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일요신문]박창식 기자= ‘더 빨리, 더 조용히, 더 아름답게’. 최첨단 승강기 얘기다.
초고층빌딩이 지구촌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버즈두바이(845m)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마카클락 로열타워, 미국 뉴욕의 신(新)월드트레이드센터, 중국의 상하이타워, 지펑타워, 진마워타워, 러시아의 보스토크 타워, 대만의 타이페이 101 등이 ‘21세기 바벨탑’으로 손색이 없다.
초고층빌딩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운송 수단’인 승강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5~10층 건물에서는 ‘편리한’ 운송수단일 뿐이지만 20층을 넘어서는 고층 빌딩에서는 ‘필수적인’ 운송수단이 된다.
19세기 말 자동차가 말을 제치고 처음 주요 운송수단으로 등장한 이래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디자인 혁신을 거듭해오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고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엘리베이터 역시 초고층 빌딩의 증가와 함께 점점 진화하고 있다. 더 빠르고, 더 안전하며 더 멋진 모습으로 말이다. 그러면서도 승강기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첨단 승강기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속도. 매우 높은 곳까지 빠르게 올라가야 한다. 보통 20층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승강기는 1분에 100m 정도 상승한다. 그런데 초고층 빌딩에 장착한 첨단 승강기들은 1층에서 100층까지 25~3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속도 계산을 하면 초속 17~18m로 아파트 승강기에 비해 10배 정도 빠르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초속 25m 짜리도 조만 간 시중에 나올 것이라고 한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승강기 구동장치의 기본인 권상기(일종의 도르래)의 힘을 최대한 키우고,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승강기 카의 상·하부를 유선형으로 설계한다. 벽과 바닥은 이중으로 만들어 진동을 줄인다. 공기의 흐름과 압력 변화를 시뮬레이션하며 설계한다.
그런데 속도만 빨라선 안 된다. 승차감도 좋아야 한다. 엘리베이터 승객들에겐 출발, 가속, 등속, 감속, 정지까지 물리학적인 힘이 계속 작용한다. 진동을 최소화해 승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한다. 초고속 승강기의 속도는 놀이공원 롤러코스터의 최대 속도와 비슷하다. 승객들이 속도 변화를 최대한 느끼지 못하도록 가속·감속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건물 1층과 최고층의 기압차이가 1800Pa(파스칼) 이하가 되도록 승강기를 설계해야한다(1파스칼은 1제곱미터 당 1뉴튼의 힘을 받는 크기). 승강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위 기압이 급격히 낮아지면 고막이 팽창하며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 종종 느껴봤을 것이다.
첨단 승강기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속도와 승차감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요즘엔 디자인에도 무척 신경을 많이 쓴다.
엘리베이터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력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술력만 가지고는 변별력이 그리 크지 않다. 최고 기술력이 응집된 엘리베이터들의 셀링 포인트는 오히려 세련된 디자인에서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엘리베이터를 설계 할 때 인문학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엔지니어들을 많이 기용한다. 휴대전화, 자동차, 컴퓨터, 옷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컨셉을 고급 엘리베이터에 응용하기도 한다.
도어, 버튼, 전등, 바닥재, 거울 등 엘리베이터 본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고층 빌딩 및 그 곳을 출입하는 사람들의 특성에 맞게 색, 크기, 모양 등을 잘 융합시켜 만든다.
멋진 디자인은 딱딱하고 차가운 운반수단에 불과했던 승강기를 타고 싶은 공간으로 만드는 데 큰 몫을 한다. 스테인레스 일색이던 내장재가 원목이나 스톤, 가죽 등 다양한 소재로 확대됐다. 엘리베이터 내부에 LCD 화면을 크게 넣거나 미술 작품 등을 설치해 분위기를 전환하기도 한다.
속도, 안전성, 편안함, 아름다움 등 진화하는 승강기의 긍정적 요소들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바로 승강기의 소음 문제다. 초고층 빌딩 첨단 엘리베이터에서는 최첨단 시스템에 의해 진동을 최소화시키는 데다 흡음제를 포함해 이중, 삼중 소음을 차단한다. 또한 최고 기술진이 수시로 체크를 한다. 이용객들이 승강기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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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1.22 10:16 )