에서는 알파고와 딥젠고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어 눈길을 끈다. 감동근 아주대 교수는 “알파고와 딥젠고는 같은 선상에서 놓고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 “알파고는 1920개의 CPU와 280개 GPU를 사용했지만 딥젠고는 CPU 2개, GPU 4개를 사용할 뿐이다”고 설명했다. 비록 실력은 알파고가 뛰어날지 몰라도 효율성 면에서는 딥젠고가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월드바둑챔피언십대회는 4인 풀리그로 순위를 가리며 승수를 따져 동률 1위가 나올 경우 24일 우승결정전 플레이오프를 벌여 우승자를 확정짓는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지며 덤은 6집반이다. 상금은 우승 3000만 엔(약 3억 원), 준우승 1000만 엔, 3·4위 각 500만 엔. 공식전 상대전적에서 박정환-미위팅은 4승2패, 박정환-이야마는 2승 2패, 이야마-미위팅은 1승을 기록하고 있다(앞쪽 기준).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